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②] 원신연 감독 “내 영화의 모든 인물에는 사연이 있다”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17.09.22 06: 59

“소설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영화.”
원신연 감독이 언론 시사회 때 말한 영화에 대한 이 설명처럼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원작 소설과 같지만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라는 기본 캐릭터 설정은 같지만 김남길이 연기한 민태주와 설현이 맡은 은희 캐릭터는 상당부분 설정이 달라졌고 원작에 없는 오달수의 안소장 캐릭터가 새로 추가됐다.
원작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결말. 영화는 소설과는 다른 결말을 보여주며 변화를 꾀했다. 원신연 감독은 최근 서울 팔판동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영화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김영하의 원작소설은 흡인력 있는 스토리의 전개로 책장이 빠르게 넘어간다. 하지만 그에 반에 영화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은 호흡으로 진행된다. 이에 대해 원신연 감독은 “의도된 연출이고 의도된 구조다. 이 영화 자체가 호흡이 중요한 영화는 아니었다. 장르적으로 빠르게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김병수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무엇을 향해 나아가느냐가 중요한 영화다. 관객들이 김병수의 시선에서 같이 느끼려면 그의 혼란과 혼돈에 같이 빠져들었다 나왔다 하면서 계속 김병수의 눈을 직시를 해야 결국은 종반에서 김병수가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지를 같이 느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등장인물들이나 사건들도 김병수의 눈으로 혼란스럽지만 집요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망상일지 현실일지 모르는 민태주의 등장 자체를 장르적으로 빠른 호흡으로 편집해서 넘기면 그의 본질을 김병수처럼 바라보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관객들이 즐기는데 있어서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호흡은 가장 정갈하고 집요하리만치 정적으로 구성을 했다. 그래서 요즘 영화들의 흐름과는 반대이긴 하다. 하지만 관객들이 이런 묵직함에 대해서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구조 자체를 느린 호흡으로 설정을 했다.”
결말을 원작과 다르게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소설에서 등장하는 김병수라는 캐릭터와 영화 속 김병수는 같지만 다르고 굉장히 다르지만 굉장히 같다. 소설과 영화를 보는, 소비하고 즐기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소설에 등장하는 결말은 영화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리고 영화로서 소비했을 때 훨씬 즐겁고 깊이 있고 입체적인 결말을 위해서 결말의 방식을 그렇게 설정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원작과 약간 씩 다른 영화의 캐릭터 설정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었다. 원 감독은 “소설 속 김병수를 응원하기는 쉽지 않다. 자기 색깔과 철학이 뚜렷하고 어떻게 보면 우주적 존재일 수도 있는 느낌이 있다. 영화에서의 김병수를 우주적 존재로 그린다면 과연 일반적인 관객들이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에서 그 인물을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냐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것이 바로 판타지로서 소비하는 소설과 리얼리티로 소비하는 영화의 차이인 것이다. 살인마라는원죄는 용서할 수 없지만 그의 상황은 응원할 수 있는 인물로 변화를 주면서 관객들이 인물에 더 직접적으로 동화되면서 영화를 쫓아갈 수 있게끔 캐릭터 변화를 시켰다”고 설명했다.
또한 영화에서 화제가 된 것 중 하나는 극의 말미에 공개되는 김남길이 연기한 민태주 캐릭터의 비밀이다. 이에 김남길의 캐릭터는 호빵맨이라고 불리기도. 이에 대해 원 감독은 “제가 만드는 영화의 모든 인물은 모두 사연이 있다. 영화에는 다 등장하지 않을 뿐. 저는 주로 비하인드라는 수첩을 만들어서 그 인물이 나오는 분량이 적더라도 비하인드는 다 만들어 놓는다. 메인 배우일수록 비하인드 스토리가 길다. 민태주의 그 설정은 그의 트라우마와 그가 소시오패스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짧고 임팩트 있게 설명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설정이었다”며 “그런 이미지적인 전달력은 센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민태주라는 인물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고 생각해 볼 여지를 줄 수 있는 그런 설정이었다. 그 설정 안에는 그가 왜 트라우마를 갖게 되고 소시오패스가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이 다 표현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캐릭터 마다 사연을 붙여주는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영화를 만드는 아직까지의 방식인 것 같다. 제가 그들의 사연을 전지전능하게 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거기에 가깝게 그들에 대해 다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영화 안에서 그들의 갈등이나 욕망 같은 것들을 관객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게끔 영화에서 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극소수의 급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배우들이 아니고서는 나는 어떤 인물이야를 대부분 물어본다.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해야 하는지 왜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를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상황도 전부 다 물어본다”고 밝혔다. /mk3244@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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