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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KBO 총재 ‘대망론’ 김응룡 야구협회장, “제발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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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룡(76)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이 오는 11월 30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포읍에 짓고 있는 야구장 ‘김응룡 필드’가 막바지 공정에 접어들어 제주도에 다녀왔다는 김 회장을 지난 9월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야구회관에 있는 야구협회에서 만나 한 시간 가량 협회가 안고 있는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들었다. 김 회장은 자신을 둘러싼 ‘KBO 총재’설이나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설에 대해서도 심경을 털어놓았다.

김 회장은 부임 이후 야구협회의 행정 난맥상을 바로 잡고 협회가 안고 있는 현안을 차근차근하게 순리대로 풀어나가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아마추어 야구팀들의 해외전지훈련문제나 고교투수들의 혹사와 나무배트 사용 장기화에 따른 타자들의 위축, 왜소화나 이른바 ‘심판 갑질’ 문제 등에 대해서도 로드맵에 따라 해결하거나 해법을 제시하고 이해를 구했다.

야구협회가 무엇보다 재정의 투명성과 운영자금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고 노력을 기울인 결과 조직이 안정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협회 임원들(이사진)은 무보수 봉사직으로 전환해 불필요한 낭비를 막는 한편 심지어 회장 법인카드도 없애 커 피 한잔을 마셔도 회장이 사비로 처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얼마 전 한 방송매체가 축구협회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야구협회도 싸잡아 거론한 것은 명백한 헛발질이었다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다만 소프트볼연맹과의 통합 문제는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 사무국 통합은 이루어졌지만 소프트볼대의원들과 임원들이 야구협회와의 통합에 반발, 외곽 조직으로 남아 있어 기금과 명의 승계 작업이 여태껏 이루어지지 않아 식구는 늘었는데 지원금은 오히려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 야구와 소프트볼에 따로 메달이 걸려 있기 때문에 더군다나 조직의 일원화가 시급한 형편이기도 하다.

‘김응룡 차기 KBO 총재설’과 관련해서는 정작 당사자인 김 회장은 “그런 소리 꺼내지도 말라”고 손사래를 치면서 펄쩍 뛰었다. KBO는 구본능 총재가 올해 연말이면 임기가 만료돼 그 후임을 놓고 주변에서 하마평이 무성하다. 그에 대해 김 회장은 “어디 가서 사람 만나는 것조차 무섭다”면서 지레 손사래를 쳤다.

김 회장의 KBO 총재설이 유력하게 떠도는 것은 그가 평생 야구 외길을 걸으면서 지도자로 혁혁한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삼성 라이온즈 구단 사장으로 행정경험도 쌓았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야구계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적임자라는 평판 때문이다. 아직 구본능 총재가 명확하게 의중을 밝히지 않은 상태지만 임기 만료가 3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구단 측면에서는 마땅한 후임을 찾기 어렵고 김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적극지지, 선언했던 사실과도 결부시켜 자연스레 ‘김응룡 대망론’이 유포, 유통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야구협회장을 맡으신지 1년이 다 돼가고 있다. 제주도에는 무슨 일로 다녀오셨는가.

“벌써 그렇게 됐나. 성산포에 짓고 있는 야구장(김응룡 필드)이 11월까지는 다 될 것 같다. 그동안 비가 많이 와서 잔디를 못 심었다. 제주도에는 오라구장, 서귀포 강창학 구장이 있는데 그 것 가지고는 모자란다. 준공이 되면 리틀부터 대학야구까지 아마 팀들이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 동네에 축구장도 큰 것 두 개가 있다. 아마야구 팀들이 전지훈련을 오면 사용할 수 있게 얘기 다 돼 있다.”

(김응룡 필드는 좌우 91m, 중앙 108m의 규모의 야구장과 리틀야구장이 딸린 정규대회가 가능한 야구장이다. 김응룡 회장이 사비를 털어 건립비용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표현으로 말하자면 아마 야구 판 적폐 청산, 개혁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나무배트 문제는 아마 선수들의 프로 전향 후 장타력 실종과도 연결 지어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투구 수 제한 문제는 완전히 해결이 돼 내년부터 시행한다. 나무배트 폐지 문제는 유예기간을 거쳐 내후년 정도에는 알루미늄 배트를 써야 될 것 같다. 나무로는 ‘똑딱 똑딱’ 밖에 안 된다. 프로에 적응한다고 나무배트를 쓴다고 하는데 청소년 대회 때 미국 팀을 봤으면 알 것이다. 알루미늄 배트를 쓰다가 대회 대 나무배트를 쓰는데도 팡팡 홈런도 치고 잘도 했다. 한해 선수 한 명의 방망이 값만 500만 원 든다는데, 그 돈으로 알루미늄 배트를 사면 100명이 일 년 쓰고도 남는다. 아마 야구가 그래서는 안 된다.”

-최근 아마추어 선수, 지도자들의 도를 넘은 행동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듯하다.

“아마선수들이 프로 같이 논다. 아마추어다운 게 하나도 없다. 유니폼도 알록달록한 것을 입지 않나, 멋만 늘어 프로야구 흉내만 내는 것이다. 내가 예전에 미국에 가서 대학야구 경기를 볼 때 느낀 것인데, 홈앤드 어웨이로 하는 그네들의 야구는 이를테면 연고전을 한다면, 연대 구장에서 심판은 연대 출신 체육교수가, 감독은 과장, 심판은 조교 이런 애들이 보는데 조금이라도 무의식적으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시하면 연대 선수고 코치고 바로 퇴장시킨다. 원바운스 스트라이크를 줬는데 선수가 심판을 쳐다보니까 그 팀 감독이 퇴장을 시켰다. 그 장면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우리 프로 선수들은 타석에서 거의 습관적으로 심판을 쳐다본다. 왜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그런 일이 없는가. 아마추어 때 교육이 잘 돼 있기 때문이다. 루상에 나가 다른 팀 선수에게 말을 걸거나 툭툭 건드리고, 타석에서 타자가 심판한테 물어보는 것은 규칙대로 하지 않는 짓이다. 아마 지도자들이 이기는 데만 목표를 두지 말고 학생야구부터 교육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승패가 목적이 아니다.”

-아마야구 판에 쌓여있던 문제들이 어느 정도 정비가 되고 있는 듯하다. 남은 현안은 무엇인가.

“제일 큰 문제는 돈이 없어서 자기가 좋아하는 야구를 못하는 선수가 있다는 게 안타깝다. 야구는 돈이 많이 든다. 일부에서는 학부모 한 명이 한 달에 학교에 내는 돈이 100만 원 이상이다. 전지훈련 때는 500만 원을 내는 경우도 있다. 그걸 가지고 감독 코치 월급을 준다.”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가.

“학부형의 돈을 받아 야구부를 운영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아마야구팀이 전지훈련을 가면 안 된다. 학교 안에서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추우니까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팀이 전지훈련을 가는가. 걔들은 옆 동네에서 전지훈련 하더라도 야구협회의 승인을 받아야 된다. 작은 교실에 그물망 쳐놓고 훈련한다. 그러고도 갑자원(고시엔대회) 나가서 우승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앞으로 전지훈련은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하는가? 전지훈련은 특히 비용 측면에서 어려운 형편의 학부모들을 괴롭히는 일이다.

“그렇게 해야 되는 데 문제는 있다. 1, 2월에 부산이다 어디다 대회를 만들어서 한다. 학부모 돈으로 인건비 지급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한 학교에 감독, 코치 여러 명 두면 안 된다. 옛날에 실업팀 감독, 혼자 했다. 나도 한일은행 감독 혼자 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일자리 창출 아닌가.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한 달에 100만 원을 내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는 얼마나 상처를 입히는 것인가.

(옆에 있던 이준성 야구협회 이사는 “현실적으로 겨울에 훈련을 쉬면 대회개막을 늦추고 거기에 맞춰 프로 지명을 더 늦출 필요가 있다. 아직은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무리하게 미국 등지에 가서 하는 전지훈련은 차차 금지하려고 한다. 전지훈련 비용을 못내는 학생도 훈련은 해야 하는데 방치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민감한 얘기로 넘어가겠다. 구본능 KBO 총재 임기가 올 연말이면 끝난다.

“아이고, 그런 소리 하지 말라. 나도 그런 소리(총재설)를 들어 왔는데, 그거는 이사들이 뽑게 돼 있다. KBO하고 우리 야구협회가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 내가 할 얘기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 만약에 정치권에서 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하마평도 돌았다.

“정치권이 어떻게 스포츠에 간섭하나. 진흥공단 얘기? 허, 참 전혀 나하고 관계없다. (평안도 사투리로) 내가 무슨 그거이(문재인 지지선언) 좋아서 한 것이지 뭘 바라고 한 게 아니지 않는가. 체육공단 이사장 간다고? 그 자리가 나하고 맞아? 이력서를 냈다고? 그런 일 없다. 체육공단의 ‘체’자도 모르고, 야구야 쭉 해왔기 때문에 조금 알지만, 체육공단, 턱도 아닌 소리다”

-주변에서는 KBO 총재로 ‘마지막 봉사’를 하시기에 제일 적임자가 아닌가하는 소리가 많다.

“제발 거기에 대해 묻지 말라. 어디 가서 사람 만나는 것조차 무서워. 내가 KBO 총재 가려고지지 선언을 했나. 정치인들은 올 수가 없다.”

-정치인이 아니라 야구인 아닌가.

“내가 하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KBO 도움을 받아 겨우 야구협회를 꾸려 가는데 소문이 나서 (구본능 총재에게) 미안해 만나지도 않고 있다. 입장이 곤란해 죽겠다. 문 대통령을 밀은 것이 내가 무슨 뒤를 보고 왔나 싶다. 순수하게 스포츠맨으로 나가야 하는데.”

-시기가 돼서 자연스럽게 기운이 무르익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하겠다면 미쳤다는 소리나 듣지. 하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하겠다 말겠다고 얘기 할 수 있겠나. 그래서 사람들도 잘 안 만난다. 사람들 만나면 그런 것만 물어본다. 내가 자리를 바라고 그랬겠나. 제발 그런 소리 좀 하지마라.

(김응룡 회장은 “제발 좀 거기에 대해서는 질문 안하는 걸로 합시다.”고 말문을 가로 막았다. 그러면서 “야구협회를 꾸려가기 위해 지원금 3000만 원을 낼 수 있는 부회장단을 늘렸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원활한 업무협의를 위해 내가 구본능 총재한 테 두세 번 요청을 해서 실무부회장으로 영입했다”며 항간의 억측을 일축했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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