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타진하는 오타니 쇼헤이(23·니혼햄)의 최대 변수는 부상으로 압축되는 모양새다. 투·타 겸업의 후유증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드는 가운데 이를 MLB 스카우트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도 관심이다.
오타니는 27일 교세라돔에서 열린 오릭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4번 지명타자로 나섰으나 첫 타석을 마치고 교체됐다. 오타니는 1회 유격수 앞 땅볼을 치고 1루로 달리던 중 왼쪽 햄스트링에 가벼운 통증을 느꼈다. 니혼햄은 선수보호 차원에서 오타니를 뺐다. 다행히 트레이너 검진 결과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다.
오타니는 경기 후 취재진의 질문에 “쥐가 난 정도”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구단은 “병원 진료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예사롭지 않은 시선이다.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지난 4월에도 타격 후 왼쪽 햄스트링에 부상을 당해 장기 이탈했다. 결과적으로 올 시즌을 망친 원흉이었다. 햄스트링 부상은 재발 빈도가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가뜩이나 올 시즌 전 발목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었던 오타니다. 여기에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고 니혼햄의 ‘안전제일’ 전력까지 겹쳐 경기에 많이 나갈 수가 없었다. 오타니는 올 시즌 투수로 4경기 등판에 그쳤다. 4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4.96에 머물렀다. 만족스럽지 않았다. 타자로는 61경기에서 타율 3할3푼5리, 8홈런, 31타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 비하면 성적이 소폭 하락했다.
2017년 내내 부상과 싸울지도 모른다. 시즌이 끝나고 발목 수술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큰 수술은 아니고 예방적인 차원이다. 그러나 현재처럼 투·타 겸업이 계속 진행될 경우 부상 위험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적 시각은 일찌감치 있었다. 타자는 주루 플레이를 하는 과정에서 항상 부상 위험도가 있다. 특히 슬라이딩은 오타니도 자제하는 기색이다. 투수는 어깨나 팔꿈치 등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투수가 주로 쓰는 근육이 있고, 타자가 주로 쓰는 근육이 있다. 얼핏 보면 ‘힘’이라는 같은 계열에 있는 것 같지만 강속구를 던지는 것과 홈런 비거리를 늘리기 위한 프로그램은 또 다르다. 발목 쪽의 문제도 이른바 ‘벌크업’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시행착오라는 의견이 많다. 투수만 한다면 굳이 그렇게 증량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타니는 투·타 겸업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MLB 진출도 ‘투·타 겸업’이 가능한 구단을 우선순위로 두겠다는 생각이다. 각 구단들도 이를 어필할 가능성이 크다. 투수로서의 재능을 더 높게 평가하는 구단도 있지만, 반대인 구단들도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일본보다 더 일정이 빡빡한 MLB라 그만큼 부상 위험도는 더 커진다. 가뜩이나 MLB에 진출한 동양인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부상 빈도가 높다는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타니의 가치를 깎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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