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사자 군단에 새 얼굴이 대거 등장했다. 외국인 선수 3명이 새로 왔고 우규민과 이원석이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그리고 최형우와 차우찬이 떠난 뒤 강한울과 이승현이 보상 선수로 이적했다. 또한 최경철과 최영진이 새 식구가 됐다. 타자들은 제 몫을 해준 반면 투수들은 만족보다 아쉬움이 더 컸다.
4번 중책을 맡은 다린 러프.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지난해까지 붙박이 4번 타자로 활약했던 최형우의 이적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4월 부진을 제외하면 완벽 그 자체. 왜 이제서야 왔나 싶을 만큼 흠잡을 데 없다. KBO리그 역대 66번째 30홈런 100타점을 돌파했고 역대 삼성 외국인 타자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갈아 치웠다.
러프는 22일 현재 타점 부문 단독 선두를 질주중이다. 현재 분위기라면 타이틀 등극 가능성은 높다. 러프는 "개인 기록이 따라 온다면 좋은 일이지만 내겐 큰 의미는 없다. (타점 1위 등극이) 구단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등 나를 믿어주신 분들께 보답하는 길이기도 하겠지만 크게 신경쓰거나 연연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야구만 잘 하는 게 아니다. 성실한 훈련 태도와 동료들과의 관계 그리고 문화 적응 등 KBO리그 1년차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삼성팬들은 러프가 삼성에서 오랫동안 뛰길 바라는 의미에서 '러프의 여권을 빼앗아야 한다'는 귀여운 협박을 하기도 했다. 러프 또한 "한국에 있으면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야구장 안팎에서 아주 만족스럽다"고 잔류를 희망했다.
삼성 핫코너의 새 주인공 이원석 역시 성공적인 영입 사례로 꼽힌다. 22일 현재 타율 2할7푼(397타수 107안타) 17홈런 61타점을 기록하며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김한수 감독은 "(부상 탓에) 한 달 가까이 빠졌지만 후반기 잘 해주고 있다"면서 "현재 성적에 만족해선 안된다. 더 잘 해야 한다. 능력이 있으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최형우의 FA 보상 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강한울은 쏠쏠한 내야 자원으로 새 야구 인생을 맞고 있다. 2루와 유격수를 번갈아 뛰면서 알토란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타율 3할8리(390타수 120안타) 19타점 56득점 12도루로 타격에 눈을 떴다.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도 으뜸.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수비 불안이라는 오점을 남겼으나 국민 유격수 출신 박진만 코치와 만난 뒤 확 달라졌다.
최영진은 1군 무대에서 타율 2할1푼4리(14타수 3안타) 3타점 3득점에 그쳤지만 퓨처스리그 타율 3할1푼4리(156타수 49안타) 7홈런 39타점 25득점 7도루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베테랑 포수 최경철은 금지 약물 양성 반응으로 출장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지만 백업 포수로서 제 몫을 해줬다. 특히 윤성환의 전담 포수로서 좋은 호흡을 이뤘다.
반면 투수들의 활약은 기대 이하. 아쉬움 그 자체라도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 투수 앤서니 레나도와 재크 페트릭은 나란히 2승씩 거둔 게 전부. 선발진의 중심이 돼야 할 외국인 투수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마운드 전체가 무너질 수 밖에. 올 시즌 삼성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이다. 삼성이 2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의 아쉬움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외국인 투수를 영입해야 한다.
사이드암 우규민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부상과 부진 속에 6승 10패(평균 자책점 5.27)에 머물렀다. 차우찬의 FA 보상 선수인 이승현도 계투진의 활력소로 기대를 모았지만 성장세가 느렸다. /삼성 담당기자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