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이기자” 롯데 상승세 만든 ‘마법의 주문’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9.27 05: 54

“올해 우리 팀의 모토는 ‘오늘만 이기자’인 것 같다.”
롯데 자이언츠의 상승세가 시즌 말미인 현 시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상상한 이들은 누가 있었을까. 그러나 롯데는 후반기 상승세를 지속적으로 이어오며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 지었고, 이제는 3위까지 내다보고 있다. 위태로웠다. 하지만 끝내 상승세를 지켜냈다. 결국 마음가짐에 달린 것이었다.
롯데는 지난 26일 사직 한화전 11-8로 승리를 거두며 3위를 수성했고 4위 NC와 승차를 다시 1경기 차이로 벌렸다. 이날 선발 박세웅의 조기 강판, 결정적 순간의 주루사와 병살타 등, 패색이 짙었던 경기였다. 그러나 6회말 이대호와 앤디 번즈의 3점포 두 방으로 단숨에 6점을 뽑아내며 승리를 쟁취했다. 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를 다시 한 번 연출했고 올 시즌 43번째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후반기 상승세를 복기해보면 롯데는 경기를 그리 순탄하게 풀지 못했다. 매 경기 접전이었고, 상대를 완전히 압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접전의 경기들을 하나씩 이겨나가면서 지금의 상승 동력을 만들었다. 내일이 없었고 오늘 하루만 살아가는 ‘하루살이’였다.
한화전 역전 결승 3점포를 때려낸 이대호의 말에서 롯데의 상승 무드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대호는 경기 후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올해 계속 말하는 것이 ‘오늘만 이기자’고 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 경기만 보고 가자였다. 내일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조금씩 이겨왔다”면서 “이런 마인드로 하다 보니 연패도 길어지지 않았고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김민재 내야 수비 코치의 끊임없는 주문도 선수단에 스며들었다. 이대호는 “경기 전 미팅을 할 때 김민재 코치님께서 항상 ‘오늘만 이기자’고 하신다. 그날 이겨도 다음날에도 또 ‘오늘만 이기자’고 말씀 하신다”면서 “결국 그러다보니 이제는 선수들도 ‘오늘만 이기는 것이 몇 번째냐’고 농담으로 받아칠 정도가 됐다. 그만큼 분위기가 좋아졌고, 좋은 분위기를 타고 지금까지 올라온 것 같다”고 전했다. ‘오늘만 이기자’는 일종의 마법의 주문이었다.
한 때 7위까지 떨어졌고 승패 마진은 –8까지 찍었다. 하지만 현재 롯데는 3위로 올라섰고 승패 마진 +16까지 만들었다. 현재 성적 자체가 행복이었다. 당장의 성적에도 초연하게 생각했다. 이대호는 “우리는 행복하게 올라왔다. 한 경기 한 경기 즐겁게 하면서 올라왔다”면서 “순위는 바라보지 않고, 우리가 해야 할 것만 하고, 순위는 시즌이 모두 끝나고 나오는 것이다. 3위를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일본에서 우승도 해봤지만 아등바등 한다고 되는 것이 안 되더라. 기운이 온다면 할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매번 이길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스포츠, 승부의 세계다. 하지만 ‘이길 수 있다’는 마인드를 항상 되뇌다 보면 언젠가 이기고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롯데의 현재 모습이 그렇다. ‘오늘만 이기자’는 뻔한 주문이 결국 마법의 주문이 된 것이다. 이렇게 롯데는 이겨왔고, 가을의 꼭대기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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