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숙제를 확인한 삼성의 마카오 전지훈련이 끝났다.
이상민 감독이 이끄는 서울 삼성은 22일 마카오 스튜디오 시티에서 개최된 ‘2018 슈퍼에이스 토너먼트’ 3차전에서 치바 제츠(일본, 3승)에게 75-82로 무릎을 꿇었다. 최종 1승 2패를 기록한 삼성은 4강 진출에 실패하며 대회를 마쳤다.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삼성은 이번 대회참여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아시아 정상권 팀들과의 진검승부를 통해 현재 삼성의 전력이 어떤지 낱낱이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상민 감독이 밝히는 보완점은 무엇일까.
▲ 득점-리바운드 1위 석권한 라틀리프, 폭발적인 커밍스
라틀리프는 ‘갓틀리프’였다. 그는 3경기서 평균 33.3점, 13.7리바운드로 득점과 리바운드서 모두 대회 1위에 등극했다. 아시아권의 외국선수 수준도 높다. 특히 중국은 NBA나 유럽 최정상 빅맨들을 영입하고 있다. 중국센터들의 신장은 기본적으로 210cm가 넘는다. 저장은 215cm의 그리스 국가대표 이요나스 보로우시스를 영입했다. 라틀리프는 저장을 상대로 34점, 10리바운드를 펼치며 맹활약을 이어갔다.
현재 대한민국농구협회가 라틀리프의 특별귀화를 추진하고 있다. 라틀리프는 한국대표팀에 합류할 경우 맞붙게 될 아시아 라이벌들과 대결서 충분한 경쟁력을 입증했다. 올 시즌도 삼성은 라틀리프만 믿고 간다.
새로운 외국선수 마키스 커밍스도 합격점을 들었다. 그는 대회평균 20.3점을 올리며 라틀리프를 도와 공격을 주도했다. 빠른 퍼스트 스텝을 바탕으로 치고 들어가 내려 꽂는 덩크슛이 일품이다. 다만 커밍스는 스윙맨이지만, 안정적인 점프슛을 구사하는 타입은 아니다. 불같은 성질도 언젠가는 경기 중 터질 수 있다.
이상민 감독은 “우리 팀의 구성상 정석적인 지공농구를 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다. 빠른 농구를 하기 위해 크레익을 커밍스로 바꿨다. 다행히 커밍스가 공격력이 좋아 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 노련한 김동욱, 적응 이상무
‘FA 대박’의 주인공 김동욱도 삼성 적응을 마쳤다. 김동욱은 원래 삼성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2012년 김승현과 유니폼을 바꿔 입으며 오리온으로 이적했다. 올 시즌 연봉 6억 3천만 원의 대박을 친 김동욱은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유니폼은 낯설지 않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바뀌었다. 동료였던 이상민 감독과 이규섭 코치는 지도자가 됐다.
김동욱은 “삼성을 떠날 때는 중참이었는데 이제 최고참이 돼 돌아왔다. 어린 선수들이 날 많이 어려워하는 것 같더라. 먼저 장난도 걸고 하면서 친해지고 있다. 감독님은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으신다. ‘널 믿는다’고 하신다”며 베테랑다운 친화력을 과시했다.
임동섭의 상무 입대로 김동욱은 외곽에서 시원한 3점슛을 터트려줘야 한다. 김동욱의 가세로 볼핸들링이 좋은 선수가 코트에 두 명이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김동욱은 벌써부터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주면서 동료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가 떨어지는 체력과 순발력을 노련미로 얼마나 커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주희정·김태술의 부재, 천기범의 성장
삼성은 비시즌 레전드 주희정이 은퇴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까지 삼성에서 가장 잘했던 가드가 바로 주희정이다. 그의 갑작스런 은퇴는 큰 공백이다. 설상가상 김태술은 일본전지훈련기간 중 발목을 다쳤다. 김태술은 마카오 전지훈련서 한 게임도 뛰지 못헀다.
이상민 감독은 “(김)태술이가 발목 내측인대를 다쳤다. 쉽게 낫지 않는 부위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열흘 정도는 더 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주희정과 김태술의 부재는 천기범에게 기회였다. 천기범은 주전가드로 도약해 삼성의 공수를 조율했다. 아직 부족한 면이 많지만, 패기는 넘쳤다. 프로농구서 187cm의 가드가 포인트가드를 맡는 것은 분명 큰 장점이다. 천기범은 포스트업까지 구사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천기범은 “감독님이 맡기는 역할을 소화해내야 한다. 난 쭉 1번을 봐왔다. 대학교 때 내가 2번을 주로 봤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연세대 때는 허훈과 함께 특별히 역할을 정해놓고 하는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 허훈이 부족하면 내가 도와주고, 내가 힘들면 허훈이 거들었다”면서 포인트가드 역할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다.
이상민 감독은 “가드는 지도자가 만들어내기 어려운 포지션이다. 타고 나야 하는 부분이 있다. 이번 대회가 (천)기범이에게 많은 경험을 쌓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천기범의 역할을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삼성은 속공에 강점을 보였다. 하지만 골밑의 외국선수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필요할 때 외곽에서 한 방이 너무나 아쉬웠다. 이상민 감독은 “국내선수들의 득점력이 너무 떨어진다. 시즌 개막까지 남은 시간에 꼭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국내선수들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대회였다”고 총평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