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승부처] '고의4구 굴욕+대타 삼진' 김재환, 수난의 kt 2연전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9.08 21: 36

김재환(29·두산)에게 이번 kt 2연전은 악몽으로 기억될 듯하다. 앞 타자를 고의4구로 거르며 선택을 받은 데 이어 대타로 나와 침묵까지. 팀은 1승1패로 본전을 지켰지만 김재환에게는 아쉬움 가득한 2연전이었다.
두산은 8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전을 3-2로 승리했다. 1-2로 뒤진 8회 정진호의 야수선택 타점과 허경민의 스퀴즈 번트를 묶어 두 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 앞서 두산은 선발 라인업에 대폭 손질을 가했다. 두산은 전날 경기 선발로 나선 이들 중 김재환과 양의지, 최주환을 선발에서 제외했다. 손등 골절 여파가 남은 포수 양의지는 일주일에서 열흘에 한 번 꼴로 체력 안배차 경기에서 빠졌다. 최주환 역시 최근 10경기서 타율 7푼7리(13타수 1안타)로 좋지 않기에 이해가 됐다. 그러나 김재환의 제외는 의외였다.

김재환은 이날 전까지 팀이 치른 127경기에 전부 4번타자로 선발출장했다. 그야말로 '붙박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다. 성적 역시 리그 정상급. 김재환은 127경기에서 타율 3할4푼5리, 33홈런, 98타점을 기록했다. 2년 연속 30홈런-100타점에 2타점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 2년 연속 30홈런-100타점 고지는 베어스 선수 중 타이론 우즈(1998~2001년, 4년 연속)만이 올라섰다. 김재환이 2타점을 더하면 베어스 국내 선수 중 최초로 대업을 달성하게 된다.
두산 관계자는 "몸 상태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7일 경기 부진이 선발 제외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김재환은 7일 잠실 kt전에서도 4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출장했다. 그러나 타격감이 영 좋지 않았다. 김재환은 첫 타석인 1회 2사 1루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어 3회 2사 2루서는 삼진, 5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시프트에 걸리며 유격수 직선타로 물러났다.
결정적인 장면은 2-2로 맞선 7회 나왔다. 두산은 1사 후 볼넷과 도루, 상대 폭투를 묶어 2사 3루 기회를 만들었다. kt 벤치는 이종혁 대신 엄상백을 투입했다. 그러나 엄상백은 박건우와 승부 도중 고의4구를 선택했다. 후속 타자가 김재환임을 감안할 때 의아한 선택이었다. 앞선 세 타석 부진이어도 김재환은 김재환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kt 벤치의 선택이 적중했다. 김재환은 초구와 2구에 연속 파울을 만들어냈다. 3구 볼을 침착히 지켜봤지만 4구 속구(147km)에 방망이를 헛돌리며 삼진으로 물러났다. 역전 점수를 뽑아내지 못한 두산은 결국 연장 접전 끝에 kt에 3-7로 패했다.
이날 경기 비록 선발에서 제외됐지만 승부처 대타 투입이 예상됐다. 김재환의 투입 시기는 예상보다 빨랐다. 두산은 0-1로 뒤진 5회 1사 후 허경민의 볼넷, 민병헌의 안타로 1·2루 기회를 만들었다. 류지혁 타석. 두산 벤치의 선택은 김재환이었다.
하지만 김재환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낸 김재환은 2구 너클볼(125km)에 방망이를 헛돌렸다. 3구 속구에는 파울. 김재환은 피어밴드의 4구 너클볼(127km)에 다시 한 번 방망이를 헛냈다. 스윙 삼진. 두산으로서는 균형을 맞출 절호의 찬스를 날려보냈다.
김재환은 7회 1사 1루에서 볼넷으로 기회를 이었다. 그러나 박건우가 우익수 뜬공, 닉 에반스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잔루처리됐다. 이날 김재환 대신 4번타자로 나선 에반스는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다.
결국 해결사가 사라진 두산은 '발야구'로 역전을 만들었다. 두산으로서는 김재환의 부진이 길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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