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전체 6위’ 후반기 류현진, PS 자격 증명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9.20 05: 32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냉정했다. 18일(한국시간) 워싱턴전에서 류현진(30·LA 다저스)을 5회 2사 상황에서 교체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잡는다면 승리투수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 다소 논란이었다.
물론 상황 자체가 위기였다. 투구수 관리에 실패한 류현진의 잘못도 있었다. 결과론일 뿐 마냥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5선발’ 평가를 받는 선수의 비애라는 시각도 있다.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는 류현진으로서는 아쉬울 수도 있다. 다만 류현진의 후반기 성적을 보면 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음이 잘 드러난다. 포스트시즌 선발진에도 포함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어깨 수술 후 사실상 첫 시즌인 류현진은 4월 한 달 동안 다소 고전했다. 스스로 빠른 공에 대한 자신감이 별로 없었다. 구위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변화구 승부가 많아지다 보니 투구수가 늘어났고 이닝소화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감각이 조금씩 돌아오고, 커터를 장착한 이후로는 비교적 순항이다. 팀의 철저한 관리를 받고 있다는 점도 있으나 후반기 성적은 관리로만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류현진은 후반기 들어 확연히 나은 성적을 내고 있다. 류현진의 전반기 14경기(선발 13경기) 성적은 3승6패 평균자책점 4.21이다. 피안타율은 2할7푼9리로 높았고, 이닝당출루허용률(WHIP)도 1.40으로 자신의 평균보다는 훨씬 높았다. 그러나 후반기 9경기에서는 2승1패 평균자책점 2.36으로 선전 중이다. 피안타율(.218), WHIP(1.23) 모두 전반기보다는 좋아졌다.
이런 류현진의 성적은 메이저리그(MLB) 전체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선발로 8경기 이상을 나선 투수 중, 후반기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선수는 가장 강력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후보로 치고 나간 코리 클루버(클리블랜드)로 1.92다. 2위는 제이크 아리에타(시카고 컵스·1.98), 3위는 저스틴 벌랜더(휴스턴·2.04), 4위는 루이스 서베리노(뉴욕 양키스·2.09), 5위는 로비 레이(애리조나·2.20)다. 그 다음 6위가 바로 류현진이다.
즉, 팀 내 후반기 평균자책점 1위라는 말도 된다.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19일 필라델피아전 난조로 2.64까지 올라갔다. 그 뒤로 리치 힐(3.50), 마에다 겐타(3.93), 알렉스 우드(4.07), 다르빗슈 유(4.34) 순이다.
물론 평균자책점만으로 투수의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다. 상대 대진도 서로 제각각 달랐다.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투구인지, 혹은 강타선을 상대로 버틸 수 있는 스터프를 가졌는지 등 종합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류현진은 포스트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수 없다”는 기존의 인식은 재고될 법한 성적이다. 확실한 한 자리를 보장받을 법했던 우드의 후반기 성적이 다소 처졌다는 점을 고려해도 그렇다.
커쇼, 그리고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어쨌든 가을을 위해 데려온 다르빗슈가 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보면 남은 자리는 두 개다. 포스트시즌은 경험도 중요한 데 류현진이 밀릴 것도 없다. 류현진의 MLB 통산 포스트시즌 성적은 3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2.81. 지난해 비교적 좋았던 힐은 4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4.50, 마에다는 3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6.75, 우드는 4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91이다.
각자의 경력은 다르지만, 어쨌든 가을 경험이 그렇게 많은 유형들은 아니다. 무대는 다르나 오히려 큰 경기 경험은 국제무대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류현진이 많을 수도 있다. 류현진이 만약 남은 시즌에서 한 차례 이상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면 다저스는 고민에 빠질지도 모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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