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지난 3일 고척 넥센전에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7-1로 앞선 9회 대거 7점을 내줬다. KBO 리그 역사상 9회 6점 열세를 뒤집고 승리한 팀은 이날 넥센이 처음이었다.
지난 13일에는 10-5로 앞선 7회 김윤동 임창용이라는 필승조 투수들이 무너지며 대거 10실점, 경기를 내준 적도 있었다. 여전히 불안한 KIA의 불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한데, 결국 트레이드로 데려온 김세현(30)의 어깨를 지켜보는 형국이다. 이 두 경기의 공통점은 바로 김세현이 출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세현은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KIA 유니폼을 입었다. 넥센과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불펜 보강이 필요했던 KIA는 김세현을 영입하기 위해 팀 내 최고 좌완 유망주 중 하나인 이승호를 내주는 출혈도 감수했다. 김세현은 지난해 구원왕(36세이브)이었다. 직전 시즌 구원왕이 트레이드된 것은 KBO 리그 역사상 네 번째 있는 일이었다.
첫 사례는 임창용이었다. 1998년 34세이브를 따내며 구원왕에 오른 임창용은 1999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두 번째는 진필중. 두산 소속이었던 2002년 구원왕(31세이브)에 오른 진필중은 이듬해 KIA로 트레이드됐다. 세 번째는 이상훈이었다. 일본프로야구 경력을 마치고 돌아온 이상훈은 2003년 30세이브를 따내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2004년 SK로 트레이드됐다.
1997년부터 2003년까지 7년간 구원왕은 세 선수가 나눠 가졌다. 달리 말하면 리그를 대표하는 특급 마무리들이 짧은 기간에 대거 트레이드 블록에 오른 것. 성적과 희비는 엇갈렸다. 임창용은 삼성에서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좋은 활약을 했다. 부상이 오기 전까지는 정상급 기량을 유지했다. 진필중은 2004년 FA로 다시 LG 이적을 선택했으나 이후로는 부진했다. 이상훈은 트레이드에 반발해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김세현은 어떨까. 일단 가능성이 보인다. 김세현은 트레이드 이전 올해 평균자책점이 6점대(6.83)로 치솟는 등 부진했다. 몇 차례 2군행도 있었다. 넥센이 지난해 구원왕을 포기한 하나의 이유다. 그러나 KIA 이적 후에는 성적이 좋아졌다. 물론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16경기에서 2승과 5세이브를 챙겼고, 평균자책점은 3.86이다. 넥센 시절에 비하면 많이 떨어졌다. 9이닝당 탈삼진 개수도 9.37개로 넥센(8.07) 소속 좋아졌다. 현재 KIA 불펜에서 김세현만한 안정감을 주는 투수도 별로 없다.
20개에 육박하던 이닝당 투구수도 16.6개로 낮아졌다. 피안타율 등 전반적인 지표에서도 상승 곡선이 뚜렷하다. 실제 전반적인 경기 운영에서도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게 KIA 코칭스태프의 판단이다. 김세현이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 KIA는 9회에 대한 부담을 던다. 나머지 선수들의 운영 방안도 체계적으로 세울 수 있는 등 계산이 편해진다.
불안불안한 행보지만 KIA의 승차를 고려하면 1위로 시즌을 마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그러나 한국시리즈까지 바라보는 팀이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면 선발투수들의 이닝을 최대한 끌어당길 수 있지만, 그래도 단기전에서 믿을 수 있는 불펜 투수는 반드시 필요하다. KIA로서는 김세현이 그런 몫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8일 한화전은 그런 모습이 나왔다. 트레이드 직후 팀을 우승으로 이끈 클로저는 아직 없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