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현장분석] '기록 풍년' 김재환, 두산 역사에 이름 석 자 새겼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9.09 20: 15

갑작스러운 슬럼프가 찾아온 잠실 kt 2연전. 그 짧은 터널을 지나자마자 김재환이 미뤄뒀던 대기록 경신을 연이어 해냈다. 팀 패배로 밝게 웃지는 못했지만 그 가치는 기록으로 남는다.
두산은 9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을 3-4로 패했다. 3-3으로 맞선 6회, 유강남의 솔로포가 이날 경기 결승점. 선발 장원준이 6이닝 111구 역투에도 4실점한 것이 두산으로서 뼈아팠다.
그러나 김재환 개인에게는 충분히 기억할 만한 경기였다. 4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출장한 김재환은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

김재환은 이날 전까지 128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4푼4리, 33홈런, 98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리그 공격 지표 대부분에서 김재환의 이름은 높게 적혀있었다.
최근 감은 썩 좋지 않았다. 김재환은 최근 10경기서 타율 2할7푼6리(29타수 8안타), 2홈런, 7타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 정점은 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 홈에서 열린 kt와 2연전이었다.
시작은 7일 경기. 역시 4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출장한 김재환은 첫 세 타석에서 삼진 한 개 포함 무안타에 그쳤다. 2-2로 맞선 7회 2사 3루, kt 벤치는 박건우를 고의4구로 걸러보냈다. 박건우 다음 타자가 김재환임을 감안하면 의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김재환은 4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두산은 7일 경기를 3-7로 내주며 아쉬움을 삼켰다.
김재환은 8일 경기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이날 전까지 전 경기에 4번타자로 선발출장한 김재환의 첫 선발 제외. 5회 대타로 나왔으나 1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팀의 3-2 승리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9일 잠실 LG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친 것 같다"라며 부진 원인을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김)재환이가 그 전에 워낙 잘해서 상대적으로 부진해보이는 것뿐이다"라며 "오늘도 4번타자로 선발출장한다"라고 밝혔다. 팀의 자존심인 4번타자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었다.
김재환은 0-0으로 맞선 1회 2사 1루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김재환은 좌중간 완전히 가르는 2루타로 1루주자 박건우를 불러들였다. 두산의 1-0 리드. 이날 전까지 299루타를 기록 중이던 김재환의 301루타째. 지난해 309루타를 기록했던 김재환은 2년 연속 300루타 고지에 올라섰다. 두산 최초, KBO리그 역대 여섯 번째 대기록이다. 김재환에 앞서 이 역사를 쓴 건 이승엽, 심정수, 박병호, 에릭 테임즈, 최형우. 그야말로 쟁쟁한 이름들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재환은 팀이 2-1로 앞선 3회 1사 1·2루서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2루주자 민병헌이 홈을 밟으며 김재환의 시즌 100타점째가 완성됐다. 김재환은 지난 시즌 37홈런-124타점에 이어 올해도 100타점 고지에 올라서며 2년 연속 30홈런-100타점 대기록을 완성했다.
두산 프랜차이즈 역사상 2년 연속 30홈런-100타점 고지는 타이론 우즈(1998~2001년, 4년 연속)만이 올라섰다. 우즈에 이어 두 번째, 두산 국내 선수 가운데는 김재환이 최초다. 2년 연속 30홈런-100타점은 KBO리그 전체에서도 김재환이 13번째일 만큼 드물다.
미완의 유망주였던 김재환은 이제 두산의 역사를 쓰고 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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