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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추진’ 라틀리프, KBL에서 당분간 외국선수 신분

[OSEN=서정환 기자] 리카르도 라틀리프(28, 삼성)의 특별귀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KBA)는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KBA와 KBL은 대한민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라틀리프의 특별귀화 추진에 합의했으며,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라틀리프가 귀화해 농구대표팀에 합류한다면 전력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본인 역시 중동 및 필리핀에서 비슷한 제의가 있었음에도 한국을 가장 원하고 있다. 문제는 조건이었다. 라틀리프에게 태극마크를 줄 경우 KBL에서 그를 국내선수로 볼 것인지 등 복잡한 문제가 남아있었다. 라틀리프 역시 금전적&제도적 이득이 없을 경우 타 리그 진출 또는 타 국가 귀화를 마다하고 굳이 한국을 택할 이유가 없다.

이성훈 KBL 사무총장은 “라틀리프가 다른 국가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았다. 하지만 본인이 한국으로 귀화해 대표팀에서 뛰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다. 금전적인 문제를 떠나 (귀화를 하려는) 라틀리프의 순수성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금전적) 범위 내에서 합의했다”고 당부했다.


▲ 라틀리프, 당분간 KBL에서 외국선수 신분

라틀리프는 다음 시즌까지 삼성에서 뛴다. 라틀리프가 한국국적을 취득하더라도 KBL에서는 당분간 외국선수 신분을 적용한다. 이성훈 KBL 사무총장은 “라틀리프에게 유예기간을 준 후 추후에 제도를 손질해 국내선수 신분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라틀리프는 일정기간 KBL에서 외국선수 신분으로 뛴다. 라틀리프의 소속팀이 외국선수를 추가로 2명 더 보유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KBL에서 외국선수가 3년간 특정팀에 머물면 재계약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 2012년 모비스에서 데뷔한 라틀리프도 2015년 이 조항에 따라 삼성으로 이적했다. 라틀리프와 삼성의 계약기간은 2017-18시즌까지다. 그렇다면 귀화에 따른 라틀리프의 소속 문제는 어떻게 될까.

이 총장은 “당장은 삼성에서 뛰고 2017-18시즌이 끝난 뒤 라틀리프를 소유하고자 하는 구단들에게 입찰을 신청 받아 추첨한다. 해당구단이 3년 보유 후 다시 입찰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라틀리프는 과거 폐지된 혼혈선수처럼 3년 마다 팀을 옮겨야 하는 셈이다.

물론 라틀리프가 유예기간이 끝나 완전한 국내선수가 될 경우 여기에 해당사항이 없어진다. 현재 라틀리프가 28세임을 감안한다면 기량이 떨어지는 7년은 지나야 KBL에서 완전한 국내선수 자격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 ‘국가대표’ 라틀리프에 대한 대우는?

국가대표 라틀리프에 대한 대우는 어떻게 될까. 필리핀 등 여러 국가에서 라틀리프에게 국가대표팀에서 한시적으로 뛰는 조건으로 거액을 제시한 것이 사실이다. 라틀리프는 선수로서 안정적으로 오래 생활하기 위해 한국을 선택했다. 자녀교육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극마크를 다는 운동선수는 국가대표 소집기간 중 훈련수당 하루 6만원을 받는다. 스타인지 아닌지 상관없이 모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대표선수는 국가를 위한 명예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라틀리프에게 하루 6만원을 주고 봉사하길 권하기는 쉽지 않다. 농구협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금액은 밝힐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적정선의 금액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농구협회는 국제대회 출전 시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 좌석에 탈 수 있는 기준으로 204cm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199cm인 라틀리프 역시 이코노미 좌석에 타야 한다. 농구협회 관계자는 “(라틀리프에게 똑같이 적용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소속구단과 긴밀한 협의를 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라틀리프에게 맞춰주기 위해 신장제한을 내리기도 애매하다. 그럴 경우 수혜자가 많아져 농구협회의 예산이 크게 부족해진다. 결국 라틀리프에게만 예외를 적용하는 식으로 편의를 봐줄 가능성이 높다.


▲ 라틀리프, 11월 A매치 뛸 수 있나

농구협회와 KBL이 라틀리프의 귀화를 서두르는 이유는 오는 11월 시작하는 2019 중국농구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라틀리프를 투입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11월 23일 뉴질랜드 원정을 시작으로 홈&어웨이 방식으로 A매치를 치러야 한다. 한국은 지난 2017 레바논 아시아컵에서 3위를 하며 자존심을 다소 회복했다. 라틀리프가 합류한다면 금상첨화이자 화룡점정이다. 아시아제패를 통한 올림픽 진출도 꿈은 아니게 된다.

당장 라틀리프는 9월 중순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 공정위원회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여기서 대한체육회장의 승인과 추천을 얻어 다시 법무부에 귀화절차승인을 요청한다. 국적심의위원회가 열리면 라틀리프의 특별귀화여부를 최종 심사하게 된다.

특별귀화를 통해 체육분야 인재들이 한국이중국적을 취득한 사례는 많다. 특히 오는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선수들이 대거 한국국적을 취득했다. 한국의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농구에서는 특별귀화가 일사천리로 처리된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 2015년 첼시 리가 특별귀화를 신청한 가운데 조작한 서류를 제출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대한체육회는 첼시 리의 귀화를 이미 승인했는데, 에이전트의 제보로 법무부 심사에서 서류조작이 드러났다. 첼시 리 때문에 농구협회와 대한체육회의 위상도 추락했다. 라틀리프의 경우 귀화절차가 더욱 까다롭게 진행될 수 있다.

물론 라틀리프는 한국배경을 가진 선수가 아니기에 제출서류를 조작할 이유가 없다. 행정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법무부에서 라틀리프가 귀화를 하려는 의도와 진정성을 어떻게 보느냐가 관건이다. 또 라틀리프가 귀화 후에도 계속 한국에 남아 체육계에 공헌하며 국익에 우선이 될 수 있느냐를 본다.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진다 해도 라틀리프가 11월에 당장 A매치에 뛰기엔 시간이 촉박한 것이 사실이다. 농구협회 관계자는 “국적심의위원회가 정기적으로 열리지 않는다. 특별귀화가 승인이 난 후에도 호적과 신분증을 만드는 등 여러 가지 행정적 절차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11월 23일 뉴질랜드전에 뛰려면 적어도 11월 6일까지 FIBA에 선수등록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라틀리프는 귀화를 하더라도 2월 A매치에나 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라틀리프 귀화해도 문제는 있다

라틀리프가 귀화한다고 한국농구의 모든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설령 성인대표팀이 아시아권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고 해도 한국농구 전체가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틀리프의 귀화는 한국농구가 키워낼 수 없는 선수를 돈을 주고 데려와 일시적으로 쓰는 격이다. 먼 미래를 보고 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 하는데, 당장 사과 하나를 사먹는 미봉책이 될 수도 있다.

라틀리프의 합류로 대표팀에서 뛸 수 있는 선수도 한 명 줄어들게 된다. 지난 아시아컵에 라틀리프가 있었다면 미래를 위해 대학생 양홍석에게 기회를 주는 일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양홍석은 전력에 큰 도움은 되지 못했지만, 대표팀을 경험한 것만으로도 크게 성장했다. 농구협회와 KBL은 귀화선수 영입과 함께 앞으로 유망주를 어떻게 키워낼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함께 고민을 해야 한다.

국내선수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불거질 수도 있다. 국내선수들은 어려운 시기에 대표팀에 뽑혀 손빨래를 하고, 도시락을 먹어가며 국가에 봉사했다. 라틀리프가 더 좋은 대우를 받을 경우 기존 선수들이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대표선수들에게 자부심을 부여할 수 있을지 KBL과 농구협회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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