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진출 확정에 이어, 4위 자리까지 확보했다. 롯데의 가을 준비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5년 만에 맞이하는 가을야구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 바로 흠 잡을 곳 없고, 부족할 데 없는 '완전체 투수진'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 22일 대전 한화전에서 2-0으로 완승을 거두며 남은 경기 관계없이 정규시즌 4위를 확정지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은 확정이 됐다. NC와의 3위 다툼이 남아있지만 롯데는 21일 LG의 패배로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얻어낸데 이어 바로 최소 목표로 했던 4위 자리까지 지켜내며 가을 야구에 향한 확실한 준비 태세를 갖췄다.
가을야구에 실패했던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면 롯데의 아킬레스건은 투수진이었다. 선발이 제대로 돌아가면 불펜이 말썽이었고, 불펜진에서 승부를 매조지 지을 수 있는 조합이 나오면 선발진에 구멍이 났다. 선발과 불펜 모두 한숨이 나올 때도 물론 있었다. 투수진 전체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이는 저조한 성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올 시즌은 지난 4년과는 사뭇 다르다. 전반기에는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과 토종 선발들의 부침, 그리고 불펜진의 불안이 함께했다. 가을야구에 실패했던 앞선 시즌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후반기에도 이런 상황이 이어지는 듯 했지만, 롯데는 기적적으로 투수진 조합을 완성했고, 10개 구단 중 가장 완벽한 선발진과 불펜진을 구축할 수 있었다.
지난 22일 경기 승리를 따내며 4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조쉬 린드블럼이 선발진 안정의 한 축이었다. 후반기 닉 애디튼의 대체 선수로 반 년 만에 한국땅을 다시 밟은 린드블럼은 2015시즌에 보여줬던 강인한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복귀 초반에는 선발 투수로의 모습이 갖춰지지 않은 듯 했지만 린드블럼은 외인 에이스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전반기 부진으로 인해 퇴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듯 했던 브룩스 레일리가 후반기 드라마틱한 반전을 보여주며 후반기 리그 최고의 투수로 거듭났다. 후반기 평균자책점 2.88(2위), 6승(공동 1위), 75이닝(3위), 퀄리티 스타트 9번,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5번(이상 공동 1위) 등 대부분의 수치에서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기록을 남겼다.
린드블럼, 레일리의 외국인 원투펀치가 되살아나면서 선발진은 일단 믿고 맡길 수 있었다. 여기에 전반기 내내 토종 에이스 역할을 했던 박세웅의 꾸준함, 베테랑 송승준의 회춘,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김원중의 성장까지. 롯데는 후반기 외인과 토종 선발진의 하모니를 바탕으로 꾸준히 승리를 챙겨나갔다. 후반기 들어서 5명의 선발 투수로만 경기를 풀어간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후반기 롯데 선발진이 기록한 22승(13패)는 리그 최다다. 평균자책점 4.21로 리그 3위에 올라 있다.
그리고 마무리 손승락을 중심으로 박진형-조정훈으로 재편한 새로운 필승조는 뒷문을 철벽으로 만들었다. 선발로 부진했던 박진형의 불펜 전환은 신의 한 수였다. 여기에 조정훈이 7년 만에 마운드로 돌아와 롯데의 상승세에 거짓말 같이 힘을 보탰다. 조정훈이 올 시즌 롯데의 필승조에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마무리 손승락이 후반기 21세이브 평균자책점 1.67로 굳건했고 셋업맨 역할을 하는 박진형과 조정훈의 활약, 여기에 전반기 마당쇠 역할을 했던 잠수함 배장호는 변함없이 마운드를 지켰고 좌완 불펜인 이명우까지 합세하며 롯데 불펜은 완벽한 조합을 갖췄다. 장시환과 빅시영, 김유영은 추격조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결함 없는 불펜진이 만들어지면서 경기 후반에 더 이상 가슴 졸이며 지켜볼 일은 사라졌다. 후반기 불펜진 평균자책점 3.53으로 두산과 함께 공동 1위이고, 최다인 23세이브와 27홀드를 따냈고, 후반기 21번의 역전승을 만든 밑거름이 됐다.
한 야구 관계자는 “지난 2008년 암흑기를 탈출하며 5년 연속 가을야구를 갔을 때도 투수진 조합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어느 자리 하나 빠지는 곳 없이 투수진이 완벽하게 이뤄졌다”며 롯데가 구축한 투수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을야구, 단기전은 투수전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탄탄한 투수진을 갖춘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더 높은 단계에 올라간다는 명제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분위기에 좌우되고 타력에 의존했던,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의 롯데와는 전혀 다른 팀이다. 팀에 안정감이 생겼다는 것은 누구나 느끼고 있다. 결국 이러한 투수진의 안정감은 롯데의 올 시즌 가을야구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로 자리매김 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