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는 송강호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까.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원신연 감독)은 개봉 당일 14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1위로 박스오피스에 등판했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살인자의 기억법'은 개봉 당일인 7일 하루 동안 14만 3568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총 누적관객수는 14만 8288명이다.
김영하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살인자라는 독특하면서도 신선한 소재와 원작 이상의 놀라운 반전으로 관객들의 관심을 이끄는데 성공했다.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하며 첫 출발을 알린 '살인자의 기억법'은 깜짝 흥행에 성공, 일주일 넘게 1위를 지켜온 '킬러의 보디가드'를 꺾고 한국영화의 박스오피스 정상을 되찾아왔다.
'살인자의 기억법'이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하며 과연 '택시운전사', '청년경찰' 등 한국 영화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관심사다.
특히 여름 극장가와 가을 극장가를 이끄는 두 국민 배우의 흥행 바통 터치에 관심이 쏠린다. 송강호는 '택시운전사'로 여름 극장가를 휩쓸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의 감동을 선사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독일 기자를 태우고 광주에 갔다가 광주의 참상과 진실을 목도하는 서울 택시기사 김만섭 역을 맡은 송강호의 열연에 '택시운전사'는 올해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태웠다. 송강호의 열연에 힘입어 '택시운전사'는 오늘(7일) 현재 12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는 설경구의 차례.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인 설경구는 최근 흥행 부진에 시달렸다. 충무로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력의 배우이지만, 유독 흥행운과는 거리가 멀었다. 칸영화제에서 극찬을 받는 등 설경구의 흥행 잔혹사에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되어줄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전작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역시 여러 가지 논란 속에 흥행 고배를 마셨다. 흥행의 갈증 속에 선보이는 '살인자의 기억법'. 설경구로서는 반드시 흥행이 절실하다.
'살인자의 기억법' 속 병수는 설경구의 인생 연기를 볼 수 있는 캐릭터라는 평가로 눈길을 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 역할을 위해 설경구는 분장 대신,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한 극도의 다이어트로 캐릭터의 외면을 만들었다. 또한 무서운 몰입도와 늘 배신 없는 연기력으로 은퇴한 날카로운 연쇄살인범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이런 가운데 1위로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과연 설경구는 송강호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아 꼬인 흥행사의 매듭을 풀고 흥행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을까. 여전히 '살인자의 기억법'은 29.9%로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설경구의 흥행을 기대하는 이유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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