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신호가 들어왔지만, 결국 이 위험신호를 꺼뜨리지 못했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사실상 올 시즌 마지막 정규시즌 선발 등판에서 올 시즌 최소 이닝으로 강판됐다. 그러나 박세웅에게 그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올 시즌 롯데를 이끌어 왔던 중요 선수 중 한 명이기에 시즌 막판의 모습은 다소 안타까울 수 있다. 그래도 흔들리는 박세웅의 뒤에는 언제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들을 해주는 든든한 형들이 있다.
박세웅은 지난 26일 사직 한화전 선발 등판해 3⅓이닝 6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올 시즌 처음으로 5이닝 미만을 소화했고, 최소 이닝 투구에 최악의 투구 내용이었다. 팀은 11-8로 역전승을 거뒀지만, 시즌 막바지에 드러난 박세웅의 부진은 향후 포스트시즌에 나설 롯데에는 달갑지 않은 신호였다.
팀은 승리했기에 일단 묻어두고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흔들리는 박세웅을 잡아줄 누군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 후 이날 박세웅의 공을 받았던 포수 강민호는 다소 냉정하게 박세웅의 현 실태를 진단했다.
강민호는 “오늘 큰 경기를 이겼다”면서도 “(박)세웅이의 멘탈을 다시 잡아줘야 할 것 같다. (박)세웅이가 지금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아야 하는데, 맞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박세웅은 최고 147km까지 찍으며 13일 만의 선발 등판에서 구위에는 문제없음을 알렸다. 다만, 강민호의 얘기처럼 이날 포크볼과 슬라이더, 커브 등의 제구는 좀처럼 되지 않았다. 포크볼과 슬라이더 모두 너무 빨리 떨어지며 원바운드가 되거나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으로 완전히 빠졌다.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은 투수에게 또 하나의 무기이다. 변화구를 던져 맞춰잡는 투구를 펼치면 금상 첨화.
하지만 강민호의 진단에 따르면 박세웅은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꽂지 못하고 피해가면서 스스로 승부를 어렵게 끌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무기 하나를 잃은 박세웅은 빠른공만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려다가 일격을 거푸 허용했다.
가장 호흡을 많이 맞춘 강민호의 얘기는 기술적 심리적인 부분이 모두 함축된 조언이었다. 안방마님으로서 냉철한 생각을 밝혔다. 이대호도 이날 박세웅이 내려온 뒤 다가가 조언을 건네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대호의 조언 내용은 조금 더 온기가 있었다. 힘을 북돋워주고 자신감을 되찾기 위한 것이었다.
경기 후 만난 이대호는 “세웅이가 멘탈이 흔들리는 것 같다. 문제도 없는데 계속 맞아가니까 마운드에서 위축되는 모습 보이는 것 같다”고 지켜봤다.
하지만 이대호는 좀 더 따뜻하게 다가섰다. 그는 “세웅이에게 ‘액땜했다고 생각하라’고 말해줬다. 지금보다는 포스트시즌의 다음 단계에서 잘 던지면 더 좋은 것이다”면서 “세웅이 뒤에는 어차피 선배들이 있으니까 자신감 있게 던졌으면 좋겠다. 자신감 있게 던지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잘 던지려고, 맞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보이더라. 그래서 ‘편하게 던져라. 네가 모든 부담을 다 짊어지고 가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면서 “사실 세웅이가 올해 이렇게 안 던져 줬으면 올 시즌 우리 팀은 지금 현 위치까지 오지 못했다. 세웅이가 워낙 싸움닭기질이 있는 선수라서 잘 하려고 하다 보니 안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박세웅의 멘탈을 좀 더 편안하게 던지고. 신인다운 패기와 자신감을 보여줬으면 하는 야구 선배이자 형의 조언이었다.
박세웅의 역할은 가을야구에서도 지대하다. 외국인 원투펀치에 이은 토종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줘야 한다. 그렇기에 지금의 부진이 더욱 불안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박세웅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 본 형들은 곧 박세웅이 다시 일어설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중심을 올곧게 세우기 위해 형들은 손수 팔을 걷어붙였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