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①] ‘살기법’ 감독 “영화 본 김영하 작가 반응, 굉장히 좋았다”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17.09.22 06: 59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이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개봉 첫날부터 지금까지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수성하며 올해 개봉한 한국 스릴러 영화 중 처음으로 2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올해 최고의 스릴러 흥행작으로 등극할 예정이다.
외화들의 공세에도 끄떡없이 꾸준한 흥행세를 보이고 있는 ‘살인자의 기억법’의 힘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탄탄한 원작에서 나온 흥미로운 소재와 매력적인 스토리가 큰 몫을 차지한다. 김영하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마라는 소재에서 비롯된 흡입력 있는 스토리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원신연 감독은 최근 서울 팔판동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살인자의 기억법’을 영화화 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원 감독은 소설을 읽고 매료됐다며 “전복과 재창조, 재조합, 해체를 아무리 반복해도 절대 원작은 훼손되지 않는다는 원작 훼손의 불변의 법칙을 단단하게 가지고 있는 작품인 것 같았다. 영화로 만드는 창작자에게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 될 것 같았다. 원작이 절대 훼손되지 않을 단단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원작을 좋아하는 독자들도 영화를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영화화를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이어 “중요한 건 원작을 이루고 있는 큰 줄기인데 하나는 캐릭터다. 연쇄 살인범이라는 캐릭터 위에 얹어진 알츠하이머라는 설정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강렬함과 신선함이 충격적이면서도 전복되기 힘든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었다. 두 번째는 알츠하이머라는 소재에서 오는 병적 특징과 거기서 발현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자유로우면서도 어떤 벗어날 수 없는 틀을 가지고 있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서 원작 내용을 아무리 비틀고 재창조를 하더라도 이 원작이 구성해 놓은 부분이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원작 소설의 스토리는 굉장히 흥미롭지만 영화화하기에는 쉽지 않은 구성을 취하고 있다. 각색 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원신연 감독은 “제가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원작이 적어도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원작소설의 팬이 되신 독자 분들이 영화를 봤을 때 소설에서 느꼈던 그 애정이 변하지 않고 영화로 그대로 옮겨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각색하면서 영화가 하나의 완결성을 갖추되 원작 소설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 매력들은 재해석하고 재창조하지만 훼손하지는 말자, 존중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존중을 하자라는 생각으로 각색했다. 원작에서 영화로 옮겨 오면서 가장 신경을 썼고 어려웠던 점은 그것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었으며 또한 원작을 해체하고 재창조하는 과정들이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원 감독은 원작자인 김영하 작가와는 각색과정에서 전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김영하 작가님과는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대해서 이야기 나눈 것은 전혀 없다. 영화는 영화로서의 문법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유를 주셨다. 저도 한 번 만나 뵙고 싶었는데 영화는 영화로 자유롭게 만드시는 것이 본인도 기대하고 관객도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라고 하시면서 자유를 주셨다. 영화는 김영하 작가님과는 상관없이 자유롭게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김영하 작가도 영화를 봤냐는 질문에는 “두 번 보셨다.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김영하 작가님도 분명히 작가의 시선으로도 영화를 보셨겠지만 일반 대중의 시선으로도 보셨을 것이고 일반 관객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셨다면 위대한 소설의 영화적 재창조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고 보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원작과의 비교는 감독에게도 부담스러울 터. 원 감독 역시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고 원작이 워낙 팬층이 두텁고 소설 속 세계 자체가 워낙 독특하기 때문에 이 독특한 세계를 좋아하는 팬들은 많이 좋아한다. 그 많이 좋아하시는 부분들을 최대한 훼손시키지 않는 선에서 영화도 즐기면서 더 좋아하게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 속에 존재하는 이 캐릭터나 상황이나 사건들은 소설이 없었으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상황이기 때문에 영화에도 애정을 갖고 보시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mk3244@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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