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이동국, 기쁨 보다 미안한 마음 표현이 더 안쓰러운 이유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7.09.06 08: 53

모두 월드컵 진출에 기쁘고 들떠 있었지만 염기훈, 이동국은 미안한 마음이 더욱 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0시 우즈벡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A조 최종예선 최종 10차전을 0-0으로 비겼다. 승점 15점을 기록한 한국은 이란에게 2-2 무승부를 기록한 시리아(승점 13점)를 제치고 조 2위로 아슬아슬하게 월드컵 직행 티켓을 잡았다.
한국 축구는 세계에서 6번째로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을 달성한 나라가 됐다. 1954년 스위스 대회에 처음 출전한 한국은 이후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 32년 만의 본선행에 성공했다. 이후 1990년과 1994년, 1998년, 2002년, 2006년, 2010년, 2014년까지 월드컵에 나섰던 한국은 천신만고 끝에 다시 한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기회를 얻었다.

후반 교체로 들어와 군계일학의 모습을 보인 염기훈은 미안한 감정을 드러냈다. 팀의 선배로서 제 몫을 해내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분명 염기훈은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서 위력적인 장면을 만들면서 상대를 강력하게 압박했다.
경기 후 염기훈은 "베테랑이라곤 하지만 뛰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어서 개인적으로 많은 준비를 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힘이 돼 주고 싶어서 간절하게 뛴 게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베테랑으로서 행동으로 보여줄 기회가 없어 미안했다. 경기장에서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뛰었고 그걸 후배들이 잘 해주고 도와준 거 같다"고 공을 돌렸다.
여전히 미안한 마음을 가득 안고 설명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가 거의 없는 가운데서도 큰 할약을 펼쳤는데 오히려 더 미안해 했다.
이동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투입 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중앙에서 헤딩슈팅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골대 맞고 튀어 나왔다. 상대 수비와 경합서 이겨내며 만들어 낸 헤딩 슈팅이었다.
또 이동국은 그동안 선수들과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슈팅을 시도했다. 헤딩 슈팅 후 이어진 공격서 이동국은 상대 아크 정면에서 날카로운 슈팅을 선보였다. 비록 상대 골키퍼와 결정적인 일대일 상황서 골을 만들어 내지 못했지만 상대 선방에 막혔다.
이동국은 경기 후 "내년 월드컵 생각은 아직 하고 있지 않다. 내가 맡은 역할은 월드컵 본선 진출시키는 것이다. 골로 연결시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선수가 모두가 하나로 뭉쳐 올라갈 수 있었다. 나한텐 지금 당장 내년이 너무 먼 시간이다. 일단 소속팀에서 꾸준한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눈에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집중했던 그는 "우즈벡에 오기전에 그렇게 된 것 같다. 스트레스 안받는 성격인데, 나도 모르게 예민했졌나 보다"며 "아이들이 눈에 밟히긴 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응원하기 때문에, 나도 매일 밤 꿈에서 이런상황, 이런 찬스 왔을때 어떻게 해야되는지 생각했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염기훈과 이동국은 베테랑의 품격을 분명하게 선보였다. 그러나 대표팀의 경기력이 부진했다는 점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월드컵 진출로 기쁜 가운데 둘의 이야기를 더욱 신중하게 받아 들여야 할 이유는 경기력에서 나타났다. / 10bird@osen.co.kr
[사진] 타슈켄트(우즈벡)=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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