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① ‘구단 vs 에이전트’ 협상 테이블 풍경 바뀐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9.27 06: 00

익숙한 연봉협상 풍경이 이제는 바뀐다. 프리에이전트(FA) 협상은 그야말로 전쟁터가 예고되어 있다. 선수대리인(에이전트) 제도가 곧 시행됨에 따라 스토브리그 양상이 상당 부분 달라질 전망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26일 2017년 제3차 이사회를 개최해 몇몇 사안에 대해 의결했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바로 에이전트 제도 도입이다. 그간 KBO는 에이전트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아 논란의 소지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최근에는 정부(공정거래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까지 압박의 수위를 높인 끝에 지난해 말부터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시즌 초부터 논의가 됐고 정부가 나선 마당에 도입을 더 늦출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FA 등급제나 부상자 명단(DL) 제도가 논의조차 되지 못한 것과 확실히 비교된다.

에이전트 1명당 선수를 총 15명(구단당 3명)까지만 보유할 수 있는 등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많다. 업계와 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도 도입 자체는 환영하면서도 곧바로 개선 논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어쨌든 첫 걸음을 뗐다는 자체는 분명하다. 에이전트는 내년 2월 1일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된다. 즉, 2018년 겨울부터는 미국과 같이 전문 에이전트들이 스토브리그를 누빌 전망이다.
그간 연봉 및 FA 협상은 구단과 선수간의 줄다리기였다. 불공정거래의 소지도 여기서 나왔다. 기본적으로 구단이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에이전트들이 공식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선수들은 “아무래도 우리들은 전문지식이 떨어진다. 복잡한 협상은 에이전트에게 맡기고,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어 환영”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연봉상한선이 있었던 프로야구 초창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근래까지도 선수들의 연봉은 비교적 단순하게 책정되곤 했다. 비슷한 활약을 펼친 다른 선수가 기준이 됐고, 여기에 상징성 등을 감안해 구단 제시액이 만들어졌다.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전지훈련에 참가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울며 겨자 먹기로 도장을 찍는 경우도 많았다.
여기에 최근에는 세이버매트릭스를 필두로 한 세세한 지표까지 협상에 활용된다. 아무래도 통계나 숫자에 어두울 수밖에 없는 선수들은 더 불리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에이전트들이 나서면 아무래도 협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그간 구단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 동료들과의 형평성 등 몇몇 장치들에 대해서는 정면 반박이 예고된다. 선수들의 이익을 위해 뛰는 에이전트들이 용납하기 어려운 논리이기 때문이다.
이에 2019년 연봉협상부터는 몇몇 선수들을 놓고 치열한 논리 싸움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이에 구단들도 만반의 대비를 시작했다. 밀리지 않기 위해 자체적인 세이버매트릭스팀을 꾸려 연봉 협상 자료를 만드는 구단도 적잖다. 한편으로는 에이전트 성향을 면밀하게 파악하는 작업도 벌써 시작됐다. 다만 당장은 일부 고액 연봉자들만 혜택을 볼 수밖에 없어 대규모 진통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FA 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구단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미 FA 협상에는 에이전트가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어서다. 최근 2년간 고액 계약을 맺은 선수 중 에이전트가 없었던 선수는 극소수다. 되레 “에이전트와 상의하라”고 고압적인 자세를 취한 선수들도 있었다. 쉬쉬했을 뿐, 이미 협상 파트너는 에이전트였다. 테이블에 직접 앉느냐, 아니면 뒤에서 조율을 하느냐 정도의 차이였다.
에이전트 제도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난감해 한 구단들이 많았다. 때문에 몇몇 구단 관계자들은 “FA 협상만 따지면 차라리 공식화된 것이 낫다”고도 말한다. 다만 에이전트들이 여론을 몰아갈 수 있다는 점은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구단도 좀 더 면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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