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의 작가인 김은희 작가와 김은숙 작가가 모든 것을 털어놨다. 작가가 되기까지 거쳐야 했던 과정부터 12살 딸 아이의 엄마로서의 고충 그리고 작품을 써나가면서 겪는 시청률과 캐스팅의 압박까지 모든 것을 털어놨다.
6일 오후 서울시 동대문구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강연 '콘텐츠 인사이트'가 열렸다. 이날 1부 강연에서는 김은숙과 김은희 작가가 참석했다.
김은희 작가와 김은숙 작가는 차기작으로 시대극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은희 작가는 "이전 작품보다 정말 많은 사람을 죽인다. 죽은 사람을 또 죽인다. 죽이는 방법을 고민하느라 힘들다"고 말했다.
김은숙 작가 역시 '미스터 선샤인'으로 새롭게 시대극에 도전했다. 190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세트장도 짓고 대규모 전투신도 있는 만큼 많은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김은숙 작가는 "세트도 많이 짓고 의상 같은 것들이 전부 다 돈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은숙 작가가 꼽은 드라마의 명장면 세 가지는 '파리의 연인' 속 '애기야 가자', '도깨비' 속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태양의 후예' 3부를 마친 뒤에 시청률을 기다렸던 순간을 꼽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인 김은숙에게도 시청률을 기다리는 순간은 괴롭다. 김은숙 작가는 "제가 쓴 드라마는 저에게 포커싱이 오니까 욕을 많이 먹는다. 그래서 부담이 크다"고 털어놨다.
김은희 작가는 '싸인'과 '유령'과 '시그널'을 거치면서 드라마 작가로서 거친 고민의 과정을 털어놨다. 김은희 작가는 '싸인'을 통해서 열악한 한국 드라마 제작현실을 느꼈고, '유령'을 집필하면서 정확한 자료조사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끝으로 '시그널'에서는 이제훈과 조진웅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좋았다고 밝혔다.
김은희와 김은숙 작가 모두 창작의 고통을 이겨내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김은숙 작가는 죄책감을 창작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김은숙 작가는 “생각이 안나면 먹고 잠을 잔다. 죄책감을 안고 책상에 가서 생각을 해낸다. 18시간씩 책상을 벗어나지 않고 계속 앉아있는다”라고 말했다. 김은희 작가는 자신을 끝까지 몰아붙였다. 김은희 작가는 “저는 24시간 넘게 잠을 자지 않다가 잠이 들려는 순간에 해답이 올 때가 있다. 꼭 24시간 이상을 안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은숙 작가는 드라마 작가로서 성공하기 위해서 재능은 물론 노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숙 작가는 “저는 미국 드라마부터 한국 드라마와 일일 드라마를 전부 다 본다”며 “어떤 텍스트가 됐든 지간에 보고 배울 점이 있다. 명작을 보고 읽어서 공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작품을 보면서 생각하고 고민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은희 작가와 김은숙 작가 모두 12살 딸을 둔 엄마이기도 했다. 김은숙 작가는 “우리 둘 다 좋은 엄마는 아니다. 딸과 떨어져서 지내고 있다. 김은희 작가는 같은 서울에 있으면서 못만나고 지낸다. 이거 안하면 딴 거 할 줄 모른다. 좋은 아내도 아니고 좋은 딸도 아니고 좋은 며느리도 아니고 그저 작가다. 그 일을 안하고 나머지 것에 충실하면서 잘 살지 못할 것 같다. 이 일을 더 열심히 잘해낸다”고 말했다. 김은희 작가 역시 “죄책감만큼 더 열심히 글을 쓴다”며 “12살인데도 좀비물을 보여준다. 제 앞에서는 엄마가 작가여서 좋다고 말을 해준다”고 언급했다.
두 작가 모두 드라마 캐스팅에 있어서 오해도 해명했다. 김은숙 작가는 “제가 어떤 배우를 선택한 적이 없다”며 “제가 원하는 배우는 영화에서도 원하고 다른 드라마에서도 원하기 때문에 배우가 많지 않다. 저도 여러 번 거절을 당했다. 항상 배우들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말했다. 김은희 작가 역시도 김은숙 작가와 같은 처지라고 설명했다. 김은숙 작가는 가장 많이 거절당한 배우는 공유라고 밝혔다. 김은숙 작가는 “끝끝내 도전해서 공유씨와 함께 작업을 한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고 보람을 전했다.
김은희 작가와 김은숙 작가 모두 드라마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김은숙 작가는 “시인이 되고 싶었고, 소설가가 되고 싶었고, 시나리오도 썼지만 드라마를 쓰니까 저를 좋아해주고 예쁨을 받았다. 드라마라는 장르가 나를 예뻐해줬다”고 드라마 작가가 된 계기를 설명했다. 김은희 작가 역시도 영화 보다는 드라마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보다 잘 전달할 수 있기에 드라마를 계속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은숙 작가는 최근 한 달에 2화 정도 대본을 쓴다고 설명했다. 김은숙 작가는 “젊은 시절에는 일주일에 두 권씩 쓸 때도 있었다”며 “그렇게 살면 인간답게 살지 못한다. 요새는 힘들어서 한 달에 두 권 정도 쓴다. 한 대본을 4고 정도까지 고친다. 대본 리딩 이후에 최종고를 쓴다”고 언급했다.
김은숙 작가가 최근 가장 감탄한 드라마는 ‘비밀의 숲’이었다. 김은숙 작가는 “한국 장르 드라마의 새로운 획을 그은 드라마라고 생각을 한다”며 “어떻게 취재를 하고 어떻게 글을 쓰는지 궁금하다. 거리감을 두고 작품을 즐기지는 못한다”고 털어놨다. /pps2014@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