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투어를 실시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에게 부산 사직구장은 언제나 좋은 기억이 있던 곳이었고, 에피소드도 풍부했던 곳이다. 그리고 이제 이 사직구장과도 작별을 고한다.
삼성은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갖는다. 이승엽은 이날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할 예정이다. 사직구장에서의 마지막 경기다. 6번째 은퇴 투어이기도 하다.
이승엽은 전날(7일) 경기에서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사직구장 마지막 시리즈에서 나온 홈런이었기에 개인적인 의미가 깃들어있기도 했다. 이승엽은 “마지막 홈런 공이 될 수도 있으니, 지난번 인천에서 때린 홈런공도 구단에 요청해서 받았다. 홈런 공을 잡은 분께 배트를 선물해 드렸다. 어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배트를 드리고 홈런 공을 교환해서 받았다. 흔쾌히 교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승엽의 홈런과 동시에 1루 측 롯데 응원석에서는 함성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역시 이승엽에게는 의미가 있었고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승엽은 “롯데에는 중요한 경기였는데, 롯데 팬들께서 환호를 해주셔서 너무 짜릿했고 훈훈했던 것 같다. 다시 한 번 감사 드린다. 홈런을 치고 돌면서 계소 웃음이 났다”고 전했다.
대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부산이기에 이승엽은 롯데와 사직구장이 친근했다. 이승엽이 기억하는 롯데와 사직구장에 대한 기억은 행복 그 자체였다. 그는 “같은 영남 지역에 있기 때문에 롯데와 사직구장은 굉장히 친근하다. 포스트시즌 경기도 많이 치렀다”면서 “개인적으로 롯데와 경기 할 때는 성적이 굉장히 좋았다. 롯데에는 당연히 안좋을 수도 있지만, 친근했기 때문에 성적이 더 좋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승엽은 사직구장에서 통산 106경기 타율 3할2푼9리(419타수 138안타) 26홈런 88타점을 기록했다. 롯데를 상대로도 통산 251경기 타율 3할2푼 (938타수 300안타) 73홈런 210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상대 구단들 가운데 가장 높은 타율과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했던 상대가 바로 롯데였다.
동시에 아쉬움도 있었다. “부산 팬들이 워낙 열광적이고 언제나 열기가 뜨거웠던 곳이 사직이었다. 새 구장이 생긴 뒤 사직과 대구에서 한국시리즈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부분이 아쉽다”는 것이 이승엽의 말.
사직구장에서의 에피소드도 떠올렸다. 지난 2003년 56호 아시아 신기록을 세울 당시, 사직구장에서도 기록의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이승엽의 사직구장 마지막 타석 때 롯데에서 고의4구를 지시하면서 이승엽의 홈런공을 잡기 위해 몰려든 팬들이 거센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그라운드에 오물이 투척되는 등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경기가 약 1시간 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이승엽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당시 롯데가 하위권에 있어서 관중 분들이 많이 안 오실 때로 기억한다. 그런데 제 홈런 공을 잡기 위해 많은 분들이 오셨다”면서 “그런데 고의4구가 나오면서 경기가 지연됐다. 부산 팬들이 워낙 다혈질이시다 보니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고 웃었다.
이어 “벌써 14년 전 기억이다. 사직구장에서 그런 추억을 남겼는데, 그런 추억과 기억도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이며 사직구장에서의 추억을 떠올렸다.
한편, 롯데는 이날 이승엽의 은퇴 선물로 지난 2003년 아시아 신기록 기록을 세울 당시 외야에 출몰했던 잠자리채를 순금 모형(10돈)으로 제작해 이승엽에게 전달한다. /jhrae@osen.co.kr
[사진] 부산=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