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살인자의 기억법’, 원작소설과 어떻게 달랐나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9.08 07: 35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이하 살기법)은 잘 알려져있듯 김영하 작가의 동명의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만든 작품이다. 치매에 걸린 연쇄살인범이라는 이색적인 인물 설정과 그의 앞에 나타난 젊은 연쇄살인범의 등장 이후 빠르게 휘몰아치는 이야기 전개, 반전의 결말까지 몰입도 높은 스릴러 소설로서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원 감독의 영화는 치매에 걸린 살인자라는 소설 속 주인공 김병수에 대한 설정은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주변 인물인 딸, 그녀의 의문의 남자친구의 특징과 나중에 벌어지는 결말 등 장르를 완전히 비트는 시도로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살기법’에서 알츠하이머에 걸린 김병수(설경구 분)가 오랜 시간 동안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홀로 딸 김은희(김설현 분)를 키우고, 시 강좌 문화센터에 다니고 있다는 초반 설정은 소설과 같다. 두 부녀가 살던 마을에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지자 병수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으면서도 은희의 남자친구라고 소개하는 경찰 민태주(김남길 분)를 살인범이라고 직감한다. 그를 처음 본 그 날부터 줄곧 딸에게서 그를 떼어내기 위한 외롭고 처절한 싸움을 시작한다.

김병수와 김은희라는 극중 인물은 그대로 차용했지만 연쇄살인범으로 의심을 받는 소설 속 박주태는 영화에선 경찰 '민태주'로 바뀌었다. 또 원작에서 은희는 농대를 나와 지역의 연구소에서 일한다는 이야기였는데, 영화에서는 동네 은행(농협)에 다니는 은행원으로 설정했다는 게 차이점이라면 큰 차이점이다. 각 캐릭터를 맡은 설경구, 김설현, 김남길의 수준급 연기력이 작품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물론 병수가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는 말들이나 돌발적인 유머, 마지막에 나오는 결말의 반전은 소설에서나 영화에서나 치밀하게 계산돼 풀어졌다. 소설과 영화의 결말은 다르지만 삶과 병, 그리고 죽음, 선과 악에 대한 깊은 통찰을 느낄 수 있다.
소설과 영화 모두 살인범으로부터 딸을 지키고자하는 아버지의 사투가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책을 미리 읽은 관객들이라면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어떤 결말을 짠하고 보여줄지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특히 20년 가까이 살인을 '끊은' 병수와 새롭게 등장한 연쇄살인범 민태주와의 관계 역시 결을 달리한다. 두 사람이 서로를 의심하고 갈등하는 과정은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동명의 영화가 이렇게까지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중간 중간에 부녀의 따뜻한 사랑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진한 여운도 만나볼 수 있다.
6일 개봉한 ‘살기법’은 어제(7일) 14만 3359명을 동원하며 일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총 누적 관객수는 29만 1662명이다./purplish@osen.co.kr
[사진]영화 포스터 및 원작소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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