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깔끔투' kt 류희운, 수혜자는 KIA 아닌 류희운 자신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9.27 21: 26

kt 류희운이 깔끔한 투구로 팀 승리에 앞장섰다. 선두 싸움이 한창인 두산에 쓴잔을 안겼지만, 수혜자는 KIA 아닌 류희운 본인이다.
류희운은 27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두산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팀간 최종전에 선발등판, 5이닝 5피안타 3볼넷 5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kt가 3-2로 승리하며 류희운은 시즌 4승(4패)째를 따냈다.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승리였다. 류희운의 마지막 승리는 7월 22일 고척 넥센전. 당시 5이닝 2실점(1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된 바 있다. 류희운은 이날 호투로 67일만에 승리를 맛봤다.

경기는 위기의 연속이었다. kt 타선은 1회 3점을 뽑아내며 류희운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그러나 류희운은 1회 1사 1·3루 위기에 내몰렸다. 여기서 집중력을 발휘해 무실점한 류희운은 2회와 3회도 실점 위기 없이 두산 타선을 막아섰다.
백미는 4회였다. 류희운은 안타 두 개와 몸 맞는 공으로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허경민을 우익수 뜬공으로 솎아내며 실점하지 않았다.
다시 찾아온 만루 위기를 또다시 넘기지는 못했다. 류희운은 5회 2사를 깔끔히 잡아놓은 뒤 갑자기 흔들렸다. 오재원과 박건우에게 안타, 김재환에게 볼넷 허용으로 만루 위기에 몰렸다. 류희운은 여기서 오재일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두산의 1-3 추격. 그러나 류희운은 양의지를 투수 강습 땅볼로 잡아내며 이날 등판을 마쳤다. kt 불펜은 남은 4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류희운의 승리를 지켰다.
kt는 3년 연속 최하위를 확정했다. 그럼에도 시즌 막판 평소보다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는 KIA, 두산을 차례로 만나기 때문. 시즌 최종 3연전은 10월 1일부터 3일까지 KIA와 치른다. kt와 KIA의 3연전 결과에 따라 우승팀이 갈릴 확률이 높은 이유다.
그러면서 'kt가 어떤 투수를 선발등판 시키느냐'는 물음이 쇄도했다. 김진욱 kt 감독은 잔여 경기 일정이 발표된 직후부터 줄곧 "우린 우리의 야구를 할 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두 경쟁이 뜨거운 시점이라 부담은 되지만 당장 이듬해 kt의 전력을 꾸려야 하는 시점에서 특정 팀을 봐줄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kt는 이제 4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다음 시즌에도 올해와 비슷한 성적이라면 팬들을 볼 낯이 없다. 김진욱 kt 감독이 "내년에도 최하위를 한다면 구단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쓴소리를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누구 못지 않게 다음 시즌 준비가 중요한 kt다. 그런 만큼 '유종의 미'가 절실하다. 누구의 우승을 밀어줄, 반대로 누구의 우승을 저지할 상황도 전혀 아니다.
27일 경기를 앞두고 라이언 피어밴드 대신 류희운의 선발이 예고되며 '두산 팬은 미소, KIA 팬이 울상 지을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두산으로선 올 시즌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는 피어밴드보다 7점대 평균자책점의 류희운이 상대하기 쉬워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류희운은 깔끔투로 이러한 시각을 보기 좋게 비웃었다.
이날 kt 승리로 KIA가 미소 짓고 있을 수 있다. 두산과 1경기 차로 달아나며 숨을 돌렸기에 당연하다. 그러나 이날 호투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다름 아닌 류희운 자신이다. /ing@osen.co.kr
[사진] 수원=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