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커피 한 잔] 이제훈 "'박열'→'아이캔스피크', 日 저격 아닌 팩트일 뿐"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7.09.08 07: 03

"일본 저격수요? 역사적 사실이 있잖아요. 팩트죠."
이제훈이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을 다룬 영화 '박열'에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아이캔스피크'로 돌아왔다. 연달아 과거 일본의 만행을 다룬 영화를 택한 그를 두고 '일본 저격수'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역사적 사실로 봤을 때는 팩트잖아요. 오히려 일본 분들 중에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이 이야기를 피했거나, 혹은 왜곡해서 받아들이고 있는 걸 이 작품을 통해서 또 한 번 생각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영광일 것 같아요. 그 부분에 있어서 저 스스로도 많이 태도나 자세를 공부하고 당당하게 이런 작품이 있다고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길 바라요."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피해 생존자 할머니인 옥분(나문희 분)이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분)로부터 영어를 배우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 위안부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극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따뜻한 위로를 안길 예정이다. 
"기존에 나와있는 영화들은 일본 위안부에 대한 소재를 정공법으로 표현했었는데, 이 작품은 우회적으로 따뜻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사연에 대한 아픔을 어루만지고 상기시키거든요. 대중에게 조금 더 편안하고 손쉽게 다가가는 측면에서 '잘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있기도 했어요. 하지만 김현석 감독님에 대한 믿음과 5년 전 '건축학개론'으로 인연을 맺은 명필름이 마케팅이나 홍보로 왜곡할 거란 걱정은 없었어요. 이 영화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작은 씨앗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게 커요. 만드는 사람들이 다 그런 마음으로 뭉쳐서 선뜻 할 수 있었어요."
이제훈 역시 이번 영화를 통해 느낀 바가 많았다고 밝혔다. '아이 캔 스피크'는 자신처럼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이들을 어떻게 위로하고 보듬어야 할지 몰랐던 많은 이들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한 것. 
"교과서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배워왔고 알고 있었지만 그 분들이 한 분 한 분 세상을 떠나실 때 어떤 마음으로 그 분들을 바라봤었나, 그 분들이 영겁의 세월을 겪으면서 느낀 아픔과 고통을 얼마나 보살피려고 노력했는지 생각하게 됐어요. 남겨진 세대로서 우리도 동참할 수 있는 부분을 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저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있었죠. 이 영화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작은 씨앗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게 커요. 만드는 사람들이 다 그런 마음으로 뭉쳐서 선뜻 할 수 있었죠."
특히 이제훈은 극중 '옥분' 역을 맡아 함께 호흡한 나문희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처음부터 따뜻하게 맞아준 것은 물론, 그가 '민재' 역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기적으로도 도움을 주며 촬영장의 '대들보'와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것. 
"영화보는 내내 역할에 푹 빠졌었어요. 끝나자마자 드는 생각과 느낌은 나문희 샘한테 너무 감사하다는 것? 선생님이 안 하셨으면 '과연 이 정도 감동으로 이렇게 다가왔을까' 했어요. 촬영할 때도 굉장히 행복한 시간들이었는데 완성된 걸 보니까 마음이 되게 뭉클하고 정말 첫번째로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에요. 또 처음부터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무장해제됐어요. 분명 선생님한테 저는 처음 보는 사람일텐데 계속 어리광 피우고 옆에 앉아있고 실없는 얘기도 했다. 선생님 옆에 있는 자체가 이상하게 편했어요."
많은 이들의 경각심을 깨우고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안길 '작은 씨앗'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영화를 택했다는 이제훈. 과연 '아이 캔 스피크'는 그의 말처럼 뜻깊은 메시지를 남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군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남은 위안부 할머니가 서른 다섯 분인데 그 분들께 이 작품이 따뜻한 위로가 됐으면 해요. 성심성의껏 제 역할을 수행하자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 캐릭터를 만드는데 의견도 많이 내고 집중했었어요. 이상하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깊은 감동이 있는 상태에서 촬영하면서 더 기대되고 좋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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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리틀빅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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