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차남' 김갑수x김미숙, 안방까지 공감한 현실 멜로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7.09.10 07: 57

 중년 부부의 졸혼을 소재로 해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밥상 차리는 남자’가 회를 거듭할수록 현실 멜로의 내공을 드러내고 있다. 김갑수, 김미숙의 전쟁 같았던 ‘졸혼 공방’에 잠시 찾아온 숨 고르기의 시간은 쉼표가 아닌 느낌표 그 이상의 임팩트를 안방극장에 던졌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밥상 차리는 남자’(극본 박현주/연출 주성우/제작 ㈜김종학프로덕션, GNG프로덕션㈜)(이하 ‘밥차남’) 3회 방송에서는 신모(김갑수 분)와 영혜(김미숙 분)의 과거 이야기가 공개됐다. 신모가 뭐라든 고집을 굽히지 않은 영혜, 그런 아내에게 오히려 폭언을 하고 거칠게 행동해 시청자를 분노케 했던 신모. 이 두 사람의 첫 만남부터 결혼까지, 애틋하고 절실했던 지난 날들이 그려져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모와 영혜는 이날 방송에서도 졸혼과 이혼 문제로 으르렁거렸다. 혼자 살던 친구가 목욕탕 욕조에서 미끄러져 죽은 채로 10일이나 방치돼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목도한 신모는 더욱 영혜와 헤어질 수 없었다. 장례식 조문을 다녀와 술에 취해 영혜에게 “절대 이혼 못해!”라고 소리지르던 신모는 다시 한번 영혜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 게다가 “남자가 이 정도로 달래주면 여자가 되어가지고 받아줄 줄도 알아야지”라는 발언으로 또 한번 분노를 유발했다. 결국 영혜도 “당신은 절대 달라지지 않아. 왜냐하면 내가 당신의 어떤 모습 때문에 이러는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테니까”라고 쏘아붙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시간만 반복해온 두 사람은 신모의 회유로 영혜와 함께 뜻 밖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신모는 영혜를 데리고 의문의 장소로 향했고, 도착한 곳엔 두 사람의 운명과도 같았던 결혼 생활이 시작된 집이 있었다. “여기가 어디야 도대체”라고 말하는 영혜에게 “다른 건 다 잊어도 여긴 잊으면 안 되지”라고 말한 신모는 그 동안 속에 품었던 화를 다 내려놓은 듯 체념한 분위기를 풍겼다. 한층 부드러워진 신모의 달라진 모습에 영혜 역시 마음의 여유를 찾고 옛 생각에 젖어 들었다.
  
신모와 영혜는 과거 대학시절 우연한 소개로 만나게 됐다.‘퀸카’로 이름을 날리던 영혜와 ‘좀 놀던 오빠’로 뭇 여대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신모는 첫 눈에 반해 연애를 시작했다.하지만 영혜는 집안이 정해준 상대와 결혼을 해야 하는 위기를 맞았다. 신모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너 같은 딴따라와는 결혼 시킬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는 영혜의 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기타를 때려 부수며 영혜의 손을 잡고 새 시작을 다짐했다. 이후 신모는 “정말 작은 하숙방인데, 여기서 시작해도 괜찮겠냐”고 물으며 영혜를 자신의 집 앞으로 데려왔고, 영혜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라고 답했다. 신모는 “다른 건 약속 못하지만 너 울리진 않을 거야”라는 말로 영혜에게 확신을 심어줬다. 이때의 영혜와 신모를 보고 있자니 “도대체 그 동안 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시청자의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이어진 신모의 속내 고백은 시청자의 이 같은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맞아 떨어졌다. 신모는 아들 이소원(박진우 분)과 딸 이루리(최수영 분)를 낳아 행복했던 때를 회상하며 특히 “첫 차 샀던 날 기억하냐”고 물었다. “방 2개짜리 전세 집 사는 놈이 차를 샀으니 미쳤다고 했지”라는 신모에게 영혜 역시 “나도 이해 못했었으니까”라며 그 이유를 넌지시 물었다. 신모는 “지방 건설 현장에 몇 달씩 혼자 내려와있으니까 당신하고 애들이 보고 싶어서 미치겠더라고. 그래서 잠시라도 짬이 나면 잠잘 시간을 줄여서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한밤 중에 달려와선 잠든 애들이랑 당신 얼굴 한번 보고 다시 또 그 먼 길을 달려서 내려갔지”라는 마음을 털어놨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영혜는 당황했다. 담담하지만 애절하게 전달된 신모의 몰랐던 속내에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마음도 애가 탔다. 무엇보다 “내 마음은 그때랑 똑 같은 거 같은데 우리가 왜 이렇게 됐니. 왜 이렇게 바뀌었니. 너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래서 나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도대체 난 너한테 어떻게 한 거니. 대체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 밖에 안 됐니. 우리가 왜 이렇게…”라며 ‘음소거 눈물’을 흘리는 김갑수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parkjy@osen.co.kr
[사진] '밥상 차리는 남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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