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출범 이후 37년 만에 시행되는 에이전트 제도. 과연 '그들만의 잔치'가 되지는 않을까.
KBO는 26일 2017 제 3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선수대리인 제도, 국가대표팀 운영규정, 유소년야구 지원에 대해 심의했다.
무엇보다 관심을 받은 것은 내년 시즌부터 시행될 선수대리인 제도, 즉 에이전트 제도의 실행이다. KBO는 "내년 시즌부터 선수대리인 제도를 시행하기로 결정했으며, 대리인의 자격은 프로야구 선수협회의 자격 시험을 통과해 공인을 받은 자로 하고, 대리인 1명(법인포함)이 보유할 수 있는 인원은 총 15명(구단당 3명)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에이전트 제도의 시행은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 오던 연봉 협상이나 FA 계약 등을 좀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 선수들은 비시즌 동안 에이전트에게 계약을 일임하면서, 좀 더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에이전트 제도를 누릴 수 있는 대상자가 대부분의 프로야구 선수가 될 수 있을 지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우선 한 구단 당 3명, 총 15명이라는 인원을 제한했다. 한 팀이 등록할 수 있는 선수는 65명. 10개 구단을 합치면 650명이다. 여기에 육성 선수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프로에 등록된 650명이 각각 에이전트를 두기 위해서는 최소 44개의 에이전트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한국의 스포츠 에이전트 시장에서 에이전트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선수는 극히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선수협 측에서도 이 점을 지적했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분명 현행 제도는 선수들에게 와닿지 않는다. 실제로 일부 고참급 선수들은 '저연봉자들은 아무런 혜택을 못 받는 게 아니냐'는 불만을 강하게 제기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3명도 적은 숫자라고 이야기했지만, 이마저도 늘린 수치다. 당초 구단 측에서는 '구단당 1명'씩으로 제한을 뒀다. 선수협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며 이를 완강히 거절했다. 결국 KBO가 중재에 나섰고 현행 구단별 3명 상한으로 합의됐다는 것이 김 사무총장의 이야기다.
현재 선수협에서 방침으로 정하고 있는 에이전트 수수료는 5%. 올 시즌 신인과 외국인을 제외한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억 3883만원으로 한 에이전트가 평균 연봉의 선수 15명을 대리한다고 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수익은 1억 400만원 수준이다. 한 에이전트 회사가 벌어들이기에는 턱없이 적다.
자연스럽게 에이전트의 시선은 '돈이 되는' 고액 연봉자에게 쏠릴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저연봉자 선수로서는 '좋은' 에이전트 구하기가 힘들어질뿐더러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서 에이전트를 선임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결국 에이전트 선임부터 난관에 겪은 선수들은 협상에서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연봉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에이전트 제도가 선수의 이권과 프로야구 산업을 키울 수 있다는 순기능을 갖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각지대에서 소외받는 사람도 나올 수 있는 만큼, 상생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한 번쯤 짚어볼 문제임에는 분명하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