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장현수 시프트를 통한 '포어 리베로' 전술은 결국 실패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0시 우즈벡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A조 최종예선 최종 10차전을 0-0으로 비겼다. 승점 15점을 기록한 한국은 이란에게 2-2 무승부를 기록한 시리아(승점 13점)를 제치고 조 2위로 아슬아슬하게 월드컵 직행 티켓을 잡았다.
신태용 감독은 코치 시절 기성용을 중앙 수비수로 쓰는 포어 리베로 전술을 사용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9월 7일 우루과이와 평가전서 기성용은 김영권-김주영과 함께 스리백 수비진을 구성했다.
3-4-3 전술에서 센터백은 공격과 수비를 모두 펼쳐야 하는 포어 리베로다. 포어 리베로는 수비시에는 안정적으로 골문 앞을 지키다 공격할 때는 중원으로 올라가 볼 배급에 관여하는 역할을 한다. 수비 안정을 꾀하는 동시에 후방 빌드업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말 그대로 포어 리베로 역할을 제대로 펼칠 선수가 있다면 3-4-3은 굉장히 좋은 전술이다. 포어 리베로가 수비에 가담하면 순식간에 플랫 5로 변형된다. 5명의 선수가 수비를 펼치면서 상대 공격을 잘 막아낼 수 있다. 측면 미드필더들이 수비에 가담하면 좀처럼 상대가 공격적으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기 어렵다.
또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앞 선으로 이동한다면 포백 수비라인으로 변신된다. 풀백들이 중앙 수비수가 되고 측면 미드필더들이 측면 수비수로 변신하면서 순식간에 변한다. 또 미드필더 진영에는 한 명의 선수가 더 늘어나면서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포어 리베로가 수비적인 능력과 날카로운 패싱능력을 갖춘 선수라면 그 위력은 배가 된다. 아기자기한 축구를 펼칠 수 있고 또는 선이 굵은 축구까지 가능하다.
장현수는 일단 스리백의 수비로 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측면에서 호흡이 잘 맞지 않아 아크 정면에서 부담이 컸다. 특히 김영권은 우즈베키스탄 공격에 돌파를 허용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문전에서 슈팅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했다.
수비진의 문제는 곧바로 드러났다. 장현수가 내려가면서 수비진은 뒤로 물러섰다. 중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우즈베키스탄은 적극적인 공격을 펼쳤다. 포어 리베로는 더블 볼란치와 사실상 같은 의미이기 때문에 더 전진하는 플레이가 필요했다. 하지만 한국은 골을 위해 끊임없이 달려드는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중거리 슈팅을 허용하면서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다.
좀처럼 한국은 전진하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전반 초반처럼 상대에게 위협적인 장면을 허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비효율적인 축구를 펼치면서 어려움이 따랐다.
문제는 장현수가 전반 43분 부상으로 교체 됐다. 구자철은 장현수를 대신해 곧바로 투입됐다.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뀔 기회였다. 정우영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했고 구자철은 공격적으로 나섰다. 권창훈과 함께 전방으로 움직였다. 전반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못한 김민우와 고요한은 포백 수비진을 구성했다.
구자철이 투입되고 포백수비로 오나전히 달라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자 우즈베키스탄은 흔들렸다. 수비가 안정감을 찾고 이근호의 돌파와 교체 투입된 염기훈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이어지면서 한국은 유리한 상황을 맞이했다.
결국 신태용 감독이 선택한 포어 리베로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기성용을 포어 리베로로 구성했다 이라크와 무승부를 기록한 경험이 있다. 전술적인 선택은 분명 좋지 않았다. / dolyng@osen.co.kr
[사진] 타슈켄트(우즈벡)=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