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에는 슬럼프가 없다. '람보르미니' 박해민(삼성)의 대도 본능은 멈출 줄 모른다. 도루 급감의 시대 속에서도 3년 연속 40도루를 달성했다. 김일권, 정수근, 이대형, 이종욱에 이어 KBO리그 역대 5번째 기록. 박해민의 3년 연속 40도루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박해민은 2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와의 홈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1회 1사 주자없는 가운데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박해민은 NC 선발 장현식에게서 우전 안타를 빼앗았다. 출루에 성공한 박해민은 강한울 타석 때 2루를 훔쳤다. 시즌 40번째 도루 성공. 12일 대구 한화전 이후 15일 만에 도루를 추가했다.
박해민은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박해민의 2년 연속 도루 1위 등극에 큰 공을 세운 김평호 주루 코치가 NC로 이적하면서 이른바 '훈수' 없이 타이틀을 거머쥐어야 그 동안의 성과가 평가절하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그는 "항상 팀성적이 우선이지만 예년보다 도루 개수가 급감하거나 성공률이 눈에 띄게 낮아진다면 김평호 코치님에 대한 이야기가 항상 나올 것이다. 그동안 코치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지금껏 코치님께 배운 것만으로도 홀로서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해민은 도루 부문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모든 걸 실력으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김재걸 코치의 조언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구자욱과 더불어 팀내 타자 가운데 유이하게 전 경기에 출장하면서 체력이 바닥날 만도 하지만 누상에 나가면 다음 베이스를 훔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KBO리그는 지난 수 년간 타고투저에 지배당하고 있다. 타선의 힘이 마운드를 압도하고 있다는 의미. 타고투저 환경에서는 아웃의 위험을 무릎쓰고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는 도루보다 한 방에 대량 득점을 할 수 있는 장타를 더욱 가치있게 여기는 게 요즘 추세.
도루 급감 추세가 계속될수록 박해민의 가치는 더욱 치솟을 전망. 박해민의 외야 수비와 도루는 KBO리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국제 무대에서는 빠른 발이 상대 배터리의 허를 찌르는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수준급 투수들이 이어 던지는 국제 대회의 특성상 대량 득점을 기대하기 어렵고 빠른 발을 앞세워 득점 가능성을 높이는 게 더욱 효과적이다. 박해민이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반드시 승선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