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의 인터뷰를 들여다보면 특이점이 있다. 코칭스태프에 대한 고마움은 당연했다. 여기에 ‘트레이닝 파트’의 노고와 감사 인사를 언제나 잊지 않았다.
올 시즌 롯데는 전준우와 앤디 번즈가 옆구리 근육 파열, 문규현이 손가락 부상을 당한 것과 외에는 별 다른 전력 손실이 없었다. 지난해 황재균, 문규현, 강민호, 외국인 선수 저스틴 맥스웰 등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하며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롯데는 올 시즌 부상 관리가 확실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롯데는 올 시즌 5년 만에 가을야구로 복귀할 수 있었다. 롯데가 가을야구로의 귀환할 수 있던 것에는 음지에서 선수들과 고통을 함께했던 트레이닝 파트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롯데 트레이닝 파트를 총괄하고 있는 장재영 트레이닝 코치는 건강한 거인군단을 만든데 일등 공신이었다.장 코치는 “올해라고 특별히 기존 방식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최대한 관리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 소통과 교감이 우선
트레이너가 선수들의 몸을 치료하고 컨디션을 관리하는 단순한 업무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선수들이 트레이너들에 자신의 몸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 코치는 지난 2002년부터 롯데 선수단과 함께했다. 때로는 비시즌 선수들의 해외 개인 훈련에도 동행하며 동고동락했다. 그만큼 롯데 선수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함께 해온 세월동안 나눴던 소통과 교감은 보다 수월한 트레이닝 업무를 가능케 했다.
장 코치는 “선수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려고 많이 노력 한다. 부상 관리는 ‘관리를 한다’. ‘트레이닝을 시킨다’도 중요하지만 우선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좋지 않은데 무리하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좋을 때도 그만큼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끔 우리가 기회를 만들어준다. 좋은데 관리를 안하고 안 좋을 때 관리를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그렇기에 스탭과 트레이너 선수가 교감을 해야 잘 풀 수 있다. 선수들은 몸을 과사용 하거나 과부하가 되면 부상이 오는데 우리 팀은 과사용 하고, 과부하 되지 않게 그 전에 트레이너를 비롯해 선수와 코치진, 그리고 프런트까지 대화를 통해 많이 교감했다”며 소통의 노력을 전했다.
롯데는 매년 긴 이동거리로 인해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다. 더욱이 144경기 체제와 2연전 체제가 확립이 되면서 이동거리에 대한 압박감은 심화됐다. 선수들의 피로도를 관리하면서 부상을 예방해야 하는 트레이닝 파트는 더욱 바쁜 시기를 보내야 했다.
지난해 롯데로 이적했던 손승락은 버스 이동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기도 할만큼 롯데의 이동거리는 상상 이상이다. “트레이닝 파트가 바쁜 것도 바쁘지만 선수들이 너무 힘들다. 3연전도 힘든데 2연전은 경기 자체도 타이트하고 이동거리도 있으니까 더 부담이 된다. 마산이나 대구면 모르겠지만 인천, 서울 등 수도권 이동은 부담이 당연히 된다. 경기를 마치고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 장시간 이동을 하면 허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아무리 버스 의자가 아무리 편하다고 해도 장기간 이동을 하면 몸에 데미지가 쌓이는 것을 없다고 얘기할 수 없다. 단지 롯데에 오래 있던 선수들은 순응하고 받아들여 적응이 된 것이다”고 말한 장재영 코치다.
▲ 결과보다는 과정
‘결과보다는 과정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트레이닝 파트를 칭한 장 코치다. 선수들이 인터뷰에서 트레이닝 파트에 고마움을 표현한 것에 당연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뿌듯하고 보람되는 감정을 숨길 수는 없다. 장 코치는 “당연히 뿌듯하고 보람된다. 10개 구단 트레이너들이 마찬가지 일을 하는데 결과가 좋고 선수들이 고맙다고 하면 우리도 고맙다”며 선수들에게 오히려 감사함을 전했다.
이어 “우리는 과정을 위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결과로 가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부상이라던가 컨디션 저하가 우리한테는 더 중요하다. 결과는 선수나 코칭스탭이 많이 떠안는 편이다. 우리는 좋은 결과로 가는 과정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부상이 적다거나 컨디션이 괜찮다고 할 때 과정이 좋다는 것이 우리에겐 더 좋다”면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결과가 좋고, 아픈 선수들이 나오지 않고 그러니 팀도 좋고 선수들도 좋고 트레이너들도 덩달아 좋다”고 말했다.
▲ 버두치 리스트? 당연히 관리 해야
올해 롯데는 박세웅(22)과 박진형(23), 김원중(24) 등 영건 투수진이 선발과 불펜에서 맹활약했다. 롯데의 상승세에 활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이전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아직 젊은 투수들, 그리고 박진형과 김원중은 각각 팔꿈치와 어깨 부상의 전력이 있다. 이닝 수 증가에 대한 우려인 ‘버두치 리스트’ 공포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버두치 리스트는 지난 2006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칼럼니스트 톰 버두치가 제기한 이론으로 촉발됐다. ‘만 25세 이하의 투수들이 이전 시즌보다 30이닝 이상 던질 경우 부상과 부진이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이 버두치가 제기한 이론의 골자다.
박세웅은 2015년 데뷔 시즌부터 3년 연속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올해는 데뷔 후 최다인 171⅓이닝을 기록했다. 박진형은 2015년 1⅓이닝 이후 지난해 93이닝, 올해 86⅔이닝을 기록했다. 이닝 수가 갑작스레 증가했다. 박세웅과 박진형이 버두치 리스트에 포함되는 선수는 아니다. 우려가 있는 수준. 그러나 지난해 7⅔이닝을 던진 뒤 올해 107⅓이닝이나 소화한 김원중은 버두치 리스트에 확실히 포함되는 선수다.
장재영 코치도 이들에 대한 우려, 그리고 버두치 리스트에 대한 내용을 익히 알고 있었다. 장 코치는 “야구는 기록과 통계의 스포츠다. 버두치 리스트는 우리나라보다 야구 역사가 훨씬 오래된 미국에서 결과를 바탕으로 한 통계다. 무시할 수 없다”면서 “(박)진형이나 (김)원중이 (박)세웅이가 올해 많이 던지고 있는데 올 시즌 후에는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선수가 부상이 있으면 개인 팀에 엄청난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롯데의 자산인 젊은 투수들에 대한 관리는 반드시 해야 하는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 육성 또한 우리의 임무
롯데가 올해 가을야구에 진출했다고 하더라도 확실한 강팀으로 나아가기에는 갈 길이 멀다. 좀 더 단단한 선수층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 트레이닝 파트도 책임을 느끼고 있다. 팀이 더 단단해지길 바라고 있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장재영 코치는 “트레이닝 파트가 하는 일은 육성과 관리로 나뉘어져 있다. 시즌에는 1군 선수들 관리 체제다. 그러나 비시즌에는 대부분 육성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트레이닝 파트에서의 육성은 어떤 것일까. 장 코치는 “선수의 나이와 경력, 포지션, 체형, 그리고 부상 정보 등을 고려해서 개별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면서 “40~45명 정도의 스프링 캠프 인원 중 1군 레귤러 멤버 27명 정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2군이나 재활군의 선수들을 최대한 빨리 1군화 시켜야 한다. 트레이닝 파트가 어시스트를 해서 매년 좋은 선수들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 그러면 팀이 당연히 강해질 수밖에 없다. 좋은 선수도 나오고 기존 선수들이 아프지 않으면 당연히 팀이 좋아지는 법이다”고 강조했다. / 롯데 담당 기자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