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kt 이정현, "마산용병? 프랜차이즈 스타 꿈꾼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9.27 11: 00

부상 탓에 프로 첫 시즌을 '개점 휴업'으로 마무리한 이정현(20·kt)에게 올 시즌은 어떻게 기억될까. 본인은 실패보다 성공으로 평가했다.
이정현은 지난해 8월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 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유급 경력으로 1차 지명에서 제외됐지만 "유급만 아니었다면 무조건 1차 지명 대상자였을 것이다"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러나 이정현의 모습을 올 시즌 1군에서 볼 수 없었다. 이정현은 올해 초 일본 가고시마 캠프 때부터 팔꿈치 통증을 느꼈다. 그때부터 재활이 이어졌다. 이정현은 결국 퓨처스리그 시즌 종료 직전인 8월 26일에야 데뷔전을 치를 수 있었다.

퓨처스리그 성적은 3경기 2⅓이닝 1홀드, 평균자책점 7.71. 그러나 첫 경기(⅓이닝 2실점)에 고전했을 뿐, 이후 두 경기서 2이닝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kt 투수팜 최대 유망주로 손꼽히는 이정현에게 프로 첫 해는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 "경기 운영만큼은 자신 있어요!"
익산에서 만난 이정현은 생각 외로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부상에 대해 "팔꿈치 인대가 40~50% 정도 손상돼있었다.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는 소견을 받아 재활을 택했다. 야구하면서 재활이 처음이었는데 성공적으로 마쳐 다행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정현은 재활을 거치며 구속 감소를 겪었다. 현재 최고 구속은 130km후반. 그러나 이제 공을 던진지 한 달 남짓임을 감안하면 손실폭이 크지 않다. 이정현을 1년 내내 지켜본 kt 퓨처스팀 코치 역시 "구속은 140km 중반까지 오를 수 있다"라고 예측했다.
이정현이 구속으로 윽박지르는 유형의 투수가 아니라는 점도 그리 어둡지 않은 전망을 가능케 만든다. 이정현 스스로 꼽은 강점은 경기 운영 능력. 그는 "운영만큼은 정말 자신 있다. 박성기 투수코치님도 '투구폼만 다듬으면 1군에서도 통할 것이다'라고 말씀해주셨다"라며 밝게 웃었다. 류택현 kt 퓨처스팀 불펜코치 역시 "경기 운영 능력만큼은 지금 당장 1군에 올라가도 손색없을 것이다"라고 그를 치켜세웠다.
▲ '빅또리 챌린지'가 자극한 그의 목표
생전 처음 하는 재활. 이정현은 저녁 시간마다 kt 1군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나도 저런 무대에서 던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됐다"라고 밝혔다.
이정현의 열정을 자극한 건 '빅또리 챌린지'였다. kt는 8월초부터 빅또리 챌린지 투어를 실시했다. 소위 말하는 1군 투어. 아직 1군을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매주 투수와 야수 각 1명씩 일주일간 1군과 동행하는 체험 행사였다. 훈련은 물론 호텔까지도 함께 이용한다. 단, 경기가 시작하면 등록하지 않은 선수는 더그아웃에 앉을 수 없으므로 투수는 불펜, 야수는 전력분석원 지정석에서 경기를 함께한다. 빅또리라는 이름은 험상궂게 생긴 '빅'과 귀여움의 상징 '또리', kt의 마스코트에서 따왔다.
이정현은 실전 투구에 나서기 시작한 직후인 8월, 빅또리 챌린지 대상으로 선정돼 1군에 올라왔다. 불펜피칭 2회가 전부였지만 이때 경험은 이정현에게 큰 자극이 됐다. 그는 "야구선수 목표는 무조건 1군에서 잘하는 것 아닌가. 그 사실을 상기했다. kt 팬분들 앞에서 야구하고 싶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선배들과 코치들도 이정현에게 잊을 수 없는 조언을 해줬다. 정명원 투수코치와 가득염 불펜코치는 이정현에게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올해 선발진에 연착륙한 고영표 역시 "마음 조급하게 먹지 말고 차분하게 몸을 만들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라고 이정현에게 응원을 보냈다.
▲ '마산 용병' 대신 'kt 프랜차이즈 스타'를 꿈꾼다
이정현은 김성훈 마산용마고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 감독은 신체 조건이 크지 않았던 이정현에게 유급을 제안했다. 170cm 후반대 신장이었던 이정현으로서는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그 1년 동안 몸을 만들며 10cm가 컸다. 키 188cm에 체중 93kg의 하드웨어가 바로 이 1년 사이 완성된 셈이다. 이정현은 "프로행 확신이 없었는데 김성훈 감독님의 조언이 나를 바꿨다. 유급 기간을 제외한 4년 내내 경기에 나섰다. 물심양면으로 챙겨주신 감독님께 늘 감사드린다. 지금도 마산에 갈 때면 매번 찾아뵙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정현의 고향 사랑이 잘못 전해지며 팬들 사이 비난 여론이 거셌던 사건이 있다. 이정현은 신인드래프트 직후 경남 지역 매체와 인터뷰를 가졌다. 당시 '언젠가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으면 NC로 올 것인가'라는 질문에 인터뷰 경험이 적었던 이정현은 '네, 뭐…'라는 식으로 대답을 얼버무렸다. 지나가는 얘기였으나 기사는 '이정현이 FA가 되면 마산행을 꿈꾸고 있다'라는 내용으로 보도됐다. kt 팬들은 이정현을 '마산 용병'이라고 부르며 당시 발언을 아쉬워했다.
이정현은 당시 심각한 마음고생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만약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kt 팬들의 비판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어서 답답했다. kt 지명 직후 주위에 자랑하기 바빴는데 기사가 내 뜻과 다른 방향으로 나갔다"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이정현은 "1군에 다녀오며 팀에 대한 애정이 더 강해졌다. 감독님, 코치님부터 (고)영표 선배, (홍)성용 선배, (오)정복 선배까지 다들 챙겨주셨다"라며 "kt가 정말 좋다. 마산 용병 대신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별명을 들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이정현의 이듬해 목표는 자연히 1군 진입이었다. 이정현은 보직에 상관 없이 어떻게든 '팀이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되고싶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은 올해 마무리캠프에 가는 것이 목표다. 거기서 눈도장을 받은 뒤 스프링캠프에 따라가고 싶다. 좋은 모습 계속 보여드려 시범경기, 정규시즌까지 1군에서 뛰고 싶다. 보직은 상관없다. 어느 기회를 주시든 공 하나하나 최선 다해서 던지겠다"라고 다짐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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