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의 헨리 소사(32·LG)는 별명 그대로 '소사이언'이었다. 3연패 수렁 속에서 꺼져가던 팀의 가을야구 불씨를 간신히 살렸다. 거기에 4년 연속 10승을 거두며 명실상부 '효자 외인' 자리를 굳혔다.
LG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전을 8-1로 승리했다. 타선이 장단 12안타를 폭발시키며 한화 마운드를 유린했다. 마운드에서 빛난 건 단연 헨리 소사였다. 소사는 8이닝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10승 고지에 올랐다.
LG는 이날 전까지 3연패 수렁에 빠져있었다. 투타의 난조가 뚜렷했다. 연패의 시작이었던 14일 수원 kt전에서는 선발투수 류제국이 2이닝 4실점으로 일찌감치 물러났다. 뒤이어 나온 불펜진도 6⅓이닝 6실점으로 좋지 못했다. 이튿날인 15일 kt전에서도 선발 임찬규는 5이닝 3실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불펜이 5⅓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으나 끝내기 패배를 막지 못했다.
장소를 옮겨 16일 잠실 한화전. 다시 불펜이 말썽이었다. 선발투수 차우찬은 7이닝 2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 호투로 한화 타선을 압도했다. 그러나 불펜이 2이닝 3실점으로 차우찬의 승리를 날렸다.
결국 LG로서는 소사의 호투가 절실했다. 그리고 소사는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팀의 기대에 응답했다.
첫 위기는 3회. 소사는 1사 후 이동훈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이어 견제 과정에서 송구가 옆으로 엇나갔다. 걸음이 빠른 이동훈은 그 사이 3루까지 향했다. 그러나 소사는 흔들리지 않고 후속 타자들을 잘 잡아냈다. 4회부터 7회까지 4이닝은 1피안타 무실점.
LG 타선이 7회 넉 점을 뽑으며 8회까지 8-0 리드. 소사는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사 후 볼넷, 2사 후 안타를 내줬지만 실점하지 않았다. 소사의 마지막 이닝이었다.
소사는 이날 호투로 두 가지 대기록을 세웠다. 먼저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고지에 올라섰다. 4년 연속 10승은 KBO리그 역대 28번째 대기록이다. 외국인 투수로 범위를 좁히면 다니엘 리오스(2002~2007년, 6년 연속), 더스틴 니퍼트(2011~2014년), 앤디 밴헤켄(2012~2015년)에 이어 네 번째 대기록이다.
소사는 KBO리그 데뷔 첫 해인 2012시즌, KIA 유니폼을 입고 9승8패, 평균자책점 3.54로 눈도장을 찍었다. 2013시즌에는 9승9패, 평균자책점 5.47로 부진. 그러나 넥센 유니폼을 입은 2014년 처음으로 10승 고지에 올라섰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LG 유니폼으로 갈아입었지만 '10승 요정'의 면모는 여전했다. 소사는 2015년과 2016년 모두 10승을 기록했다. 앞선 세 시즌 모두 10승에서 정확히 멈췄던 점은 아쉽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기록이다.
아울러 소사는 개인 통산 1,000이닝 돌파에도 성공했다. KBO리그 역대 80번째 기록. 그러나 외국인 선수 중에서는 다니엘 리오스(1242이닝)와 더스틴 니퍼트(1098⅔이닝)에 이어 세 번째에 해당한다.
LG는 이날 전까지 13경기를 남겨뒀다. 잔여 경기는 가장 많지만 5위 SK와 승차는 여전히 2.5경기. 반전의 계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소사는 지금 LG에 가장 필요한 1승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일궈냈다. '소사이언' 그 자체였다. /ing@osen.co.kr
[사진] 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