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국민OO들의 내려놓음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7.09.15 14: 10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내려놓는다는 건, 말이 쉽지 실행으로 옮기기 힘든 일이다. "과거 오만했다"라고 고백하고, "천천히 내려오는" 자신을 바라보는 일을 그 누가 쉽게 할 수 있을까. 하물며 누구나 다 인정하는 톱의 자리에 있었던 이들에게는 더더욱 힘든 일일 터.
하지만 예능대부도, 국민MC도, 국민요정도 흘러가는 세월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같은 변화는 대중들에게 다시 한번 큰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최근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이효리라 할 수 있다. 과거 핑클 시절과 솔로 활동 시절 독보적인 엔터테이너로 군림해왔던 이효리의 영향력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효리가 떴다 하면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이 상승하고, 말과 행동 모두 화제의 중심에 선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JTBC '효리네 민박'에서 공개된 이효리 이상순의 결혼 생활과 일상은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단순히 이효리의 일상을 훔쳐보는 재미를 넘어서서 이효리가 전하는 인생 조언에 큰 위안을 받는다. 그래서 일요일 '효리네 민박' 보는 시간만 기다린다는 시청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건 이효리의 "차근차근 내려오고 있다"는 고백이었다. 후배 가수인 아이유와 대화를 하면서 박수 칠 때 떠나는 것보다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들다고 밝힌 이효리는 그 힘든 일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스타이기에 조금 더 욕심을 내도 좋을 듯한데 이효리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제주도의 삶에 푹 빠져 평범한 일상을 지내고 있는 이효리다. 그리고 이런 이효리의 진솔한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대중들은 더욱 열광적이고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곤 한다. 
'예능 대부' 이경규와 '국민 MC' 강호동도 마찬가지다. 방송 환경에 발맞춰 조금씩 활동 범위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두 사람은 자신이 꼭 부각되지 않는 프로그램에도 기꺼이 출연을 하며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시작은 이경규였다. 메인 MC가 아닌 게스트로 예능에 출연하던 그는 최근 SBS '정글의 법칙'에까지 출연, 고생길을 걸었다. 예전의 이경규를 생각하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이경규는 현재 지상파를 넘어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사를 종횡무진하며 더욱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강호동은 지상파를 벗어나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에 틀을 잡았다. 물론 이 같은 결정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 변화를 꾀한 강호동의 선택은 옳았다. 그리고 강호동은 최근 방송된 올리브 '섬총사'에서 "천성이 말을 많이 하고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며 "원래 철학이 없는 사람인데, 철학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게 기가 찬다"라는 고백을 했다. 
남들보다 이른 성공을 경험한 강호동은 "씨름도 내 생각대로 했는데 맞았고, 방송도 내 생각대로 했는데 맞았다. 하나가 맞고 두 개가 맞으니까 나머지도 다 맞다고 착각했었다. 까불고 건방져지고 슬럼프도 왔다"며 "삼대 악재 중 소년 출세가 있는데 내가 바로 소년 출세의 중심 아니었나. 아주 굴곡이 많았다"라고 자신의 지난 날을 돌아봤다. 큰 성공 이후 여러 풍파를 맞았던 강호동이었기에 가능했던 자기 비판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생각과 반성은 강호동을 다시 일어서게 하는 이유가 됐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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