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9회 연속 진출이다. 다만 냉정한 자기 평가가 필요하다. 더이상 아시아 맹주가 아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0시 우즈벡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A조 최종예선 최종 10차전을 0-0으로 비겼다. 승점 15점을 기록한 한국은 이란에게 2-2 무승부를 기록한 시리아(승점 13점)를 제치고 조 2위로 아슬아슬하게 월드컵 직행 티켓을 잡았다.
한국 축구는 세계에서 6번째로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을 달성한 나라가 됐다. 1954년 스위스 대회에 처음 출전한 한국은 이후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 32년 만의 본선행에 성공했다. 이후 1990년과 1994년, 1998년, 2002년, 2006년, 2010년, 2014년까지 월드컵에 나섰던 한국은 천신만고 끝에 다시 한 번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게 됐다. 통산 10번째 본선행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월드컵 본선에 스스로 나선 것이 아니라 강제로 진출 당한 꼴이다. 현실적인 판단은 하지 못했고 제대로 팀을 만들지도 못했다.
최종예선 A조에 속한 한국은 10경기를 펼치는 동안 4승 3무 3패 11득점-10실점, 승점 15점으로 이란(승점 22점)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이란과 시리아 경기 결과에 따라 본선행이 좌절될 수 있었다. 이란의 무승부에 따라 한국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월드컵에 나섰다.
조별예선만 하더라도 한국은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8전 전승 그리고 27골을 넣었고 1실점도 없었다. 완벽한 경기력이었다. 하지만 상대 수준이 너무 떨어졌다. 레바논-쿠웨이트-미얀마-라오스와 한 조였던 한국은 미얀마 원정서도 부담이 큰 모습을 보였다. 설상가상 2016년 3월 24일 안산에서 열린 레바논과 경기서는 전력의 압도적인 우세에도 불구, 1-0의 승리를 거뒀다.
불안감이 커졌다. 이란, 우즈베키스탄, 시리아, 중국, 카타르와 최종예선 A조에 속한 한국은 첫 경기서 중국에 3-2의 승리를 거뒀다. 불안감은 시작됐다. 설상가상 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시리아와는 중립경기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또 카타르에게 승리를 거뒀지만 불안했다. 선제골을 얻어맞은 뒤 승리를 거뒀다. 당시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은 의외의 발언까지 내놓았다. 카타르에서도 한 물 간 스트라이커로 평가 받는 세바스티안 소리아노 같은 선수가 없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기대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았고 결국 중국 원정서 무너졌다. 3월 23일 열린 창사 원정 경기서 0-1로 패했다. 어려움이 따랐다. 좀처럼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슈틸리케 전 감독은 경질됐고 신태용 감독이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성과는 월드컵 진출을 제외하고는 특별하게 얻어내지 못했다. 기성용, 손흥민 등 주력선수들의 부상이라고 하지만 흔들린 것은 분명 문제였다. 가장 큰 문제는 최종예선 원정 경기서 한번도 승리가 없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최근 막판 2경기서는 무조건 승리한다는 절실함을 가져야 하는 상황에서도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경기력이 부족한 것은 냉정한 사실이다. 유럽에 진출한 선수들이 많지만 대표팀에서는 제 몫을 한 선수가 많지 않았다. 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한국은 더이상 아시아의 맹주가 아니다. 한국은 9월 현재 FIFA 랭킹이 49위다. 반면 같은조에서 1위를 차지한 이란은 24위다. 또 B조의 일본(44위), 호주(45위)도 한국 보다 FIFA 랭킹이 높다.
특히 아시안컵 등에서도 좀처럼 우승을 차지한 경험도 없다. 개최한 경우도 없었다. 따라서 냉정하게 따진다면 더이상 한국 축구는 월드컵 진출을 쉽게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기대치는 굉장히 높지만 냉정한 평가는 아시아의 2위권이다.
이번 최종예선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이란을 배워야 한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지휘아래 이란은 철저하게 실리 축구를 펼쳤다.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한 부분 뿐만 아니라 이란이 어떻게 대표팀을 만들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남미와 유럽 등 먼 곳이 아니라 가까운 곳의 축구 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 10bird@osen.co.kr
[사진] 타슈켄트(우즈벡)=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