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가 지나치면 조롱이다. 선을 넘어선 무분별한 조롱에 선수들만 상처받는다.
지난 21일 한 매체는 '정범모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라는 제목으로 사진이 합성된 기획물을 게재했다. 가감 없는 풍자로 야구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은 코너이지만 이날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시작부터 끝까지 한화 포수 정범모의 과거 수년 전 실수들을 들춰내 희화화했다.
당연히 정범모도 이를 봤다. 한화 관계자는 "선수 본인은 덤덤한 모습이었지만 가족들과 주변의 지인들이 너무 걱정하는 것에 속상해했다. 크게 실수를 한 것도 아니고, 요즘 좋은 플레이로 열심히 잘하고 있는 선수인데 갑자기 지난 실수들을 끄집어낸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정범모 당사자보다 다른 선수들이 더 격앙됐다. 일부 선수들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식으로 한 선수를 조롱하는 건지 모르겠다. 비판을 받을 순 있어도 웃음거리로 만드는 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난 댓글에 익숙한 프로 선수들이지만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도 "나도 봤다. 그건 좀 잘못되지 않았나 싶다. 지금 잘하고 있는 선수인데 상처를 받을 만한 내용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도 그럴 게 정범모는 과거 미숙한 플레이로 많은 팬들에게 지탄받았고, 그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야구를 포기할지 고민까지 한 선수였다.
현장 선수단뿐만 아니라 상당수 팬들도 이에 불쾌함을 드러냈다. 항의가 빗발치자 이튿날 문제가 된 내용은 결국 삭제 조치됐다. 코너 기획자가 '정범모 선수와 팬 여러분께 불쾌함을 드린 것에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더 신중하게 주제를 선정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란 사과문도 올렸다.
하지만 이미 하루 동안 많은 사람들이 보고 난 뒤였다. 삭제 소식을 전달받은 정범모는 "전 괜찮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라"며 오히려 걱정해준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고마워했다고.
정범모뿐만이 아니다. 상당수 KBO리그 선수들이 무분별한 비난에 노출돼 있다. 프로 선수로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만, 자극적인 일부 매체에 의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몇몇 방송 매체들의 희화화한 영상 편집에 인터뷰를 거부하는 선수들도 있다. 팬들이 댓글로 어느 정도 비난할 수는 있어도 만인이 다 보는 곳에서 언론이 선수를 조롱할 권리는 없다.
풍자와 조롱은 종이 한 장 차이, 적정 수위를 넘지 말아야 한다. 과한 비꼼과 조롱은 또 다른 이름의 폭력이다. /waw@osen.co.kr
[사진] 정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