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102일만의 승리'에도 배영수가 현역 최다승 투수인 이유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9.20 21: 18

유달리 승운이 따르지 않던 배영수(36). 그가 102일 만에 승리와 입을 맞췄다. 통산 135승으로 이 부문 단독 5위에 오르는 겹경사도 누렸다.
배영수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에 선발등판, 7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한화 타선도 배영수의 승리까지 꼭 필요했던 2점을 에누리없이 지원해주며 그의 승투를 완성했다.
배영수는 이날 전까지 유달리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참으로 얄궂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배영수는 지난 6월 10일 대전 삼성전에 선발등판했다. 배영수는 9이닝 9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2실점 완투승으로 친정팀 삼성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삼성 시절인 지난 2014년 6월25일 대구시민 넥센전 이후 1081일만의 완투승. 통산 11번째 완투였다. 시즌 6승(3패)째를 거둔 배영수는 개인 통산 134승(112패)째를 기록했다. 김원형 롯데 수석코치와 함께 역대 공동 5위 기록.

시즌 10승은 물론 통산 승수 기록에서도 점차 추월이 가능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때부터 지독히도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배영수는 완투승 이후 12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5.93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만 보면 시즌 때보다 높아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5회 이전에 강판된 적도 있지만 퀄리티스타트도 4차례나 기록했다. 그럼에도 1승도 기록하지 못하고 4패만을 떠안은 건 분명 배영수로서 아쉬울 부분이었다.
논란도 있었다. 배영수는 8월 20일 대전 롯데전서 부정투구 논란에 휩싸였다.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지만 여론은 식지 않았다. 이후에도 승리가 이어지지 않으며 '멘탈에 영향을 끼친 건 아닌가'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날은 그 한을 씻기라도 하듯 작심하고 던졌다. 경기 초반 위기가 찾왔다. 배영수는 3회 안타, 2루타, 볼넷으로 1사 만루 위기에 내몰렸다. 위기의 순간 배영수는 관록을 뽐냈다. 베테랑 박용택을 3구 루킹삼진, 정성훈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4회와 5회에도 주자 한 명씩만 내주며 무실점. 6회는 삼자범퇴였다.
7회까지 투구수는 83개. 2005년 4월 2일 대구 롯데전 이후 4,554일(만 12년5개월17일)만의 완봉승도 가시권에 들어오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배영수는 8회 2사 후 박용택에게 솔로포를 내줬다. 윤학길 한화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호투한 배영수에게 예우 차원에서 교체 의사를 물었다. 잠깐의 대화 끝에 배영수는 마운드를 내려왔다. 배영수가 마운드를 내려가자 잠실야구장 3루 관중석의 한화 원정 팬들은 모두 기립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100일 넘게 승리를 거두지 못했음에도 꿋꿋이 로테이션을 돌았던 배영수. 이래서 그가 현역 최다승 투수인 것이다. /ing@osen.co.kr
[사진] 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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