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루수 최다 장타’ 번즈, 성공의 꽃길 걷는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9.28 11: 00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앤디 번즈(27)는 결국 자신에게 따라붙은 모든 의문부호를 떼어냈다. 수비 특화의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공수 겸장의 팔방미인으로 거듭났다. 외국인 선수로 성공의 꽃길을 걷고 있다.
롯데가 올 시즌 외국인 야수로 내야 자원인 앤디 번즈를 데려왔을 때는 의문부호가 따른 것이 사실이다.
수비의 중심인 센터라인 포지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번즈를 합류시킨 제일 큰 이유였다. 2루수를 중심으로 유격수, 3루수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이 번즈의 장점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 합류한 시점부터 수비력에서는 스카우트팀은 물론 현장에서도 역량을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그러나 타격적인 면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무수한 변수들이 있었다. 시즌에 돌입해서도 번즈는 변화구에 대한 약점과 안정적이지 않은 스윙 궤적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상대 팀들의 전력 분석이 끝난 뒤에는 이 약점들이 더욱 부각됐다.

그나마 믿을 구석이었던 것은 강한 손목 힘을 바탕으로 한 ‘갭 파워’였다. 외야들이 비어있는 곳곳으로 2루타를 때려낼 수 있는 능력을 롯데는 기대했다. 외국인 타자들의 최대 덕목인 홈런보다는 2루타라도 생산해 내는 장타력까지 갖춘다면 롯데로서는 더할 나위 없었다.
답답한 성적이 이어지자 번즈는 한때 퇴출 후보로까지 올랐다. 그러나 시즌을 거듭할수록 성장했다. 전반기 2할7푼6리(217타수 60안타)의 타율이었지만 후반기 3할2푼5리(200타수 65안타)의 성적으로 시즌 타율을 정확히 3할로 맞췄다.
타율만 올랐다면 그저 똑딱이 외국인 선수로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번즈는 자신에게 기대했던 ‘갭 파워’를 선보였다. 홈런은 일단 15개를 때려냈다. 여기에 38개의 2루타를 때려내며 장타 생산성을 돋보이게 했다. 롯데가 기대했던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2루타 38개는 리그에서 구자욱, 다린 러프(이상 삼성)와 함께 공동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번즈의 장타 생산성은 올 시즌 리그 전체의 2루수로 놓고 보면 으뜸가는 수치다. 안치홍(KIA)이 19홈런으로 리그 2루수 최다 홈런을 기록 중이지만 그 뒤를 박경수(kt)와 함께 번즈가 이끌고 있다. 2루타 부분은 2루수 가운데 단연 1위다. 여기에 2루타 이상의 장타도 2루수 가운데 가장 많다. 총 53개(홈런 15개+2루타 38개)로 안치홍(49개)과 박경수(43개) 등을 제치고 가장 많은 장타를 때려내는 2루수로 자리 잡았다. 타석 당 장타 비율 역시 12.7개로 2루수 가운데 1위이고, 순장타율(장타율-타율)에서도 0.199(장타율 0.499-타율 0.300)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갭 파워를 바탕으로 한 장타력은 빠지지 않았다. 센터 내야수임을 감안하면 번즈에 대한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역대 2루수 최고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 야마이코 나바로(전 삼성)의 생산력과 폭발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롯데라는 팀으로 한정지어 보면, 번즈는 충분히 성공한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을 수 있다. 2루수로 센터라인을 확실하게 안정시키며 팀에 확실한 플러스 요인을 가져다줬다. 번즈의 수비는 투수진 안정에도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투수진에서는 너나할 것 없이 번즈의 수비에 칭찬이 자자하다. 다혈질로 감정 기복이 심할 때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활달한 성격으로 국내 선수들과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검증된 수비력에 일취월장한 타격 능력과 잠재력만 있었던 장타력의 폭발. 그리고 적응력까지. 번즈는 KBO리그에서 성공했던 외인들의 모든 부분을 갖추며 성공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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