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제리 소녀시대’가 엄마와 딸이 함께 공감하는 그 시절 로맨스를 그려내며 호평을 얻어내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란제리 소녀시대’에서는 조금씩 서로에게 끌리는 박혜주(채서진 분)과 주영춘(이종현 분), 박혜주를 잊지 못하는 손진(여회현 분)과 그런 손진을 보고 아파하는 이정희(보나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이정희는 독서실에서 공부를 했다는 이유로 혼이 났고, 분한 마음에 열심히 공부를 해 크게 성적이 올랐다. 하지만 박혜주는 빨갱이로 몰린 아버지가 사라지자 크게 걱정해 공부를 하지 못해 성적까지 떨어졌다.
주영춘은 밥도 못 먹는 박혜주를 신경쓰며 그의 아버지를 수소문했다. 자신의 어린 동생 앵초를 시켜서 박혜주가 밥을 먹도록 하기도 했다. 그런 주영춘의 마음 씀씀이에 박혜주도 고마워했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양아치’로 알려진 주영춘과 가까워 보이는 박혜주를 보며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손가락질 했다.
손진은 아직 박혜주를 잊지 못했다. 그럼에도 독서실에서 마주친 이정희에 친절하게 대하며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에 이정희를 좋아하는 배동문(서영주 분)은 선배인 손진에게 “교통 정리 단디 해라”라고 경고를 하기도 했다. 이정희는 손진이 박혜주를 걱정하는 게 싫었지만, 박혜주가 걱정돼 “혜주의 아버지가 사라졌다. 경찰 서장이 아버지시니 도와달라”고 손진에게 SOS를 요청했다.
박혜주가 힘들어하는 것도 모른 손진은 자신을 원망했다. 주영춘이 박혜주의 아버지를 발견해 집으로 데려오는 걸 멀리서 지켜 본 손진은 힘들어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자꾸만 그 빨갱이의 딸 집에는 왜 찾아가냐”며 아버지가 때리는 뺨을 맞고도 아무 말 하지 못했다.
그 사이, 주영춘은 박혜주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박혜주는 부당한 벌칙에 반대했다가 졸지에 비오는 운동장을 백 바퀴를 돌게 됐다. 이정희만이 그런 박혜주 곁을 지켰다. 박혜주는 비를 맞고 주영춘을 찾아갔고, 그의 앞에서 서럽게 울었다. 주영춘은 그런 박혜주를 안아주며 “울지 마라”라고 위로했다.
엇갈리고 꼬인 러브 스토리였다. 하지만 ‘란제리 소녀시대’의 청춘들을 아프게 하는 건 사랑만이 아니었다. 이 청춘들은 딸이라고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아버지, 시국선언을 한 학생을 도왔다는 이유로 ‘빨갱이’로 몰린 교수, 성적과 정치관으로 사람을 등급 매기는 선생님의 가족이고 제자였다.
어쩔 수 없이 이들의 로맨스에는 시대의 아픔이 파고들었다. 그 시절을 청춘으로 보낸 부모 세대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큰 공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거기에 당시 유행한 팝송들이 드라마 곳곳에 깔려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잔잔하지만 뜨거운 그 당시 로맨스는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그야말로 딸과 엄마가 함께 보는 로맨스다. 곳곳에 장치된 추억의 노래와 장소, 당시 시대상을 자연스럽게 녹인 스토리, 이를 빠르고 깔끔하게 전개시키는 연출이 잘 맞아 떨어져 ‘란제리소녀시대’는 많은 시청자들에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 yjh0304@osen.co.kr
[사진] ‘란제리 소녀시대’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