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인터뷰] '복덩이' kt 로하스, "재계약? 제의받으면 행복할 것"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9.20 09: 30

만일 멜 로하스(kt)가 풀타임 시즌을 치렀다면 어떤 모습일까. 어쩌면 3할 타율에 30홈런-100타점 타자를 볼 수 있었을 지 모른다. 적응기를 지난 지금의 모습이라면 마냥 불가능해보이지 않는다.
kt는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을 15-7로 승리했다. 넉넉한 점수 차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혈전이었다. kt는 1-3으로 뒤진 8회 공격에서 대거 5득점하며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그러나 8회 수비에서 이내 4점을 빼앗기며 다시 6-7 역전을 허용했다.
패색이 짙은 상황, kt는 9회 다시 9점을 몰아치며 LG 불펜을 유린했다. 8회와 9회 합쳐 14득점. KBO리그 역사에 남을 법한 '대첩'이었다.

두 차례 빅 이닝의 선봉에는 모두 로하스가 있었다. 로하스는 8회 1사 후 좌선상 2루타를 때려냈다. 이후 윤석민의 볼넷과 유한준, 박경수의 연이은 적시타가 터져나왔다. 이어 9회에는 선두 타자로 나와 우측 담장 직격 3루타를 때려냈다. 홈런성 타구로 보였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3루타로 인정됐다. 후속 대타 오정복의 적시타 때 로하스는 홈인. kt는 9회 맹폭하며 타자 일순했다. 로하스는 다시 기회를 얻었고 이번에는 좌측 담장 넘기는 만루 홈런을 만들어냈다. 8회와 9회에만 3안타, 4타점, 3득점을 기록한 것이다.
경기 후 만난 로하스의 표정은 다소 상기돼있었다. 우천 연기 포함 5시간 가까이 치러진 혈투. 지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로하스는 "긴 경기였다.  하지만 스코어보드를 보라. 승리 팀은 kt다. 그게 전부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로하스는 7회까지 무안타로 침묵했다. 첫 타석 1사 1루, 날카로운 타구로 살아나갔지만 기록은 실책이었다. 이후 2타수 무안타를 더했다. 그러나 8회부터 2루타, 3루타, 홈런을 때려내며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단타 빠진 히트 포 더 사이클. 신기하게도 로하스는 일찌감치 '자전거 탈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로하스는 "안타가 없었지만 2루타를 때려냈던 8회 첫 타석에 들어서기 전,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뜬금없었지만 결국 실제로 이뤄질 뻔했다"라며 "하나를 남기고 무산된 게 한두 번도 아니라 크게 아쉽지는 않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kt는 6월과 7월 두 달 합쳐 8승36패에 그쳤다. 리그 최하위로 떨어진 이유였다. 하지만 8월(8승16패)부터 조금씩 살아나더니 9월 들어 10승6패, 승률 6할2푼5리를 기록 중이다. 월간 승률 1위의 기염이다. '커피맛 고춧가루'의 위용을 뽐내며 리그 판도를 바꾸고 있다. 그 중심에는 로하스가 있다. 로하스는 후반기 52경기에서 타율 3할1푼3리, 14홈런, 41타점을 기록 중이다. 적응기였던 6월을 거치자 7월부터 5홈런으로 장타 본능을 뽐냈다. 8월에는 8홈런, 20타점을 기록한 데 이어 9월에도 타격감이 식지 않았다. '성장형 외인'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
김진욱 kt 감독은  "로하스의 스윙을 처음 봤을 때 '저 선수가 정말 메이저리그 출신인가' 싶었다. 하지만 김광림 타격코치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이제는 복덩이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이 꼽은 로하스의 또다른 장점은 대처 능력이다. 김진욱 감독은 "로하스의 출장이 늘어나면서 투수들도 로하스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로하스가 분석을 이겨내더라. 기특하다"라고 그를 칭찬했다. 로하스는 "야구가 늘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는 것만은 분명하다"라고 칭찬했다.
대체 외국인 선수에서 재계약 1순위로 우뚝 선 로하스. 팬들은 '로하스의 여권을 빼앗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미국에서부터 습관처럼 언더셔츠를 입지 않는 로하스를 일컬어, kt위즈파크가 있는 '조원동 섹시가이'라는 별명도 지어줬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로하스는 크게 웃은 뒤 "정말 팬들 사이에서 그런 말이 나오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kt가 만일 재계약을 제안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한국 생활에 만족하기 때문이다"라고 운을 뗀 뒤 "계약은 분명 복잡한 문제다. 그러나 kt에 남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밝혔다.
로하스는 끝으로 "여름에 팀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팬들이 변함없이 응원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라며 "9월의 kt는 전체적으로 잘하고 있다. 타격은 물론 마운드도 안정됐다. 내년에도 함께한다면 더 좋아질 것이다"라고 인터뷰를 마쳤다.
성적은 물론 인성에 'kt부심'까지. 내년 시즌 탈꼴찌 이상의 목표를 노리는 김진욱 감독의 구상에 로하스는 이미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ing@osen.co.kr
[사진] 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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