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으로 KLPGA 우승컵 안은 주인공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7.09.27 11: 39

고진영(22, 하이트진로)이 지난 17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2017'(총상금 12억 원, 우승상금 3억 원)서 디펜딩 챔피언으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며 2년 연속 챔피언 자리를 지켰다.
 
고진영은 지난 2016년에 이 대회에서 우승한 직후 진행된 인터뷰서 “어젯밤에 우승하는 꿈을 꿨다. 미디어센터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우승 재킷을 입고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님의 축하를 받는 꿈이었다”면서 꿈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진영의 우승은 올해도 꿈을 통해 예지됐다. 고진영은 우승 직후 열린 시상식에서 “내가 사용하는 클럽의 용품사 대표님이 이번 대회에서 내가 우승하는 꿈을 꾸셨다고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꿈이 실현돼서 신기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꿈, 흔히 ‘예지몽(豫知夢)’이라고 하는 이 꿈은 유독 고진영과 인연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해 열린 ‘제17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 후 가진 인터뷰에서 고진영은 “우승컵에 맥주를 따라 마시는 꿈을 꿨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기분 좋은 일이 고진영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KLPGA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이런 ‘우승 꿈’이 종종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선수 자신이 꾸기도 하고, 부모님, 가족, 친구 등이 대신 꾸기도 했고, 드물지만 같은 조에서 치는 선수나 골프기자가 꾼 경우도 있었지만, 물론 선수 자신이 꿈을 꾼 경우가 가장 많았다.
 
예지몽은 드림투어(2부투어)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7월 열린 ‘호반건설 챔피언십 2017 1차전’ 우승으로 1억 원의 상금을 받은 인주연(20, 휴온스)의 꿈도 현실에서 이루어졌다. 인주연은 “금반지를 발견하고 가져왔는데,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려다 누군가 보고 있어서 주저주저하다가 내 손에 금반지를 잡은 채로 꿈에서 깼다. 깨고 나서는 몰랐는데, 우승하고 나니 예지몽이지 않았나 싶다”고 밝히며 웃었다.
 
‘달걀 골퍼’로 불리는 김해림(28, 롯데)도 예지몽을 꿨다고 밝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화제가 된 이유는 바로 치킨 기업에서 주최한 ‘교촌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했기 때문이었다. 김해림은 “‘달걀 골퍼, 어머니(닭) 대회에서 우승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는 꿈을 꿨다”고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바로 이 꿈은 김해림이 2007년 프로 입문 후, 130번째 대회 만에 거둔 생애 첫 우승과 이어졌다. 김해림의 신묘한 꿈은 처음이 아니었다. 김해림은 ‘2007 썬힐골프클럽-제니아투어 5차전’에서 생애 첫 드림투어 우승을 할 때도 “큰 메기를 손으로 낚아채는 꿈을 꿨다”고 했다.
한편, 올 시즌 각각 3승과 4승을 거두며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는 김지현(26, 한화)과 이정은6(21, 토니모리)은 2승을 거둘 당시 우연히 다른 사람이 대신 꿈을 꿔줬다고 밝혔다. 
 
'제11회 S-OIL 챔피언십'에서 시즌 2승을 한 김지현의 우승 꿈은 자신과 이름이 같은 김지현2(26, 롯데)가 꾸어서 화제가 됐다.
 
김지현2는 김지현이 이정은6와 연장전을 치르고 있을 때, 18번 홀 그린 주변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김지현이 우승할 거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지현의 우승으로 대회가 마무리됐고, 연장전에서 김지현이 이기는 꿈이 현실에서 그대로 이어져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정은6 또한 KLPGA 투어 2017시즌 상반기 마지막 대회인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2017’ 우승이 시즌 2승째였다. 이정은6는 “아는 기자님이 내가 우승턱으로 밥을 사는 꿈을 꾸셨다고 얘길 하셨다. 실제로 우승하게 돼서 신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제6회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한 김예진(22, 비씨카드)은 자신의 생일날 어머니가 꾼 태몽을 소개했다. 김예진은 “내 태몽이 검은 암흑에서 매화나무가 하얗게 피는 꿈이었는데, 엄마가 우승 당일, 같은 꿈을 꾸셔서 이번 대회에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혀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우승 예지몽은 박성현(24, KEB하나은행), 백규정(22, CJ오쇼핑), 박지영(21, CJ오쇼핑) 등 많은 선수가 경험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우승 예지몽 외에도 홀인원을 예지한 꿈을 꾼 경우도 있어 예지몽은 우승에만 국한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2016'에서 홀인원 부상으로 스포츠카를 받은 서하경(24, 동아회원권)은 같은 조로 플레이했던 김지현이 “꿈에서 나와 같은 조 선수가 홀인원 하는 꿈을 꿨다. (서)하경이가 주인공이었던 것 같다”며 축하를 전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이처럼 예지몽을 꾸는 이유는 아마도 ‘우승’에 대한 간절함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KLPGA 정규투어를 비롯해 드림, 점프, 챔피언스 투어에서 어떤 선수가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이번 주에 열리는 ‘팬텀 클래식 with YTN’에서도 예지몽을 꾼 선수가 우승을 기록할 수 있을지 확인해 보는 것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dolyng@osen.co.kr
[사진] 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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