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매치업이었다. 5일 경기 전 기준 상위 5개 팀, 즉 5강 팀들이 나란히 하위 5팀과 마주했다. 결과는 5개 구장 모두 하위 5팀의 승리로 끝났다. 한 경기가 중요한 상황, 이로써 중위권 향방은 더욱 안갯속으로 빠졌다.
5일과 6일 2연전은 이렇게 짜기도 쉽지 않을 만큼 극명했다. 선두 KIA는 7위 LG와 만났다. 2위 두산은 8위 한화, 3위 NC는 9위 삼성을 상대했다. 4위 롯데는 6위 SK, 5위 넥센은 10위 kt와 일전을 치렀다. 팀당 20경기 남짓 남은 상황, 순위표 기준으로 '5강 팀vs비5강 팀'의 맞대결이 성사된 구도였다.
객관적인 전력은 모두 상위 팀들이 앞선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야구가 늘 그렇듯 뚜껑을 열자 예상과 다른 전개가 펼쳐졌다.
선두 KIA는 LG에게 발목을 잡혔다. 선발투수 팻딘의 7이닝 1실점 역투로 7회까지 3-1로 앞섰다. 그러나 팻딘이 내려간 8회 곧장 불펜의 방화로 3-3 동점을 허용했다.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고, 10회 김재율의 끝내기 안타가 터져나오며 균형추가 기울었다.
2위 두산은 한화에게 패했다. 3회 3점을 먼저 뽑아냈지만 곧바로 4실점하며 리드를 빼앗겼다. 이어 5회에도 최진행의 2타점 적시타가 나오며 승부에 쐐기. 후반기 무패행진을 달리며 '깜짝 에이스' 역할을 하던 함덕주의 후반기 첫 패였다.
3위 NC는 삼성 원정에서 1패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LG와의 주말 2연전을 쓸어담은 NC는 5일 대구 삼성전서 에이스 에릭 해커를 내세워 2위 두산과 격차 좁히기에 나섰다. 그러나 해커가 2⅔이닝 3실점으로 고전했다. 거기에 3회 투구 도중 왼 발목 통증을 느끼며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갔다.
4위 롯데는 SK의 홈런쇼에 당했다. SK는 1회 노수광의 선두타자 홈런을 시작으로 최정의 2년 연속 40홈런, 로맥의 연타석 홈런 등 쉴새없이 얻어맞았다. 3회까지 0-6. 특유의 뒷심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5위 넥센은 최하위 kt에게 제대로 고춧가루를 맞았다. 넥센은 kt 선발투수 박세진에게 3⅔이닝 동안 6탈삼진을 빼앗겼다. 1-3으로 근소하게 뒤진 7회, 김진곤의 데뷔 첫 홈런이 나오며 넥센은 손쓸 틈 없이 당했다.
만일 KIA가 패하는 사이 두산이 한화를 잡았다면 선두 싸움은 조금 더 안갯속으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 팀의 차이는 여전히 4.5경기에 머물렀다. 3위 NC도 두산과 2경기차를 유지했다. 가파른 상승세의 롯데 역시 '공룡 꼬리'에 2경기 차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의 결과가 제대로 혼란을 빚은 지점은 중위권이다. 이제 5위 넥센과 6위 SK의 차이는 고작 반 경기에 불과하다. 넥센과 7위 LG 역시 2경기. 한 번의 2연전만으로도 결과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다.
이날 경기 전 양상문 LG 감독은 "현시점의 1패가 주는 충격은 앞선 시즌과 다르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만회하기가 힘들어진다"라고 강조했다. 넥센으로서는 달아날 타이밍에서 당한 1패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 순위 싸움. 어쩌면 시즌 최종전에서 순위가 결정되는 팀이 나올 수도 있다. 만일 현 5강 중 뒤집히는 팀이 나온다면, 그들에게 9월5일은 어떤 기억일까.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