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바람맞기 좋은 날엔 전기자전거 '팬텀 제로'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7.09.12 06: 00

딱 바람맞기 좋은 날이다. 한여름 뙤약볕이 어느 새 따사로운 햇살로 변했다. 가벼운 차림에 자전거로 공원이나 집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적합한 날씨다. 주말에 자전거를 타는 것이 일상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어떤 종류가 있는지 주위를 살피게 된다.
IT가 교통수단에 접목되면서 자전거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러면서 차 전기자전거에 대한 관심도 차츰 높아지고 있다. 평소 익숙한 자전거에 전기의 힘이 가미된 느낌은 어떤 것일까. 삼천리자전거가 얼마 전 출시한 '팬텀 제로'를 타봤다.
▲ 남녀노소 다 괜찮네

팬텀 제로를 처음 실물로 봤을 때 느낌은 날렵함보다는 묵직함에 가까웠다. 자전거를 이루는 뼈대인 알루미늄 프레임 때문인 것 같다. 프레임이 남성용 느낌이 강한 톱튜브와 여성을 위한 다운튜브를 합친 일종의 모노튜브 형태다. 20인치 휠도 제법 안정적으로 보인다. 코너링에서도 불안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성은 물론 어르신,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무리없이 안장에 앉고 내릴 수 있었고 주행에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앞 바퀴부터 안장을 받치는 시트튜브까지 하나로 두툼하게 이어진 팬텀 제로의 디자인은 심플하면서도 미래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저런 케이블이 지저분하게 나와 있지 않아 깔끔하기도 했다.
▲ 살아서 움직이네
자전거는 주말마다 타는 편이다. 그래서 전기자전거는 일반 자전거와 어떤 것이 다를까 궁금했다. 가장 큰 차이는 일단 외관상 시트튜브 프레임에 묵직한 배터리가 달려 있다. 그리고 왼쪽 손잡이 부분에 아담한 LCD 디스플레이 스크린이 보인다. 그리고 오른쪽에 스로틀 그립이 있다. 
이런 디자인의 차이 때문일까.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더니 전기자전거를 알아보고 이리저리 살펴보거나 자전거 이름이 뭔지,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 묻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은 주행 중 일반 자전거와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이었다. 
일반 자전거와 가장 큰 차이는 처음 올라타는 순간 알 수 있다. 중심을 잡기 위해 급하게 페달을 밟아야 하는 일반 자전거에 비해 팬텀 제로는 페탈을 밟으면 '스르륵' 앞으로 나간다. '살아서 움직이네'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누가 부드럽게 밀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 또 페달을 밟으면 힘이 들지 않는다. 무릎에 전혀 무리가 없다. 
▲ 조용한 오토바이?
스로틀 그립은 일반 자전거와의 차이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오토바이 손잡이를 떠올리면 된다. 오른쪽 핸들바에 있는 스로틀 그립을 살짝 돌리면 자전거가 쑥 나가고 힘을 빼면 속도가 줄어든다. 페달을 밟을 필요가 없다. 이 상태로 최대 25km를 달릴 수 있고 최고 20km/h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시원한 바람을 느끼기에 충분한 스피드다. 팬텀 제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주행할 때 묵직하면서도 날렵한 점이다.
이런 팬텀 제로의 전기적 요소를 즐기기 위해서는 LCD 화면을 항상 켜야 한다. 왼쪽 가운데 버튼을 조금 누르고 있으면 켜진다. 여기에는 배터리 잔량부터 현재시각, 주행거리, 누적거리, 후미등, 단조절 변속시스템 등이 표시된다. LCD 패널 바로 아래에는 USB포트가 있어 주행 중 휴대폰 충전도 가능하다. 스마트한 자전거의 삶이 여기서 펼쳐지는 셈이다. 
특히 화면 왼쪽 하단에 있는 '어시스트 단계'는 0~5단계를 표시한다. 왼쪽 파워버튼 아래 위에 있는 화살표 버튼으로 조절할 수 있다. 0단계는 일반 자전거라고 보면 된다. 페달을 밟아야 한다. 5단계는 전기장치의 도움이 가장 큰 상태다. 최고 25km/h 속도를 낼 수 있다. 아래 화살표 버튼을 오래 누르면 P모드가 된다. 팬텀 제로가 저절로 앞으로 간다. 자전거를 끌고 다니기 힘든 오르막 경사에서 편리하다.
▲ 그래도 아쉬운 것들
팬텀 제로의 무게는 17.2kg이다. 일반 남성이 들고 옮기기에 살짝 부담스러운 무게일 수 있다. 여성이나 아이가 아파트 집안 베란다에 보관하기 위해 혼자 들기에는 버거울 것 같다. 그렇지만 주행할 때 안정적으로 깔리는 느낌에 속도감까지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의 무게는 긍정적이다. 
한 번 충전으로 60km 이상을 갈 수 있어 자주 충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자전거에서 분리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여성이나 어르신, 아이들은 제법 힘을 줘야 한다. 또 배터리 접합 부분이 제법 날카롭다. 배터리를 분리할 때는 장갑 착용을 권한다. 배터리 자체 무게가 1.5kg이란 점도 알고 있는 게 좋겠다. 
스로틀 사용 방식은 처음에는 살짝 놀랄 수 있다. 길진 않지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정해진 출력을 내도록 정해져 있는 만큼 '튀어나간다'는 느낌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적응이 되면 문제가 없다. 앞서 설명한 P모드는 평지에서는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스로틀 그립 조작도 주행 중이 아닐 때는 조심해야 한다. 
가격이 98만 원이다. 다른 전기자전거에 비해 싼 편이다. 하지만 고가인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자전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전기자전거라는 것을 알아본다. 도난 가능성 때문에 길가에 세워두기가 다소 애매하다. 도난 방지용 열쇠가 있지만 불안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무릎에 무리가 가는 어르신이나 체력이 다소 약한 어린이, 자전거를 타고 장거리 출퇴근이나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추천할 만하다. 잦은 배달이나 검문을 위해 돌아다녀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괜찮을 것 같다. 단 오로지 운동을 목적으로 전기자전거를 산다면 '글쎄'. 적극 추천하고 싶지 않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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