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위즈랜드] '존폐 여부 언급' 김진욱 감독이 그리는 '2018 kt’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9.09 06: 01

"내년도 올 시즌과 다름 없다면?"
9월 kt의 키워드는 '고춧가루'다. 비록 8일 잠실 두산전, 불펜의 방화로 2-3 역전패를 당했지만 그 전까지 4연승을 질주했다. kt의 마지막 4연승은 시즌 초반인 4월 6일 수원 두산전부터 9일 수원 삼성전. 이후 151일만의 4연승이었다.
상대들도 만만찮았다. 5강 싸움이 한창인 SK를 누르며 시작된 4연승은 넥센 스윕, 두산과 1승1패로 완성됐다. kt가 여름처럼 무기력한 모습이었다면 5강 구도는 지금의 순위표와 다른 모습일 공산이 크다.

비결은 살아난 타선이다. kt는 8월 이후 팀 타율 4위(.295)에 올라있다. 팀 OPS(출루율+장타율)는 0.829로 놀랍게도 리그 선두다. 또한 팀 홈런(42개, 3위)과 득점(163점, 4위) 역시 리그 평균 이상이다.
사령탑은 후반기 타선 상승 요인을 어디에서 찾을까. 표면적으로는 새 얼굴의 활약을 들었다. kt는 7월초 투수 정대현과 서의태를 넥센에 내주고 윤석민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감행했다. 윤석민은 '해결사'가 없었던 kt 타순에서 든든하게 중심을 잡고 있다. 트레이드 후 47경기에서 타율 3할2푼4리, 11홈런, 48타점.
윤석민의 가세는 시너지를 일으켰다. 6월 중순 팀에 합류한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는 6월 한 달간 16경기에서 타율 2할7푼9리, 1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타율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해결사' 노릇과는 거리가 멀었다. 윤석민이 합류한 7월부터 3번타순에 고정되자 잠자던 거포 본능이 깨어났다. 후반기에만 13홈런을 집중시키며 이대호(롯데·14홈런)에 이어 이 부문 리그 2위.
그러나 윤석민의 합류와 로하스의 적응이 전부는 아니다. 김진욱 감독이 찾은 숨겨진 비밀은 '부담 없는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순위 싸움이 한창인 팀들도 있지만 우리는 어느 정도 결정이 됐다. 자연히 정리 분위기로 흘러간다. 순위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진 상황이다"라고 운을 뗐다. 시즌 초에는 팀 성적은 물론 개인 기록까지 욕심을 갖고 덤벼들게 마련이다. 시즌 초 kt는 어느 정도 순위 싸움을 펼치며 분위기가 좋았다. 여름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kt는 6~7월 들어 변변한 연승 없이 연패만 거듭됐다. 두 달간 44경기에서 8승36패. 승률은 1할8푼2리에 그쳤다. 이 시점부터 kt는 올 시즌 동력을 잃었다.
그러면서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선수단을 무겁게 짓눌렀다. 패배가 반복되자 베테랑들부터 의기소침해졌고, 어린 선수들은 자연히 동요했다. 김진욱 감독은 "그런 부담이 완전히 떨쳐진 지금,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라고 씁쓸해했다. 9월 들어 5승. '고춧가루 부대'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kt이지만 '가을에만 잘하는' 팀에 만족할 리 없다.
이제 관건은 지금의 흐름을 이듬해까지 이을 수 있는지 여부다. 어린 선수들이 즐비한 kt가 베테랑들도 쉽게 떨치지 못하는 부담감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김진욱 감독은 "올 시즌은 선수단과 감독, 코칭스태프의 적응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이 성적 부진의 면죄부는 아니다. 하지만 올해의 경험은 반드시 내년 성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취재진에게 김진욱 감독은 말을 이었다. 그는 "내년도 올해 같은 모습이라고 치자. 우리 팀은 존재 가치가 없어진다.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김 감독이 그리는 '2018 kt'는 어떤 모습일까. 일각에서는 kt가 '대어급' FA(프리에이전트)가 시장에 잔뜩 풀리는 올 스토브리그에서 '큰 손'으로 떠오르리라 점친다. 김 감독은 "구단의 지원, 바꿔 말해 선수 수급은 분명 우리 팀에게 중요한 문제다"라고 동의했다. 그는 "지금 우리 팀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팀 컬러'랄 게 없다. 마음 같아서는 상대에게 강펀치를 먹일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어떤 야구를 할지는 전력 조각이 끝나야 알 수 있겠지만, 확실한 팀 컬러를 구축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kt는 1군 진입을 앞둔 2014년 겨울부터 유달리 FA 영입에 소극적이었다. 역시 신생팀이었던 NC가 적재적소에 준척급 FA를 데려왔던 모습과 딴판이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데려온 유한준 정도를 제외하면 거액을 주고 데려온 선수가 없다. 보상선수를 내주지 않고도 FA를 영입할 수 있던 2년의 시간 동안 핵심 선수를 데려오지 못하며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 시즌은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자원들이 시장에 나온다. 팀 뎁스가 얇은 kt로서는 선수단의 질을 한 번에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김진욱 감독도 FA 자격의 선수들에게 관심을 드러내는 건 당연했다.
언제까지고 낮은 순위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만 강팀일 수는 없다. 매 시즌 고춧가루 부대라는 타이틀이 달가울 리 없다. 무색무취의 kt가 선수 보강으로 시즌 초부터 치고 나간다면, 순위 싸움은 마치 지금처럼 흥미로워질 전망이다. /kt 위즈 담당기자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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