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개콘' 정명훈 "오나미·김민경 외모비하? 저도 당하는데"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7.09.10 11: 33

"인기 실감? 재밌다는 얘기가 늘었어요"
학창시절 때부터 재밌다는 얘기를 꽤 들었고 군대 선임과 제대 후 KBS 공채 개그맨 시험을 함께 봐 홀로 단박에 붙었다. 그럼에도 스스로 천재형 혹은 노력형 개그맨이 아닌 그저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김준호, 김대희를 제외하면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서열 1위인 개그맨 정명훈의 이야기다. 현재 그는 여후배 오나미, 김민경, 이현정과 함께 '명훈아 명훈아 명훈아' 코너를 이끌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여사친' 세 명과 '남사친' 한 명이 언어유희와 디스 개그를 펼치는 이 코너에서 정명훈은 특유의 툭 치고 빠지는 센스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2001년에 데뷔해 17년째 롱런하고 있는 그가 다시 한번 비상한 셈이다.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하루에 인터뷰 3개를 하고 있다"고 에둘러 답한 정명훈이다. 젠틀하면서 진중했던, 그러면서도 순간순간 위트와 재치를 잊지않은 정명훈과의 인터뷰 보따리를 풀어본다.  
◆"외모 비하? 개그는 개그일 뿐"
최근 '개그콘서트'는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최고참인 정명훈은 의무적으로 새 코너를 만들라는 제작진의 지시를 받았고 이미 짝을 이룬 후배들을 두고 남아 있던 김민경, 오나미, 이현정과 합을 맞추게 됐다. 웃기는 어벤져스만 모인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는 신의 조합이 됐고 '명훈아 명훈아 명훈아'가 탄생했다. 
"게으른 넷이 뭐라도 해 보자고 뭉쳤어요. 구체적인 구성 없이 '3면이 추녀'라는 제목으로 코너를 냈죠. 짜다 보니 점점 재밌더라고요. 첫 녹화 때 관객들이 많이 웃었던 기억도 나요.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6개월 정도 살아남는 중박 정도는 될 것 같았죠. 벌써 코너를 시작한 지 3개월이 됐는데 앞으로 3개월 더 해서 6개월만 했으면 좋겠어요."
"김민경이 제 무릎에 앉을 땐 미안해서인지 최대한 떠 있으려고 해요. 하지만 오나미는 자기가 가볍다고 생각해서 푹 앉죠. 꼬리뼈가 아파요 하하. 사실 여성 비하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들의 외모를 희화화하는 만큼 그 친구들도 저를 괴롭히는 쌍방으로 봐주셨으면 해요. 개그는 개그일 뿐. 여사친과 남사친들의 거침없는 대화가 주는 공감이 우리 코너의 인기 비결이니까요."
◆"김민경 오나미 이현정 고마워"
정명훈의 기수는 16기다. 김민경과 오나미가 23기로 동기고 이현정은 까마득하게 어린 후배지만 나이 차가 많이 나지 않아 후배들도 정명훈을 편하게 여긴다. 정명훈 역시 이들을 이성이 아닌 동료 개그우먼으로 대하니 거침없는 독설이 가능한 것. 무대에서 네 사람의 애드리브가 빵빵 터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코너는 애드리브가 많은 편이에요. 무대 개그라서 서로의 호흡이 맞아야 하니 대본을 주로 소화하지만 제작진의 배려 덕분에 저는 하고 싶은 말, 애드리브를 마음껏 하죠. 애들한테는 비밀로 하고 무대에서 애드리브를 하니 웃음이 터지는 진정한 리액션이 나오는 거죠." 
"세 후배들을 칭찬하라고요? 허허. 김민경은 맏언니 같은 느낌이에요. 상황 정리를 잘하죠. 이현정은 아이디어 회의가 수월하도록 미리 집에서 생각해오니 좋고요. 오나미는 옆에서 잘 웃고 리액션이 좋죠. 후배 말고 여자로서 매력요? 기자님이 생각하는 대로 써주세요(웃음). 고마운 건 많아요. 짓궂은 걸 다 받아주니까요. 상처를 덜 받도록 기발하게 놀리려고요."
◆"맛있는 개콘 기대해주세요"
'개그콘서트'는 최근 몇 년간 위기에 빠져 있다. 시청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예전에는 월요일을 앞둔 시청자들의 힐링 예능으로 손꼽혔는데 이젠 쟁쟁한 경쟁작들에 밀려 주말 필수 코스에서 벗어났다. 김대희, 김준호 다음 서열 3위인 정명훈 역시 이를 제대로 느끼고 있다. 
"옛날에 잘나갔던 '개그콘서트'랑 비교하면 지금이 훨씬 못해보니까 '위기'라는 표현을 쓰는 것 같아요. '맛있는 개콘'을 먹다가 '조금 덜한 개콘'을 드시니까요. 저희가 더 잘해야죠."
"그래서 이번에 예전 잘하던 사람들이 들어왔잖아요. 재밌어졌다는 반응이 후배들에게는 기회가 상실된 느낌이거나 '너네로는 도저히 안 돼서 잘하는 사람 불러왔다'는 느낌일수도 있지만 '선배들 오니까 역시 개콘이 잘 된다'는 반응이 나쁘지 않네요. 저도 다시 들어온 걸로 아는 분들도 많지만요 하하."
◆"상이요? 에이"
정명훈은 '개그콘서트'를 14년간 해왔다. 이수근의 '키컸으면' 파트너가 그였고 김병만과 함께 '주먹이 운다' 코너를 채우며 "명훈이 들어가" 유행어까지 냈다. 전국의 명훈이는 정명훈 덕분에 이름을 가장 많이 불렸을 터. 유난히 자신의 이름을 코너에 자주 활용한 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코너는 이수지랑 함께한 '선배선배'요. 제가 개그맨 치고 목소리가 작아서 안 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큰 목소리가 재미와 비례하지 않다는 걸 증명한 코너였어요. 나긋나긋 조곤조곤 얘기해도 웃겼으니까요. '남자가 필요없는 이유'도 애정이 가고요."
"가장 고마운 선배는 김준호, 김병만, 이수근요. 제가 가진 능력보다는 성실함으로 여기까지 왔고요. 스스로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아직 안 드는 걸 보면 전 그저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개그맨 정명훈은 10점 만점에 5점이에요. 굴곡 없이 미세하게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그래프요. 상 욕심요? 에이 김칫국 먼저 마시지 않을래요." /comet568@osen.co.kr
[사진] JDB,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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