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준상이 이번엔 벤허로 변신했다. 존재만으로도 믿음이 가는 에너지의 소유자, 묵직하고 강인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유준상에게 벤허는 자로 잰 듯 딱 맞는 맞춤옷이었다.
뮤지컬 '벤허'는 루 월러스의 소설 '벤허: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는 창작 뮤지컬로, 1959년 개봉된 영화와 맥을 같이 한다. 영화 '벤허'는 그 당시 파격적인 액수인 1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사용됐다. 컴퓨터 그래픽 없이 실제 1만 여명이의 엑스트라, 말 2500마리 등이 동원되어 웅장하고 스펙터클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 덕분에 전 세계적인 흥행은 물론이고 그 해 아카데미 11개 부문을 석권, 지금까지도 전설적인 영화로 손꼽힌다.
이런 벤허가 뮤지컬로 재탄생된 것. 이번 뮤지컬에서 유다 벤허는 유준상, 박은태, 카이가 번갈아가며 연기하고 있다. 서기 26년, 제정 로마의 박해에 신음하는 예루살렘 시대에 살고 있는 명망 높은 귀족 가문의 벤허는 로마의 장교가 되어 돌아온 친구 메셀라의 배신으로 반역죄를 뒤집어쓴다. 이 때문에 가문은 몰락하고 모두들 노예로 전락한다. 3년간 로마 군함에서 노를 젓던 벤허는 사령관 퀸터스의 목숨을 구한 벤허는 그의 양자가 된다. 다시 귀족이 된 벤허는 메셀라를 향한 복수와 예루살렘의 독립을 위해 투쟁을 펼친다.
워낙 서사가 강한 작품이다 보니 뮤지컬적인 요소와의 밸런스가 중요하게 여겨졌다. 전차 경주, 해상 전투 등의 웅장하고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게 때문에 이를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역시 관전 포인트로 꼽혔다.
뮤지컬 '벤허' 측은 이를 아주 현명한 방식으로 해결해냈다.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처음과 끝 내레이션을 삽입했고, 무대를 빈틈없이 활용했다. 한 눈에 봐도 무대 세트와 의상 등을 위해 엄청난 투자와 공을 들인 것이 느껴진다. 또 벤허가 물 속에서 퀸터스를 구하는 장면을 영상화하고 홀로그램으로 배의 이동을 그려낸 점은 시각적인 만족도를 높였다.
특히나 '벤허'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전차 경주에선 구체관절 말 8마리를 원형 회전 무대에 올려 장관을 이뤘다. 물론 영화만큼의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완성해낼 수는 없지만, 무대 경험이 많은 두 배우의 호연이 더해져 뮤지컬에서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호연이 인상적이다. 벤허 역의 유준상은 5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자기 관리로 군살 하나 없는 근육질 몸매를 완성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하루 한 끼만 먹을 정도로 소식을 하고 운동을 병행한 그는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벤허가 가진 분노와 슬픔을 토해낸다.
귀족일 때는 그 누구보다 자애로운 모습인데 반해 3년 뒤 노예가 되어 돌아왔을 때는 누구보다 강인하지만 그래서 더 슬프고 처연하다. 짧은 시간 안에 굴곡진 삶을 살아온 한 인간의 변화를 밀도 있게 그려낸 것. 그래서 관객들은 더욱 벤허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며 '벤허'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액션, 넘버 소화력 역시 일품이다. 왜 그가 '벤허' 홍보 당시 그토록 자신이 넘쳤는지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자 무대였다.
메셀라 역의 박민성은 연기 뿐만 아니라 놀라운 내공이 느껴지는 가창력으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또 과거 겁많은 소년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장교가 되기까지, 가슴 속에 담아놓은 분노를 터트리는 장면을 매끄럽게 연기해내 극적 이해도를 한층 높여줬다.
특히나 앙상블의 호흡이 일품이다. 유준상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벤허'의 앙상블에 대해 쉼없이 극찬을 하며 "앙상블 친구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그 친구들의 동선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유준상의 설명처럼 이들은 '벤허'의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 중에서도 벨리댄스 무대는 완벽한 합과 실력으로 보는 재미를 제대로 충족시켜준다.
뮤지컬 '벤허'는 오는 10월 29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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