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위즈랜드] 새내기 코치 kt 고영민이 꿈꾸는 '고영민의 힐링캠프'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9.26 13: 19

'고젯' 고영민(33)의 위치는 이제 2루가 아닌 1루다. 1루 베이스대신 코치 박스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코치로 데뷔 시즌을 보낸 고영민. 그는 자신의 한 해를 만족스럽게 평가했다.
고영민 코치는 올 1월초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부상과 싸우던 그는 결국 지난해 말 두산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현역 연장 의지를 피력했지만 고 코치에게 손을 내민 구단이 없었다.
그렇게 유니폼을 벗었지만 곧장 다시 입어야했다. 선수가 아닌 코치 유니폼이었다. 두산 시절 인연을 맺은 김진욱 kt 감독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고영민 코치는 고심 끝에 그 손을 잡았다.

kt 퓨처스팀 주루코치로 한 시즌을 보낸 고젯. 그는 자신의 데뷔 시즌에 만족을 표했다. 고영민 코치는 "처음에는 많이 부족하고 혼란스러웠다. 차근차근 하나씩 배우려고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1년이 훌쩍 지나갔다. 선수 때보다 더 빨랐던 것 같다. 많이 배우고 느끼며 만족한 시즌이었다. 앞으로 야구인생에 큰 자산이 될 한 해였다"라고 평가했다.
▲ '고영민의 힐링캠프'로 허무는 불통의 벽
고영민 코치가 직함을 바꾸며 느낀 가장 큰 차이는 소통의 필요성이었다. 선수들은 누구나 슬럼프를 겪는다. 고민에 빠지면서 자연히 스트레스도 따른다. 고영민 코치는 그런 이들에게 '공간'이 되고 싶었다. 본인의 별명은 정작 가제트에서 따온 고젯이었지만, 사람은 로보트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 코치는 "사람은 다 다르다. 개인에게 맞는 운동법이 있듯 맞는 슬럼프 탈출법도 있다. 천편일률적인 멘탈 케어로는 그 선수의 고민을 해소해줄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퓨처스팀 선수는 더욱 그렇다. 여기서부터 멘탈을 잡지 못하면 1군에서 더더욱 힘들다. 그곳은 전쟁터 아닌가. 거기서 헤쳐나가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그들을 슬럼프에서 빨리 극복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른 은퇴는 코치 생활에 장점으로 다가왔다. 선수들과 나이 차이가 적기 때문에 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다. 고 코치는 "굳이 표현하자면 '고영민의 힐링캠프' 느낌이다. 장난도 많이 치고. 이제 시키는대로 하는 야구는 사라져야할 시대다. 선수 본인이 느끼고, 도전해보고. 거기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는 게 코치의 역할이다"라며 "선수들과 커피 한 잔 하면서 편하게 대화하다보니 이제 그들이 먼저 농담을 건다. 일부러 소통을 하는 게 아니라 성격대로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고 코치가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하나다. '퓨처스리그라고 좌절할 필요 없다'는 부분. "한 사람의 야구인생을 어찌 감히 종이 몇 장에 담겠나. 두껍고 장대한 책이다. 선수들은 지금 그 책의 첫 페이지를 써나가는 것이다. 지금 쌓아가는 걸 1군에 올라가서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퓨처스팀에 있다고 인상 쓸 필요 없다. 1군에 올라가면 다음에는 내 얼굴 볼 일 없게. 그게 내가 바라는 것이다". 고 코치의 이야기다.
▲ 하루살이 코치가 꿈꾸는 미래?
3년 연속 최하위가 확정된 kt. 퓨처스팀은 1군과 달리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눈에 띄는 유망주가 없다'는 평가에 고영민 코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 코치는 "지금 선수들이 결국 kt의 미래다. 지금 성장세가 더딘 것처럼 보여도 다 거쳐야 하는 절차다"라고 선수들을 감쌌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은 있었다. kt의 대표라는 자긍심을 더 강하게 느끼라는 부분이었다. 고영민 코치는 "신생팀이라 외부 수혈이 많았다. 조금 더 kt의 색깔을 냈으면 좋겠다. 이 사람, 저 사람의 색깔이 다 많이 묻어있다. (박)경수도 잘 하고 있으니 2~3년 안에 kt의 색깔도 나올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주루코치 고영민이 꼽은 kt의 새싹들은 누구일까. 고 코치는 홍현빈, 안치영과 김진곤, 정주후의 이름을 댔다. 그는 "한 시즌도 필요 없다. 1군에서 30~50경기만 뛰면 그린라이트로 뛸 선수들이다. 여유가 생기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상황마다 다른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고 코치는 강타자 타석에서 1루 주자의 역할을 예로 들었다. 타석에 강타자가 나오면 투수는 변화구 위주로 승부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과감하게 뛰어야 한다. 혹 2루로 향하지 않더라도 투수를 흔드는 자체가 가뜩이나 힘든 강타자와 승부를 더욱 애먹게 만든다. 이것이 고 코치가 말하는 '상황에 따른 작전'이다.
이쯤 되니 궁금해졌다. 궁극적으로 고영민 코치가 그리는 지도자상은 무엇일까. 고 코치는 오히려 큰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했다. 고영민 코치는 "선수 때 나는 하루살이었다. 코치가 되었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지금 선수들과 영원히 한 팀에서 뛰고 싶은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뿐이다. 내가 맡은 일을 잘해서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kt 위즈 담당 기자 ing@osen.co.kr
[사진] 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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