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 명제를 증명한 사나이가 있다.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39, 전북 현대)의 얘기다. 그는 다섯 아이의 아빠다. 1998년 프로에 데뷔했으니 어느덧 프로 20년 차가 됐다.
이동국이 불혹을 앞두고 K리그 역사를 썼다. 그는 지난 17일 포항스틸야드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9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원정 경기서 1골 2도움을 올리며 4-0 대승을 이끌었다.
이동국은 K리그 통산 197골 71도움을 기록하며 최초로 70-70 클럽(70득점 70도움)에 가입했다. 전무후무한 대기록이다.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도 수원 삼성의 레전드 염기훈(59골 97도움)만이 이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정든 고향에서 금자탑을 쌓아 더 뜻깊다. 이동국은 1998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3월 31일 아디다스코리아컵서 전북을 상대로 프로 데뷔골을 터트렸다. 19년하고도 반 년이 흘러 같은 장소에서 유니폼을 바꿔 입고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동국은 "내 고향인 포항에 와서 기록을 세우게 돼 감회가 새롭다. 첫 골도 여기서 넣었던 기억이 난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당시 상대가 전북이었다. 전북 유니폼을 입고 포항을 상대로 기록을 세우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K리그의 살아 있는 역사다. 통산 268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 이 부문 2위 데얀(서울, 209개)에 크게 앞서 있다. 또한 K리그 통산 460경기에 출장해 은퇴한 김기동(501경기)에 이어 필드 플레이어 최다경기 수 2위에 올라 있다.
이동국은 이제 전인미답의 대업에 도전한다. K리그 최초 200골과 80-80 클럽 가입이다. 200골까지는 단 3골, 전북은 9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올 시즌 기록 달성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동국은 "의욕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매 경기 주어진 기회를 성실하게 임하다 보면 은퇴하는 순간에는 모든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동국은 개인보다는 팀을 위한 희생을 강조했다. 욕심을 버리고 헌신한다면 기록은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생각이다. "선수로서 나가는 경기마다 찬스를 살리는 게 목표다. 매 경기 골을 넣고 싶다"는 그는 "200골이 아니라 팀 승리에 필요한 골이라는 생각으로 넣다 보면 기록은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국의 꾸준한 활약 비결은 나이를 잊은 열정이다. "운동장은 나이를 잊을 수 있는 공간이다. 경기를 뛰는 게 너무 재밌고 즐겁고 소중하다."
이동국은 올 시즌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K리그 21경기서 5골 5도움을 기록 중이다. 3년여 만에 태극마크도 달았다. 불혹을 앞둔 이동국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dolyng@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