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다. 내 일처럼 기쁘다".
한화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28)는 얼마 전 기분 좋은 소식을 접했다. 같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지난해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은 '강속구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28)의 메이저리그 데뷔 소식이었다.
카스티요는 9월 확대 로스터를 맞아 LA 다저스 빅리그에 콜업됐다. 지난 3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더블헤더 2차전에 4회 구원등판, 1⅓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2006년 프로 데뷔 후 12년 만에 '빅리거' 꿈을 이룬 것이다.
로사리오도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그는 "카스티요가 메이저리그에 갔다는 소식을 봤다. 정말 좋다. 내 일처럼 기쁘고, 행복하다"며 "카스티요와 계속 연락을 하고 있다. 기회만 잘 살린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오랫동안 지속적인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이어 로사리오는 "카스티요는 원래부터 빠른 공이 장점인 투수인데 한국에 와서 변화구가 좋아졌다. 패스트볼에 변화구를 잘 섞어던지면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선수"라며 "지난해 한화에서 여러 경험을 한 것이 지금 카스티요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로사리오의 말대로 카스티요는 데뷔전에서 14개 공을 던졌는데 포심 패스트볼 8개, 체인지업 4개, 슬라이더 2개로 패스트볼과 변화구 비율이 비슷했다. 특히 2개의 삼진을 잡을 때 결정구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최고 98마일(158km) 강속구에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효과를 톡톡히 봤다. 다만 두 번째 경기였던 4일 샌디에이고전은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고 3피안타 1볼넷 2실점 부진.
카스티요는 지난해 6월 에스밀 로저스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한화와 계약하며 KBO리그 데뷔했다. 20경기(15선발)에서 84이닝을 던지며 7승4패 평균자책점 6.43 탈삼진 60개를 기록했다. 최고 160km 빠른 공에도 불안한 제구, 단조로운 패턴이 드러난 뒤 KBO리그 타자들에게 공략당했다. 결국 재계약에 실패하며 미국으로 돌아갔고, 다저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투수코치로 카스티요를 바로 곁에서 지켜본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도 그의 빅리그 데뷔 소식에 대해 "우리팀에 있다 가서 더 좋아졌다. 직구 하나는 최고였다. 제구가 조금 안 좋았지만 볼 자체는 무섭게 던졌다. 6월에 합류해서 7승을 했으니 나름대로 잘해줬다"며 "컨디션이 안 좋다는 얘기도 거의 안 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팀 사정에 의해 보직 이동이 잦았지만 군말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임무를 묵묵히 소화했다.
카스티요는 한화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거나 복귀한 8번째 선수였다. 이상군 감독대행은 "카스티요보다 더 좋은 투수를 영입하려다 보니 놓친 것이다"며 "여기 있을 때 잘하면 좋았을 텐데…"라고 못내 아쉬워했다. 메이저리그 사관학교로 불리는 한화이지만 웃을 수 없는 현실이다. /waw@osen.co.kr