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구해줘' 감독 "사이비 소재? 걱정됐지만 밀어붙였다"
OSEN 김나희 기자
발행 2017.09.22 15: 13

 신인 배우와 감독, 작가가 만나 '웰메이드 드라마'를 탄생시켰다. 바로 연기, 연출, 대본이 시너지를 이룬 완벽한 전개로 날이 갈수록 호평을 받고 있는 OCN 주말드라마 '구해줘'(극본 정이도/ 연출 김성수)가 그 주인공이다. 
'구해줘'는 사이비 종교 집단에 맞서 첫사랑을 구해내려는 촌놈 4인방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매회 소름 돋는 사이비 종교의 민낯과 현사회의 부조리한 행태, 그리고 이에 맞서는 젊은이들의 고군분투를 리얼하게 그려내 극의 몰입을 높이고 있다.
일반적인 드라마는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가 느슨해지기 십상이지만 '구해줘'는 충격에 충격을 더하는 스피디한 전개로 오히려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 때문에 답답함을 유발하는 고구마 전개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애청자들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구해줘'가 드라마를 처음 연출하는 김성수 감독의 작품임과 동시에 정이도 작가의 입봉작이라는 점이다. 배우들 또한 주연 옥택연 및 소수의 조연들을 제외하면 그동안 시청자들이 브라운관에서 많이 보지 못했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야말로 신인들의 반란이 '웰메이드 드라마'를 탄생시킨 셈. 이에 OSEN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사옥에서 '구해줘'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을 만나 작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하 김성수 감독과의 일문일답.
Q. 후반부로 갈수록 시청자들 반응이 뜨거운데요. 체감하고 계시나요?
"거의 방송 나갈 때 댓글을 다 봐요. 저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항상 드라마에 대한 호감, 관심을 보여주고 계시죠. 그게 처음엔 의외였어요. 사실 어느 정도 욕먹을 각오를 했거든요. 좋고 싫음이 확실한 소재고 어떻게 풀어도 불편한 전개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관심을 보여주셔서 놀랍고 감사해요."
Q. 드라마의 기획 의도는 무엇인가요?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을 구해낸다' 이상의 어떤 걸 하고 싶었어요. 종교적인 문제를 떠나서 우리가 외면하려고 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하고 싶었죠. 그러면서 어떻게 아이들이 서로를, 그리고 본인 스스로를 구해내는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원작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해요. 각 캐릭터에 더 많은 사연을 줘서 그 속에 한국 사회의 아픈 부분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결과적으론 이로 인해 답답함을 느끼는 시청자분들도 계셨을 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요.
그래도 저희는 포괄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구해줘야만 하는, 그리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지 등에 대해 보여주려 했어요. 무지군이 하나의 현실 공간으로 작용하면서 '우리가 정말 구해야 하는 가치들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자'라는 게 이 드라마를 만들게 된 계기에요."
Q. 다소 민감한 소재를 택했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저흰 '할 얘기를 하자'라고 생각하고 밀어붙였어요. 제가 영화만 작업해 봐서 어떨 때 사이다가 있고 어떨 때 고구마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거든요. 시청자들의 반응을 계산하지 못한 상태로 작업했기 때문에 '원래 저희가 의도했던 대로 가자'고 밀어붙였죠."
Q. 민감한 소재라 걱정이 됐을 것 같아요.
"맞아요. 사실 처음엔 민감한 주제라 걱정이 많이 됐어요. 어떻게 어느 정도를 다뤄야 하는지 막막했죠. 맨땅에 헤딩하듯이 작업한 것 같아요. 작가님하고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이비 종교에 대해 연구하신 분들을 만나 조언을 많이 듣고 자료도 찾아봤어요. 결과적으로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보는 듯한 느낌으로 재현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죠.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이 어떤 연유로 그러는지, 그들이 왜 나오지 못하고 있는지, 그런 사이비 종교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하는 게 컸어요.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보여주는가에 집중했고 그렇게 해야 사람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어느 현실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존재처럼 보이니까 시청자들도 호응해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결국은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진짜 믿음이 무엇이냐'에 대한 답이요."
Q. '구해줘'는 조금산 작가의 웹툰 '세상 밖으로'와 접목한 드라마인데요. 혹시 원작을 보셨나요?
"저는 대본으로 이 내용을 처음 봤어요. 정이도 작가님은 웹툰 '세상 밖으로'에서 영감을 받아 대본을 쓰셨고요."
Q. 정이도 작가와는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요? 호흡이 잘 맞았는지도 궁금해요.
"제작사에서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왜 이런 걸 하려고 하느냐'라고 물었어요. 전 드라마를 모르는 사람이었고,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를 본 적도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제작사에서는 기존의 드라마와는 차별화된 작품을 하고 싶어 했고 시청률이 안 나와도 의미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 했죠. 그게 마인드가 마음에 들어 같이 하게 됐고, 이후 작가님과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한 대본을 두고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걸 알게 돼 함께 하게 됐어요. (작가님과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Q. '영화 같은 드라마'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요.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요?
"대본 장체가 다양한 장르에요. 스릴러도 있고 공포도 있고 청춘물도 있고 액션도 있고 약간의 첫사랑도 있죠. 궁극적으로는 휴머니즘이 있는 드라마에요. 그래서 영화적인 장치를 많이 쓸 수 있었어요.
운 좋게도 지금까지 같이 작업한 스태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우리가 하던 대로 하자'고 했어요. '잔재주를 피우고 싶지 않으니 아주 뚝심 있게 사람만 그리자'고 말했죠. 배우가 돋보일 수 있게요. 촬영 감독이나 편집팀한테 그 한 가지만 부탁한 것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은 배우라는 거요.
그 외엔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사운드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촬영을 빨리 끝내려고 했고요. 후반 작업을 좀 더 시간을 할애하고 싶었거든요.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 중 하나가 사운드에요. 그만큼 공을 들였고 영화 작업 못지않게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런 부분을 두고 '영화 같다'고 해주시는 것 같아요."
한편 지난 17일 방송된 '구해줘' 14회에서는 영부 백정기(조성하 분)를 속이기 위해 영모로서 기도를 올리는 임상미(서예지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특히 방송 말미, 구선원의 비리를 추적하던 잠입 기자 홍소린(전여빈 분)이 조완태(조재윤 분)에게 붙잡혀 충격을 안긴 상황. 이에 과연 임상미와 그의 조력자들이 구선원을 무너뜨리고 행복한 삶을 되찾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전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nahee@osen.co.kr
[사진] CJ E&M 제공, '구해줘'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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