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지난 2007년 출간한 이래 10년 동안 약 70만부의 판매고를 올린 인기에 힘입어 제15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김훈 작가의 소설 ‘남한산성’.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은 남한산성에 갇힌 조선의 왕 인조 앞에서 벌어지는 두 충신의 대립, 그리고 흔들리는 조선의 운명 앞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을 통찰력 있게 담아냈다. 김훈 작가의 간결하고 힘 있는 문장과 생생한 묘사력이 황동혁 감독의 손을 통해 10년 만인 올 가을 스크린에 새롭게 그려진 것이다.
박해일은 27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훈 작가의 원작 소설에, 황동혁 감독님의 연출력, 훌륭한 시나리오, 다신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배우진, 그리고 노련한 연극 배우들이 한자리에서 만나 참여한다는 것에 의미가 깊었다"고 자신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 무게를 두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발군의 연기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스스로 봤을 때 아직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그는 "모든 조건이 갖춰졌고, 그 다음에 제가 연기할 캐릭터를 (본격적으로)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데뷔 후 첫 번째 왕 역할인 데다 스케일이 큰 작품이었기 때문에 출연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다고.
이에 박해일은 "두 신하의 말이(나란히 앉아서 인조에게 돌아가면서 말하는 게) 인조에게는 마치 거울처럼 전달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촬영 현장은 연극무대 같았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병자호란 시기, 남한산성을 축조한 조선의 왕 인조는 청나라 군대에 밀려 남한산성으로 피신한다. 그곳에서 청과 화친을 주장하는 주화파 최명길(이병헌 분)과 청에 맞서 싸워 대의를 지키고자 하는 척화파 김상헌(김윤석 분)이 갈등한다.
"저는 시나리오의 감을 느끼면서 재미있게, 호기심이 있게 도전해볼 수 있는 측면이 있겠다 싶으면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며 연기의 방향을 정한다. 촬영을 마칠 때까지 제가 캐릭터를 유지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기도 한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게)저 혼자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감독님, 선배 배우들, 스태프의 도움을 받았다. 저 혼자로서는 한계가 있다(웃음)."
2001년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통해 데뷔한 그는 이듬해 ‘질투는 나의 힘’, 2003년 ‘국화꽃 향기’를 통해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이후 ‘살인의 추억’ ‘인어 공주’ ‘연애의 목적’ ‘괴물’ ‘소년, 천국에 가다’ ‘극락도 살인사건’ ‘모던 보이’ ‘최종병기 활’ ‘은교’ ‘경주’ ‘덕혜옹주’ 등 각양각색의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충무로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데뷔 후 17년 동안 단 한 편의 드라마에도 출연한 바 없다. 이에 박해일은 “가끔 회사를 통해 드라마 제안은 받았는데 영화에 더 관심이 많다. 하고 싶은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다보니 영화만 하게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꼽으며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 데뷔작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의 젊은 시절을 연기했는데 그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purplish@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