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화수분 야구가 또 한 명의 내야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전체 56순위)로 입단한 서예일은 입단 당시 조수행과 함께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되며 관심을 모았다. 지명 순위는 높지 않지만 안정적인 수비 능력을 높게 사면서 1군에서 백업 수비수로 통할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입단 1년 차인 지난해 31경기에 나온 그는 비록 타율은 1할5리로 아쉬움을 보였지만, 백업 내야수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올 시즌 주로 2군에서 기량을 갈고 닦는데 힘을 쓴 그는 1군과 2군을 오가면서 백업 내야수로서의 역할을 했다. 아직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중간 중간 실수도 있었지만, 김태형 감독은 "수비 하나는 정말 좋은 선수"라며 "유격수를 비롯해 내야 전 포지션 수비가 가능한 선수"라고 서예일의 활용도를 높게 봤다.
서예일은 지난 13일에는 올 시즌 처음으로 9번-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주전 유격수 김재호가 수비 도중 당한 부상으로 어깨 인대 손상 판정을 받아 전력에서 이탈한 가운데, 김재호의 공백을 채우던 류지혁마저 허벅지에 통증을 느꼈다. 결국 '플랜 C'였던 서예일에게 기회가 돌아간 것. 서예일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으로 올린 것은 지난 5월 15일 넥센전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이다.
1군에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만큼, 우려가 뒤따랐지만 서예일은 공백을 훌륭하게 채웠다. 수비에서 작은 실수가 한 차례 있었지만, 2회 1사 1,2루 기회에서 안타를 날렸다. 이후 두산의 타격은 활발하게 터졌고, 13-3으로 대승을 거뒀다. 서예일은 데뷔 첫 결승타를 기록하게 됐다. 경기를 마친 뒤 서예일은 "들어가기 전에 코치님께서 빠른 공만 노리고 들어가라고 하셔서 타격 포인트를 앞에 놓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공이 더 빨라서 포인트를 더 앞에 둔 것이 주효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팀은 승리했지만, 수비에서의 작은 실수에 아쉬움을 먼저 이야기했다. 서예일은 "사실 타격도 중요하지만, 내 임무는 대수비를 나갔을 때 실책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항상 수비에서 실책을 하지 말자는 각오로 경기에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2년 차를 맞은 만큼, 이제 확실하게 두산의 팀 분위기에 녹아들고 일원이 됐다. 그는 "다른 팀은 안가봐서 잘 모르겠지만, 정말 선배들이 잘 이끌어준다"라며 "선발로 나갔을 때도 (박)건우 형과 (허) 경민이 형이 경기에 나가기 전 '지금의 긴장과 스트레스는 나중에는 기억이 안날 것이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이야기해줬다. 덕분에 한결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스프링캠프에서 룸메이트였던 김재환의 성실함에 감탄하기도 했다. 서예일은 "스프링캠프 때 같이 방을 쓰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스트라이드, 손 모양부터 기술적인 세세한 것을 많이 알려주셨다. 배운다고 잘 치는 것은 아니지만, 이론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며 "또 밤마다 나가서 배트를 돌리고, 쉬는 날에도 웨이트장 가서 따로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야겠구나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일단 서예일은 김재호가 돌아오기 전까지 류지혁에 뒤를 받치는 백업 내야수 역할을 할 예정이다. 김재호의 회복 속도가 빠르면서 포스트시즌 복귀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여전히 확률은 반반이다. 만약을 대비해 서예일의 빠른 성장이 필요한 상황. 서예일은 "내가 주인공이 돼 이기는 경기를 만들기보다는 나 때문에 지는 경기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