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③] ‘살기법’ 감독 “김남길, 잘생김 감추려 살찌웠더니 더 멋져졌다”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17.09.22 06: 59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의 흥행 비결에는 배우들의 호연을 빼놓을 수 없다. 설경구는 물론이고 김남길, 오달수, 설현까지 캐릭터에 제대로 녹아들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설경구는 혹독한 체중 감량으로 알츠하이머에 걸린 70대 노인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눈의 떨림까지 표현해내는 디테일한 그의 연기는 그가 대체불가 배우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이와 반대로 김남길은 증량으로 색다른 매력을 뽐냈고, 설현 역시 제 몫을 충분히 해내며 아이돌을 넘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원신연 감독은 최근 서울 팔판동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모두 첫 번째로 생각했던 배우들을 캐스팅 하게 됐다고 밝힌 그는 “이 배우들이 떠올랐다. 다른 분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영화를 보시는 관객 분들이 평가를 해주실 부분인데 채점일 수 있고 격려의 박수일 수도 있을 것이다. 보통 이런 유명한 원작 소설이 영화화 될 때 가상캐스팅을 독자들이 많이 하는데 김남길 같은 배우는 제가 가상 캐스팅이라고 볼 수 있는 설문을 했을 때 압도적으로 이야기가 나왔다. 설경구 배우는 소설을 몇 장 넘기기도 전에 이미 이건 꼭 설경구 배우님이 해주셔야 한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갖게 됐다. 설현 배우는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소설의 판타지성과 영화의 리얼리티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누굴까 하다가 바로 설현이라는 배우가 떠올랐다. 오달수 배우는 영화 자체를 무겁거나 어렵지 않게 자연스럽게 잘 끌어주면서 거기에 스릴러적으로 어울리는 배우였다”고 캐스팅 이유를 설명했다.
개봉 전 일각에서는 설현의 연기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았다. 아이돌 출신 배우에 대한 선입견은 없었냐는 질문에 그는 “저는 배우를 캐스팅 하는 데 있어 선입견은 없다. 오히려 장점이라고 봤다. 캐스팅 당시에 설현이라는 배우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어떤 판타지적인 요소를 긍정적으로 품고 있다고 생각했다. 설현이라는 배우의 본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요소를 소비하고 있고 그 인위적인 요소 안에 어떤 판타지가 형성이 되어 있었다. 이런 판타지는 ‘살인자의 기억법’이라는 원작 소설이 가지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판타지성과 일치한다”고 답했다.
이어 “여기에 더 해서 제가 판타지적인 부분과 일치하는 이 설현이라는 배우를 영화에서 리얼하게 사실적으로 연기할 수 있게만 내가 만들 수 있다면 저 인물의 판타지성과 리얼리티함이 합쳐져서 오히려 묘한 느낌의 은희가 만들어 질 수 있겠다 생각했다. 설현이라는 친구를 만나자 마자 이 친구의 준비된 자세나 이 캐릭터를 분석해온 부분이나 시선들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캐스팅하게 됐다. 오히려 많은 분들이 우려하는 모습이 장점으로 비춰졌다”고 덧붙였다.
설경구와 김남길이 감량과 증량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 대한 질문에는 “두 분 다 마찬가지인데 우리 주변에 녹아 있어도 특별히 눈에 잘 띄지 않아야 한다라는 게 감량과 증량을 시작하게 된 중요한 이유이다. 우리 주변에 있어도 특별히 눈에 띄지 않을 만큼 평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설경구 배우가 감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감량이 쉬워서라기보다 대체적으로 알츠하이머에 걸리신 분들이 음식조절이 잘 안 되서 많이 말라 계신 분들이 많다. 물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계속 먹는 분들도 계신데 그 중간이 잘 없다. 그래서 감량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김남길 배우 같은 경우는 워낙 잘생김이 있다. 그 잘생김을 될 수 있으면 감추기 위해서 살을 찌워서 감추고 좀 평범해지자 해서 증량을 하게 됐다. 훨씬 더 섬뜩하게 보이지 않을까 했다. 김남길의 민태주는 이중적 모호성이 있어야 하는 캐릭터다. 그래야 알츠하이머에 걸린 김병수의 망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인물일지 아니면 현실 속에 존재하는 인물일지를 가지고 끝까지 몰입하면서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모호성을 갖기 위해서 조금 더 평범한 방향으로 캐릭터 설정을 한 것이다. 멋진 걸 가리기 위해서 살을 찌웠더니 더 멋지게 됐다. 외모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웃음)”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배우들은 유독 감독과 많이 상의하고 질문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신연 감독은 “배우 분들이 워낙 좋으셨다. 저는 시나리오를 보는 방향, 그러니까 쓴 사람과 본 사람의 방향이 같고 그 캐릭터를 만든 사람과 표현해야 될 사람의 생각이 같은 순간 그 다음부터 배우한테 자유를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인형이 아니라 살아있는 유기체고 연기가 아니라 진짜 그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통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래서 저는 그 두 가지가 맞아지면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십시오. 저는 카메라 들고 따라다니겠습니다’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하나 하나씩 만들어진 캐릭터들이다. 배우 분들이 만드신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mk3244@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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