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현장] "위안부 문제에 한몫"…'아이캔스피크' 나문희, 최고의 한방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9.06 18: 30

"배우로, 영화로 한 몫 하겠다." 
55년 연기 관록을 자랑하는 나문희가 또 한 번의 어려운 도전에 나섰다. 개봉을 앞둔 영화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에서 나문희는 온 동네를 휘저으며 민원을 넣어 '도깨비 할매'라 불리지만,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 들어야 할 말이 있고, 해야 할 말이 있어 영어를 배우는 할머니 나옥분 역을 맡았다.
초반 친근하면서도 독특한 캐릭터 나옥분을 연기한 나문희는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준다. 시장을 휘저으며 온갖 일에 참견하고, 8천 개의 민원 신청으로 구청에서는 '블랙 리스트' 악성 민원인으로 찍힌 지 오래. 6호봉 9급 공무원이 3호봉이 될 때까지 멈출 줄 모르는 민원에 구청 직원들은 눈 마주치기조차 꺼리고, 시장 상인들 역시 '괴물 할매'라며 손가락질한다.

그러나 극이 진행되고, 나옥분 할머니의 숨겨진 사연이 공개되면서 극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질리도록 민원을 제기한 것도, 9급 공무원 박민재(이제훈)에게 끊임없이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졸랐던 것도, 모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휴먼 코미디로 포장된 스토리의 한 겹을 벗겨내면, 위안부 피해자들을 둘러싼 눈물과 감동의 진실이 드러난다.
시장통 한 켠에서 옷수선집을 운영하는 친숙한 할머니의 모습에서부터, 기가 막힌 방법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미워할 수 없는 악성 민원인의 독특한 면모, 그리고 마침내 미국 의회 공개 청문회에 서게 된 하이라이트까지, 나문희의 55년 배우 인생의 관록이 묻어난 연기는 쉴 새 없이 관객들을 울리고 웃긴다. 위안부 피해자라는 쉽지 않은 캐릭터에 도전한 나문희는 파도가 밀려오듯 가슴 속에 잔잔한 파고를 만들며 울림 깊은 메시지를 전한다. 
나문희는 "대본을 읽다보니 위안부 이야기더라. 그분들이 얼마나 지옥 속에서 머리 속에 머리를 얹고 사셨을까, 고사 지낼 때 그랬다. 배우로 한몫하고, 영화로도 한몫하겠다고 오신 분들에게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과 만나야 그 결과를 알겠지만, 현재는 어느 정도 만족한다"며 "(이)제훈 씨가 굉장히 똑똑해서 배우의 긍지를 갖고 잘해줬고, 외할머니 친할머니처럼 잘 챙겨줬다"고 말했다. 
나문희는 '아이 캔 스피크'를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연기를 선보이며 다시 한 번 이 시대 최고의 배우임을 입증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나문희라는 배우 한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는 김현석 감독의 말은 과언이 아니었다. 나옥분이라는 인물은, 나문희가 있기에 스크린에 살아숨쉴 수 있었다. 나문희의 연기 인생에서 대중의 가슴을 울린 캐릭터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아이 캔 스피크' 속 나옥분은 나문희 연기 인생에서 최고의 캐릭터로 꼽을 만하다. 55년 연기 인생의 관록을 담아 빚어낸 나옥분 할머니의 삶과, 웃음과 눈물에 과연 관객들도 응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아이 캔 스피크'는 민원 건수만 무려 8,000건,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도깨비 할매 ‘옥분’과 오직 원칙과 절차가 답이라고 믿는 9급 공무원 ‘민재’,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상극의 두 사람이 영어를 통해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면서 진심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21일 개봉한다. /mari@osen.co.kr
[사진] 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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